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구글이다. 거의 매달 실리콘밸리에서 전해오는 소식으로 한국 소비자의 가슴이 설렌다. 소비자만이 아니다. 파격적인 가격과 새로운 기기의 출현으로 정보기술(IT) 업계도 바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떠들썩하던 IT 업계는 이제 구글 크롬북으로 또 한 번 ‘발칵’ 뒤집혔다. 하드디스크 없이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에 접속해 사용하는 컴퓨터다. 가격도 300달러대라고 한다.
인터넷 그리고 크롬북만 있으면 OK
5월 11일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2011’ 기조연설에서 ‘크롬북’을 공개했다. 크롬북은 하드디스크가 없는, 진정한 클라우드 컴퓨팅을 실현한 컴퓨터다.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에 탑재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빌려 쓰도록’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의 데이터센터) 개념으로 설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도 300∼400달러로 대폭 낮췄다.
일반적으로 개인용 컴퓨터(PC)는 중앙처리장치(CPU), 램, 하드디스크 같은 하드웨어와 운용체계(OS), 웹브라우저, 워드프로세서 등 여러 소프트웨어로 구성된다. 크롬북에서는 상당히 많은 구성 요소가 빠졌다. 먼저 소프트웨어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가 없다. 저 멀리 어딘가에 존재하는 서버에 이 모든 것을 저장한다. e메일이나 문서 같은 개인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크롬은 하드디스크가 없는 대신 각종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해놓고 인터넷 접속을 통해 이용하는 네트워크 컴퓨터다.
물론 저장 공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16GB 정도의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가 있다. 구글은 네트워크에 연결해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G메일, 구글 캘린더, 구글 닥스를 오프라인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OS가 별도로 없다. 크롬이라는 브라우저가 OS를 겸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그뿐 아니라 사용자가 다양한 기능을 즐길 수 있도록 웹상에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에서 앱을 통해 이용하는 각종 서비스를 웹 앱으로도 이용하는 것. 웹 앱은 크롬 앱스토어에서 내려받는다.
이렇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단출하니 여러 이점이 덤으로 생겼다. 8초면 크롬북이 켜지고, 한 번 충전으로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는 높은 하드웨어 사양을 위해 100만 원이 넘는 컴퓨터를 사고, 이와 별도로 수십만 원어치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300~400달러대의 크롬북, 그리고 인터넷만 있으면 컴퓨팅을 위한 준비는 끝난다. 경우에 따라 클라우드 컴퓨팅과 일부 앱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스마트폰처럼 대부분 소액일 것으로 보인다. 크롬북은 삼성전자와 에이서가 생산해 6월 15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7개국에서 발매한다.
크롬북 발표 당시 크롬북 프로젝트 책임자인 구글의 순다 피차이 부사장은 기존 컴퓨터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크롬북이 이를 바꿔놓았다고 강조했다. 바이러스를 막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고, 패치할 필요가 없으며, 패치를 위한 패치를 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을 웹에 저장하기 때문에 크롬북을 강에 빠뜨려도 잃을 데이터가 없다. 이를 두고 피차이 부사장은 “크롬북은 20~30년 전 개발한 OS에 의존하는 기존 컴퓨터를 혁신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표현했다.
구글, MS 정면 겨냥
크롬북이 본격적으로 실현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우리 생활에 이미 어느 정도 들어와 있었다. 구글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맛보기(?)로 제공해왔다. G메일, 구글 닥스 등이 그 예다. 크롬북은 소비자의 소프트웨어 이용 행태뿐 아니라, PC 관련 산업 생태계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개념을 적용했다.
크롬북이 활성화한다면, 윈도 OS와 소프트웨어 판매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통째로 사서 쓰는 개념보다 매달 얼마씩 빌려 쓰는 개념이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이 클라우드에 대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여기에서 나온다. 구글은 크롬북을 법인단체에 월 단위의 정액료를 받고 대여하겠다고 선언했다. PC용 소프트웨어 산업은 앱스토어로 재편될 수 있다. 중소기업이나 개인 개발자의 선전도 예상된다. 불법 복제 위험성도 줄어든다.
구글의 이 같은 행보는 마이크로소프트(MS) 텃밭인 OS 부문과 B2B(기업고객)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PC 제조사는 MS의 ‘비싼’ 윈도 OS를 탑재해야 했다. 하지만 크롬은 저렴하다. 웹 기반의 저렴하고 구동성이 좋은 크롬 OS가 나오면 PC와 노트북 환경에서 공고한 지배력을 행사하던 MS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구글은 이미 애플사의 스마트폰 독주체제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제조와 OS를 독식하며 앱스토어를 통해 수익을 올려왔지만, 구글은 이를 수많은 제조사에 개방함으로써 체제를 흔들었다. 구글은 이번에도 OS를 비롯한 근간 인프라를 제공하고,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가 여기에 동참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더욱이 이번에 구글이 들고 나온 크롬북은 B2B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은 통상 윈도 PC를 유지 및 보수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크롬북은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OS 등의 업데이트 및 패치에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관리가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
당장 대기업 시장을 공략하긴 어렵겠지만 중견·중소기업(SMB)과 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간다면 장기적으로 MS가 선점한 OS 시장에서 대항마로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구글은 미국에서 기업용 크롬북을 직원 1인당 매달 28달러, 학교용 크롬북을 학생 1인당 매달 20달러에 공급할 계획이다.
크롬북은 파격적이다. 그래서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 당장 한국에선 발붙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액티브X 때문이다. 한국은 윈도와 인터넷익스플로러에 맞춘 웹 환경 때문에 다른 브라우저 사용률이 극히 낮은 상황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미 MS 윈도와 오피스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업무 환경을 한꺼번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다른 기업과 협업하고 문서를 공유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보안 문제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 구글은 크롬북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이 낮고 윈도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고 강조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완벽한 보안이란 있을 수 없다. 내부 담당자의 정보 유출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클라우드 컴퓨팅은 사용자의 모든 정보가 한곳에 집적된다. 이를 악용한다면 분산된 정보에 비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구글은 윈도가 크롬보다 더 복잡하고 보안상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더 높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MS 기반 컴퓨터 관리의 복잡성은 거의 고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크롬북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크롬북은 컴퓨터 관리에 부담을 주지 않는 새 사업모델”이라며 “앞으로 기업은 이 같은 모델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그리고 크롬북만 있으면 OK
5월 11일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2011’ 기조연설에서 ‘크롬북’을 공개했다. 크롬북은 하드디스크가 없는, 진정한 클라우드 컴퓨팅을 실현한 컴퓨터다.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에 탑재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빌려 쓰도록’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의 데이터센터) 개념으로 설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도 300∼400달러로 대폭 낮췄다.
일반적으로 개인용 컴퓨터(PC)는 중앙처리장치(CPU), 램, 하드디스크 같은 하드웨어와 운용체계(OS), 웹브라우저, 워드프로세서 등 여러 소프트웨어로 구성된다. 크롬북에서는 상당히 많은 구성 요소가 빠졌다. 먼저 소프트웨어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가 없다. 저 멀리 어딘가에 존재하는 서버에 이 모든 것을 저장한다. e메일이나 문서 같은 개인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크롬은 하드디스크가 없는 대신 각종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해놓고 인터넷 접속을 통해 이용하는 네트워크 컴퓨터다.
물론 저장 공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16GB 정도의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가 있다. 구글은 네트워크에 연결해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G메일, 구글 캘린더, 구글 닥스를 오프라인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OS가 별도로 없다. 크롬이라는 브라우저가 OS를 겸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그뿐 아니라 사용자가 다양한 기능을 즐길 수 있도록 웹상에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에서 앱을 통해 이용하는 각종 서비스를 웹 앱으로도 이용하는 것. 웹 앱은 크롬 앱스토어에서 내려받는다.
이렇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단출하니 여러 이점이 덤으로 생겼다. 8초면 크롬북이 켜지고, 한 번 충전으로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는 높은 하드웨어 사양을 위해 100만 원이 넘는 컴퓨터를 사고, 이와 별도로 수십만 원어치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300~400달러대의 크롬북, 그리고 인터넷만 있으면 컴퓨팅을 위한 준비는 끝난다. 경우에 따라 클라우드 컴퓨팅과 일부 앱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스마트폰처럼 대부분 소액일 것으로 보인다. 크롬북은 삼성전자와 에이서가 생산해 6월 15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7개국에서 발매한다.
크롬북 발표 당시 크롬북 프로젝트 책임자인 구글의 순다 피차이 부사장은 기존 컴퓨터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크롬북이 이를 바꿔놓았다고 강조했다. 바이러스를 막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고, 패치할 필요가 없으며, 패치를 위한 패치를 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을 웹에 저장하기 때문에 크롬북을 강에 빠뜨려도 잃을 데이터가 없다. 이를 두고 피차이 부사장은 “크롬북은 20~30년 전 개발한 OS에 의존하는 기존 컴퓨터를 혁신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표현했다.
구글, MS 정면 겨냥
크롬북이 본격적으로 실현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우리 생활에 이미 어느 정도 들어와 있었다. 구글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맛보기(?)로 제공해왔다. G메일, 구글 닥스 등이 그 예다. 크롬북은 소비자의 소프트웨어 이용 행태뿐 아니라, PC 관련 산업 생태계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개념을 적용했다.
크롬북이 활성화한다면, 윈도 OS와 소프트웨어 판매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통째로 사서 쓰는 개념보다 매달 얼마씩 빌려 쓰는 개념이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이 클라우드에 대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여기에서 나온다. 구글은 크롬북을 법인단체에 월 단위의 정액료를 받고 대여하겠다고 선언했다. PC용 소프트웨어 산업은 앱스토어로 재편될 수 있다. 중소기업이나 개인 개발자의 선전도 예상된다. 불법 복제 위험성도 줄어든다.
구글의 이 같은 행보는 마이크로소프트(MS) 텃밭인 OS 부문과 B2B(기업고객)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PC 제조사는 MS의 ‘비싼’ 윈도 OS를 탑재해야 했다. 하지만 크롬은 저렴하다. 웹 기반의 저렴하고 구동성이 좋은 크롬 OS가 나오면 PC와 노트북 환경에서 공고한 지배력을 행사하던 MS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구글은 이미 애플사의 스마트폰 독주체제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제조와 OS를 독식하며 앱스토어를 통해 수익을 올려왔지만, 구글은 이를 수많은 제조사에 개방함으로써 체제를 흔들었다. 구글은 이번에도 OS를 비롯한 근간 인프라를 제공하고,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가 여기에 동참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더욱이 이번에 구글이 들고 나온 크롬북은 B2B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은 통상 윈도 PC를 유지 및 보수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크롬북은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OS 등의 업데이트 및 패치에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관리가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
당장 대기업 시장을 공략하긴 어렵겠지만 중견·중소기업(SMB)과 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간다면 장기적으로 MS가 선점한 OS 시장에서 대항마로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구글은 미국에서 기업용 크롬북을 직원 1인당 매달 28달러, 학교용 크롬북을 학생 1인당 매달 20달러에 공급할 계획이다.
크롬북은 파격적이다. 그래서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 당장 한국에선 발붙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액티브X 때문이다. 한국은 윈도와 인터넷익스플로러에 맞춘 웹 환경 때문에 다른 브라우저 사용률이 극히 낮은 상황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미 MS 윈도와 오피스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업무 환경을 한꺼번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다른 기업과 협업하고 문서를 공유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보안 문제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 구글은 크롬북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이 낮고 윈도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고 강조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완벽한 보안이란 있을 수 없다. 내부 담당자의 정보 유출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클라우드 컴퓨팅은 사용자의 모든 정보가 한곳에 집적된다. 이를 악용한다면 분산된 정보에 비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구글은 윈도가 크롬보다 더 복잡하고 보안상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더 높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MS 기반 컴퓨터 관리의 복잡성은 거의 고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크롬북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크롬북은 컴퓨터 관리에 부담을 주지 않는 새 사업모델”이라며 “앞으로 기업은 이 같은 모델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