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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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컸는데 작은 옷…바꿔 입어야 정상 아닌가 ”

인터뷰 l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3-11-29 17: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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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치 컸는데 작은 옷…바꿔 입어야 정상 아닌가 ”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사진)은 11월 20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건국 이후 처음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을 앞지른 만큼 대한민국 정치·경제 지형도 바뀌게 됐다”며 “영호남 시대에서 ‘영충호(영남·충청·호남) 시대’로 바뀌는 역사적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구 규모에 걸맞게 지역경제 규모와 국가자원 배분에서도 충청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며 “전통적 캐스팅보트 지역이라는 인식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최고위원은 최근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보다 많은데 충청권에서 선출된 국회의원 수(25명)가 호남권에서 선출된 국회의원 수(30명)보다 적은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회의원 수 불합리 충청권 불이익

    ▼ 의석수 불균형문제와 관련해 헌법소원을 냈는데.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한다. 헌법 전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고 규정한다. 이 같은 평등, 기회균등 원칙은 헌법이 정하는 핵심 가치고,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과 제24조의 선거권에서도 평등원칙이 보장돼야 한다. 10월 말 기준 충청권(대전, 충남북, 세종시) 인구수는 526만8000명으로 호남권보다 1만7129명 더 많다. 그런데 의석수는 호남이 30석, 충청이 25석이다. 세종시 출범과 서해안 산업벨트 등으로 매달 인구 3000명 정도가 늘고 있다. 통계청은 2016년 충청 인구가 호남보다 30만~35만 명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니 불합리한 국회의원 수로 충청권이 불이익을 받고 있고, 이는 헌법이 정한 평등 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호남권 표의 가치에 비해 충청권 표의 가치가 저평가됐느냐, 이러한 불공정한 상황을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가 핵심이다.”



    ▼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도 공개 질의를 했는데.

    “이런 현실이 과연 공평하다고 생각하는지, 공직선거법 개정 시 대전시 인구가 광주시 인구보다 많았지만 국회의원 수가 대전시는 6명, 광주시는 8명으로 된 경위를 아는지, 충청권이 불이익을 받는 현실에 대해 사과할 용의가 있는지, 이를 고치기 위한 법 개정에 착수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 답변이 왔나.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 노영민 민주당 의원은 “선거구 증설은 인구문제만으로 접근해 풀 문제가 아니다. 지역대표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정 의원의 주장이 정략적 접근이라고 주장한다. 인구로만 따지면 충청권 국회의원 1명당 유권자는 16만2482명으로 전국 평균16만3350명과 비슷하고, 오히려 수도권 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누가 인구문제만으로 풀자고 했나. 2011년 5월 12일 18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충청과 호남 인구수를 놓고 ‘표의 등가성’을 언급하며 위헌요소가 있다고 말한 장본인이 노영민 의원이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나는 전국을 절대적 기준으로 인구수만 놓고 보자는 것은 아니다. 충청권과 호남권의 표의 등가성을 상대적으로 봤을 때 부당하니 이를 바로잡자는 건데, 여기서 왜 수도권을 끌어들여 물 타기를 하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5조(국회의원지역구의 획정)에 따르면,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는 시도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 행정구역, 지세, 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해 획정하게 돼 있다. 그런데 호남권과 충청권은 도시와 농촌, 어촌이 복합적으로 자리한 지역이고, 인구와 행정구역도 충청권과 호남권이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선거구 획정의 제1원칙은 인구가 돼야 한다는 게 정 최고위원의 설명이다.

    ▼ 정치권에서도 충청권 의원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다. 새누리당의 충청 지역 의원은 15명이고, 충청 출신 비례대표 의원을 포함하면 20명이다.

    “역사적으로도 인구 증가는 모든 상황을 변하게 할 수 있는 동력이었다. 세종시의 2030년 목표인구는 80만 명이고, 내년 7월에는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한) 통합 청주시가 인구 규모 100만 명을 목표로 출범한다. 충청권 유권자 수가 영남권에 이어 3위인 만큼 인구 규모에 걸맞은 지역경제 규모가 갖춰져야 하고 국가자원 배분 규모도 확대돼야 한다.”

    정 의원은 ‘표의 등가성’ 외에 현실적으로 충청권 의석수 증설이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00년 재선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 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충청 출신 의원은 나 혼자였다. 큰 예산은 영호남 출신 의원이 다 가져갔는데, 화가 나서 안경을 벗고 ‘이렇게들 할 거냐’고 고함을 쳤더니 그때서야 영호남 의원들이 ‘충청을 배려하자’고 하더라. 4월에는 새누리당의 충청권 출신 의원 20명이 안전행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 4개 부처장관과 조찬간담회를 열어 충청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장관과 직접 지역 현안을 논의했는데, 그전에는 이런 자리를 생각조차 못 했다. 격세지감이 들었다. 정치는 세(勢) 싸움이다. 충청권 세를 어느 정도 형성하고, 중진급 인사가 뭉치니 가능한 일이었다. 국회의원 의석수는 국비 지원 규모와 중앙정치권에서 정치적 입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 정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완구, 이인제 의원, 강창희 국회의장 등 충청권 의원들이 새누리당 최대 지지기반인 영남권과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는 ‘충청발(發) 새누리당 역할분담론’ 주장도 나온다. 이인제 국회의장, 이완구 당대표, 정우택 대통령선거 후보 얘기도 나오는데.

    “충청 인사 가운데 당권, 대권주자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논의할 시점은 아니다. 선행 조건으로 나와 6선의 이인제, 3선의 이완구 의원 사이에 적절한 조화 및 임무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 누가 어떤 임무를 맡을지에 대해서는 미정이다. 논의를 본격화한다면 최소한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영호남 양극구도 해체 구실

    ▼ 선거 전략도 바뀔 거 같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바뀔 거다. 내가 가진 통계에 의하면, 서울 인구의 35%가 호남 연고, 28%가 영남 연고, 22%가 충청 연고다. 인천 인구의 3분의 1은 충청 연고를 가졌다. 서울과 인천 등 전국적으로 충청 인사의 표를 결집할 전략을 구사하면 된다. 1996년 총선에서 ‘충청도 핫바지론’으로 충청도민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 몰표를 줬다. 충청인 표심을 자극할 만한 올바른 인재를 내면 충청표는 뭉치게 돼 있다. 가능성 있는 인물을 ‘붐업’해 국민에게 선보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당에서도 충청도를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 그동안 캐스팅보트 구실을 넘어선다?

    “그렇다. 영호남은 상수고, 충청은 변수라는 전통적 ‘캐스팅보트론’은 이제 덩치가 커진 충청에 맞지 않는 옷이다. ‘충청권을 대접해달라’는 의사가 정치적으로 표출된 ‘캐스팅보트론’아닌가. 캐스팅보트를 통해 ‘우리를 대접할 것이냐’라고 물은 거다. 이젠 ‘충청권 대접론’에서 ‘충청권 역할론’으로 넘어가고 있다. 충청이 앞장서 영호남 양극구도를 해체하고, 궁극적으로 지역패권 정치의 종식을 이끄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내가 헌법소원을 낸 이유도 고질적인 동서분할주의를 청산하고, 국가의사를 형성하는 데 지역별로 고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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