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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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늘어나도 ‘내수 실종’ 고착화?

수입 의존도 심화 등으로 내수 견인력 약화…복합처방이 필요한 시기

  •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kimekono@hanafn.com

    입력2014-09-29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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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늘어나도 ‘내수 실종’ 고착화?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현대·기아자동차 전용 부두. 수출용 차량 수천 대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2013년 이후 세계 경제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가 차별화되는 첫 번째 원인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가계부채 부담과 세월호 사고 등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수출 증가세가 과거에 비해 부진하고 수출의 내수 견인력이 약화한 것도 국내 경제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이 과거에 비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교역 증가율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교역량은 2002년 이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글로벌 성장세 가속화 등에 힘입어 연평균 7.6% 증가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글로벌 성장세 둔화와 제조업의 선진국 회귀(reshoring),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원유 교역 둔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평균 2.8% 증가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고용→소비 증가 연결 안 돼

    눈여겨볼 대목은 2013년 이후 글로벌 교역량 둔화에 비해서도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세 둔화가 더 가파르게 진행된다는 사실이다(그래프1 참조). 달리 말하면 이는 한국을 둘러싼 수출 환경이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의 교역구조 변화다. 중국은 지도부가 교체된 이후 도시화·민영화·자본 개방 등에 중점을 둔 개혁을 추진하면서 기존의 양적 위주에서 질적 위주로 성장모형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역부문에서는 가공무역 비중 축소, 수출입구조의 고부가가치화, 교역 상대국 다변화 등을 추진 중이며, 수입구조가 기존의 자본재 및 소재 위주에서 소비재 및 원자재 수입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성장모형 전환과 교역구조 변화 때문에 대중(對中) 수출 중 중간재와 자본재의 비중이 97%에 달하는 우리나라 수출이 고전하는 것이다(그래프2 참조).



    최근 심화되는 원화가치 강세도 수출 환경을 악화하는 요인이다. 금융위기 직후 1500원까지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000원 선으로 추락하는 등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대외 신인도 개선 등에 힘입어 원화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경쟁통화인 일본 엔화는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로 2012년 이후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과 엔화가치 약세가 맞물리면서 수출기업의 채산성과 수출경쟁력이 악화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환율 하락이 불러오는 가격 효과로 수출기업의 채산성은 악화되기 마련이며, 수출가격 상승에 따른 물량 효과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갉아먹는 법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86.8%가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 악화를 경험했고 28.6%는 수출물량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환율 변화에 따른 가격 전가율이 낮고 국내 생산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이 한층 더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 늘어나도 ‘내수 실종’ 고착화?

    충남 아산시 탕정면 삼성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수출 회복이 부진하다 보니 수출이 투자와 고용을 거쳐 가계소비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구조 역시 약화되는 모습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잠깐 통계를 살펴보자. 수출과 소비의 상관관계는 2012년 이후 하락세로 반전했고, 올해에는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졌으며, 2011년 이후 수출과 설비투자의 상관계수마저 하락했다. 벡터오차수정모형(VECM)을 이용해 수출이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력을 분석해보니, 소비에 대한 수출의 장기 탄력성은 금융위기 이전 -0.47에서 금융위기 이후 -0.59로 증가했다. 수출이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뜻이다. 투자에 대한 장기 탄력성 역시 4.22에서 -2.71로 약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단기적인 수출 증가가 내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수출 증가로 소비가 힘을 받는 기간이 2분기에 이르렀지만, 금융위기 이후로는 그 기간이 1분기로 줄어든 데다 영향력 크기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출 증가에 따른 설비투자의 반응 역시 축소됐다. 한마디로 수출 증가가 국내 경기 활성화에 미치는 민감도가 여러모로 약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저성장 기조 심화할 우려

    수출 늘어나도 ‘내수 실종’ 고착화?
    이처럼 수출의 내수 견인력이 약화된 원인으로는 △수출의 수입 의존도 심화 △주력 품목 위주의 수출 성장 △해외투자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수출이 아무리 늘어나도 국내 기업들이 생산이나 투자를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정보기술(IT) 제품과 자동차 등은 수입 의존도가 강한 편이고, 특히 IT 사업의 경우 산업 전후방 효과가 미약하다.

    더욱이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제조업 중심으로 수출이 이뤄지고 이들 산업의 자본집약적 성격이 강해지면서 고용 창출 능력이 저하되는 점도 한 원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수출을 많이 해도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 이러한 구조가 바로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이 약화된 배경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 잠재력 하락이나 중국의 성장모형 전환, 원화가치 강세 같은 변수는 오히려 더 강해질 개연성이 높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 역시 상대적으로 부진해질 공산이 크다. 여기에 가계부채 문제와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수출의 내수 견인력까지 약화될 경우 저성장 기조가 한층 길어질 우려가 높다는 뜻이다.

    결국 현재 상황은 각 요인에 대응하는 복합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소비재와 서비스 수출의 비중을 늘려 중국의 수입구조 변화에 대처하는 한편, 국내 투자를 유인하고 수입 자본재와 중간재의 국산화를 유도해 수출과 내수 사이의 연계성을 회복하는 작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서비스 산업의 수출경쟁력을 제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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