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5

2003.03.13

“반대표는 국론분열 막기 위한 절규”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 “대북송금 정치적 활용보다는 당 개혁이 더 중요”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03-06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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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표는 국론분열 막기 위한 절규”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

    2003년 2월26일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 이름 앞에만 빨간불이 켜졌다. 김의원은 대북비밀송금 특검법 수정안 찬반투표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162명 의원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투표일 일주일 전 김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표결하면 나는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심했다”며 반란을 ‘사전 예고’했다. 투표일 하루 전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선 그 명분도 밝혔다. 김의원은 이날 “특검 지지여론이 더 높지만 반대여론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의원이라고 해서 전원이 일사불란하게 특검에 찬성해야 하나. 당론으로 정해선 안 되고 의원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J는 특검 수사대상에서 제외돼야”

    투표 후 의원들의 시선은 일제히 김의원에게로 쏠렸다. 그러나 이런 사전 정지작업이 있었기 때문인지 한나라당은 김의원의 반란을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김의원에게 다가와 “(내용이 완화되어 표결에 부쳐진) 수정안이 아니라 원안이었다면 찬성했겠지?”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김의원은 ‘수사 유보 결정을 내린 김각영 검찰총장의 퇴진-새로운 검찰총장 임명-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미진한 부분 검찰 수사’ 수순이 옳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일각의 주장과 똑같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국익 우선 차원의 의사표시였다”고 반박했다. 김의원은 “대선에 져서 당이 어려운데 이럴 때일수록 한나라당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탈당설도 일축했다.



    그러나 김의원은 ‘입법부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을 폈다. 대신 여야의 특검 대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뇌물수수 등의 죄가 아닌 이상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여야 정치권이 정치력을 발휘하자.” 김의원은 또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실시될 경우 우리 사회에서 이념대립과 국론분열이 최고조에 이를 우려가 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현 시점에서 그런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아찔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의원은 “이번에 반대표를 던진 것도 사실 국론분열을 막아보자는 절규였다”고 덧붙였다.

    김의원은 ‘한나라당의 오판’ 가능성도 우려했다. “상대방의 잘못이 터져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그 반대급부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지난 대선과 같은 실패가 반복될 것이다.” 대북송금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보다는 한나라당 내부 개혁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최근 한나라당은 당 쇄신안을 마무리하고 있다. 2003년 3, 4월 선거인단을 40만명으로 대폭 늘린 경선을 통해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는 대신 원내총무, 정책위 의장, 11인 운영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원내중심 정당, 정책중심 정당, 분권 정당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김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더 개혁해야 한다”며 불만을 나타낸 뒤 “연판장을 돌리고 서명작업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적하는 미진한 점은 두 가지. 첫째는 제도개혁 부분. 당대표 경선에서 줄 세우기식 구태를 막을 방안이 있어야 하고, 지구당 위원장이 총선 공천을 받는 데 절대 유리한 현 체제도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적청산. 김의원은 “국민들이 정치적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임무를 교대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적청산에 대한 논의는 현직 국회의원, 지구당 위원장의 대규모 낙천 상황을 부를 수 있어 당의 화약고와 같다.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들은 최근 ‘국민 속으로’ 모임을 자체 해산했다. 중도성향 의원들의 동참을 유도해 개혁파의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의도다.

    김의원은 “대북송금 사건에 묻혀 당 개혁의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대표 경선에 앞서 당 개혁을 관철하기 위해 의원들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송금 사건이 터지면서 주춤해졌던 한나라당 내부의 쇄신 요구는 조만간 다시 쏟아져 나올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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