“3년 전 척추디스크로 수술을 받았는데 그때뿐이었어요. 지금은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해져 끊어질 듯이 아파요.”
가정주부 변모(56) 씨는 3년 전 요추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진단을 받고 곧이어 수술을 했다. 의사 권유도 있었지만 견딜 수 없는 통증을 더는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술 후 삐져나온 디스크가 말끔히 사라진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화면을 보고 안심했지만 문제는 그다음 시작됐다. 수술 후에도 척추 통증과 함께 엉덩이, 다리 등에 찌릿한 증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최근 지인 권유로 마취통증의학과를 방문한 변씨는 검사 결과 척수강 내 지주막염으로 신경들이 유착된 사실을 알게 됐다. 변씨는 현재 약물치료와 함께 운동요법으로 통증을 관리하고 있다.
툭 하면 수술 7년간 84% 증가
우리나라 척추수술 환자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약 84% 증가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 주요 수술 통계). 연평균 12%로 무서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 우리나라의 척추수술 행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척추수술 건수는 일본의 3배, 미국의 1.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척추수술 증가율 역시 미국이 1998년부터 2005년까지 4.5%를 보인 반면,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25.4%를 기록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실제 정부에 청구되는 척추수술 가운데 조정되는 수술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척추수술 청구 건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척추수술 청구 98만 건 가운데 조정된 것은 12만9000건으로 13.2%의 조정률을 보였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척추전문병원의 척추수술 조정률은 이보다 더 높은 18.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 척추수술 조정률에 비해 더 높았다. 전체 청구 건수의 60% 이상이 조정된 척추전문병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근만 대한통증학회 회장(한림대강동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척추수술이 환자의 질환과 통증을 효과적으로 치료, 관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수술하지 않고도 일주일 만에 통증이 사라지는 환자가 있는 반면, 수술하고도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가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 환자는 수술에 대한 믿음이 강해 의사가 수술을 권하면 무조건적으로 이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리하게 수술을 권유하는 의사 역시 자정 노력이 필요하지만 환자들의 인식 변화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한통증학회가 9월 16일 ‘제4회 통증의 날 캠페인’을 맞아 서울과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를 방문한 환자 13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환자의 약 58%가 척추 통증을 호소해 실제 척추 통증을 경험하는 환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약 20%는 과거에 척추수술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수술을 유발한 다빈도 원인 질환은 각각 척추관 협착증(41%)과 척추디스크(35%)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척추수술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취통증의학과에 내원한 척추수술 경험 환자 가운데 수술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환자의 비율은 23%에 그쳤으며, 척추수술에 만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통증 재발’(56%)과 ‘부작용 발생’(28%)을 꼽았다. 또한 이들 가운데 약 75%는 향후 재수술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가장 큰 이유로는 ‘재수술을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아서’(50%)를 꼽았다.
신 회장은 “대표적인 척추질환인 척추디스크의 경우, 실제 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며 “디스크가 자연적으로 치유된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지만 환자는 물론 많은 의사 역시 그것에 대해 잘 모르거나 확신이 부족해 여전히 많은 수술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스크를 포함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는 척추질환은 운동신경 손상으로 팔이나 다리 등 신체기관에 진행성 마비 증세가 나타나거나 배뇨 조절 장애, 성기능 장애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등 신경학적 이상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 그 외 경우에는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며 환자 경과를 관찰하면서 치료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척추디스크의 경우 인체가 탈출된 디스크를 이물질로 인식해 이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과정에서 대식세포의 식세포 활동을 통해 삐져나온(탈출된) 디스크가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대식세포가 탈출된 디스크를 잡아먹는 것이다.
돌출 디스크, 대식세포가 잡아먹어
실제 대한통증학회가 디스크가 많이 삐져나오고 운동신경 손상이 없는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평균 9개월 동안 보존적 통증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관찰한 결과, 25명의 디스크 크기가 평균 59% 감소했으며, 이들 중 5명은 삐져나온 디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디스크 등의 질환으로 통증이 있어도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충분히 통증을 관리할 수 있다. 삐져나온 디스크를 대식세포가 없애는 동안 통증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최근 의학계에선 큰 통증을 호소하는 척추질환 환자에 대해 마약성 진통제를 좀 더 과감하게 투여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허리, 다리 통증이 매우 심하거나 다리 쪽으로 저림 증상이 지속될 경우 바늘을 통해 신경 주위에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경막외 차단술이나 경막외 신경성형술, 고주파 열응고술, 천장관절 주사요법 등의 시술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고 관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인은 통증이 심하다고 무조건적으로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비수술적 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통증을 관리하는 노력을 지속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등받이까지 깊숙이 넣어 허리를 완전히 세우고 등받이에 약간 기대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잠잘 때는 엎드린 자세를 피하고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엉덩이와 무릎 관절을 구부리는 것이 척추질환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밖에 주 3~4회 30분 이상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면 좋은데, 3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운동은 만성 척추질환 통증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항 대한통증학회 홍보이사(한양대구리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수술 같은 침습적 치료는 그 자체로 기관의 퇴행을 촉진하고, 수술 주변 부위에 2차 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인체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과 기전이 있는 만큼 수술은 꼭 필요할 때만 시행하고, 그 외에는 비수술적 치료 방법으로 인체의 자연치유 능력을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정주부 변모(56) 씨는 3년 전 요추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진단을 받고 곧이어 수술을 했다. 의사 권유도 있었지만 견딜 수 없는 통증을 더는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술 후 삐져나온 디스크가 말끔히 사라진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화면을 보고 안심했지만 문제는 그다음 시작됐다. 수술 후에도 척추 통증과 함께 엉덩이, 다리 등에 찌릿한 증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최근 지인 권유로 마취통증의학과를 방문한 변씨는 검사 결과 척수강 내 지주막염으로 신경들이 유착된 사실을 알게 됐다. 변씨는 현재 약물치료와 함께 운동요법으로 통증을 관리하고 있다.
툭 하면 수술 7년간 84% 증가
우리나라 척추수술 환자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약 84% 증가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 주요 수술 통계). 연평균 12%로 무서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 우리나라의 척추수술 행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척추수술 건수는 일본의 3배, 미국의 1.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척추수술 증가율 역시 미국이 1998년부터 2005년까지 4.5%를 보인 반면,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25.4%를 기록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실제 정부에 청구되는 척추수술 가운데 조정되는 수술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척추수술 청구 건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척추수술 청구 98만 건 가운데 조정된 것은 12만9000건으로 13.2%의 조정률을 보였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척추전문병원의 척추수술 조정률은 이보다 더 높은 18.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 척추수술 조정률에 비해 더 높았다. 전체 청구 건수의 60% 이상이 조정된 척추전문병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근만 대한통증학회 회장(한림대강동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척추수술이 환자의 질환과 통증을 효과적으로 치료, 관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수술하지 않고도 일주일 만에 통증이 사라지는 환자가 있는 반면, 수술하고도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가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 환자는 수술에 대한 믿음이 강해 의사가 수술을 권하면 무조건적으로 이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리하게 수술을 권유하는 의사 역시 자정 노력이 필요하지만 환자들의 인식 변화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한통증학회가 9월 16일 ‘제4회 통증의 날 캠페인’을 맞아 서울과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를 방문한 환자 13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환자의 약 58%가 척추 통증을 호소해 실제 척추 통증을 경험하는 환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약 20%는 과거에 척추수술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수술을 유발한 다빈도 원인 질환은 각각 척추관 협착증(41%)과 척추디스크(35%)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척추수술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취통증의학과에 내원한 척추수술 경험 환자 가운데 수술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환자의 비율은 23%에 그쳤으며, 척추수술에 만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통증 재발’(56%)과 ‘부작용 발생’(28%)을 꼽았다. 또한 이들 가운데 약 75%는 향후 재수술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가장 큰 이유로는 ‘재수술을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아서’(50%)를 꼽았다.
신 회장은 “대표적인 척추질환인 척추디스크의 경우, 실제 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며 “디스크가 자연적으로 치유된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지만 환자는 물론 많은 의사 역시 그것에 대해 잘 모르거나 확신이 부족해 여전히 많은 수술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스크를 포함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는 척추질환은 운동신경 손상으로 팔이나 다리 등 신체기관에 진행성 마비 증세가 나타나거나 배뇨 조절 장애, 성기능 장애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등 신경학적 이상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 그 외 경우에는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며 환자 경과를 관찰하면서 치료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척추디스크의 경우 인체가 탈출된 디스크를 이물질로 인식해 이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과정에서 대식세포의 식세포 활동을 통해 삐져나온(탈출된) 디스크가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대식세포가 탈출된 디스크를 잡아먹는 것이다.
돌출 디스크, 대식세포가 잡아먹어
신경성형술을 하고 있는 의료진. ‘척추 수술 없는 병원’을 추구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척추디스크 등의 질환으로 통증이 있어도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충분히 통증을 관리할 수 있다. 삐져나온 디스크를 대식세포가 없애는 동안 통증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최근 의학계에선 큰 통증을 호소하는 척추질환 환자에 대해 마약성 진통제를 좀 더 과감하게 투여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허리, 다리 통증이 매우 심하거나 다리 쪽으로 저림 증상이 지속될 경우 바늘을 통해 신경 주위에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경막외 차단술이나 경막외 신경성형술, 고주파 열응고술, 천장관절 주사요법 등의 시술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고 관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인은 통증이 심하다고 무조건적으로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비수술적 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통증을 관리하는 노력을 지속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등받이까지 깊숙이 넣어 허리를 완전히 세우고 등받이에 약간 기대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잠잘 때는 엎드린 자세를 피하고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엉덩이와 무릎 관절을 구부리는 것이 척추질환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밖에 주 3~4회 30분 이상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면 좋은데, 3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운동은 만성 척추질환 통증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항 대한통증학회 홍보이사(한양대구리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수술 같은 침습적 치료는 그 자체로 기관의 퇴행을 촉진하고, 수술 주변 부위에 2차 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인체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과 기전이 있는 만큼 수술은 꼭 필요할 때만 시행하고, 그 외에는 비수술적 치료 방법으로 인체의 자연치유 능력을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