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흔히 무시되거나 간과되는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자산배분일 것이다. 반면 마켓 타이밍이나 종목 선택은 항상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언제 사야(또는 팔아야) 할까’ ‘어떤 종목(또는 어떤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같은 질문은 마켓 타이밍, 종목 선택과 관련한 것이다. 물론 자산배분, 마켓 타이밍, 종목 선택은 투자자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주요 수단들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수단 가운데 투자 성과에 결정적 구실을 하는 것은 자산배분이다.
포트폴리오를 교체하지 않는 이유
자산배분은 보유 자산을 여러 종류의 투자 상품에 나눠 분산하는 것을 말한다. 연기금이나 투자신탁회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성과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는 이구동성으로 장기투자 수익의 90% 이상이 자산배분에서 결정된다고 주장하며, 이는 자본시장에서 정설로 굳어졌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산배분에 대한 고민보다 투자 성과에 부차적인 요소인 마켓 타이밍, 종목 선택에 더 열을 올린다.
투자 대가인 찰스 엘리스 예일대 기금위원장은 “자산배분에 대한 투자 결정이 가장 중요한데도 투자자들은 보통 시간과 자원을 자산배분에 활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노후생활의 재원인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보면, 자산배분에 대한 의사결정은 고사하고 고민 흔적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 가입자 12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와튼스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7년 기준 가입자의 80%는 단 한 번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 한 번 조정한 11%를 합치면, 연구 대상 120만 명 가운데 9%만 포트폴리오를 2번 이상 조정한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실증적인 연구 데이터가 없다. 하지만 실제 몇몇 회사의 데이터를 보면, 가입 시점에 선택한 방식을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은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먼저 심리적 측면에서 ‘현상 유지 편향’을 지니기 때문이다. 일단 투자 상품을 처음 결정하면 사람들은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분기에 한 번씩 운용 보고서가 와도 일별하고 버릴 뿐, 수익률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교체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그렇다고 특별히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해온 대로 그냥 유지만 할 뿐이다. 이처럼 인간은 기존 상태에 머무르려는 심리적 속성이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 대가가 결코 싸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가입자가 스스로 운용해야 하는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연금저축, 변액연금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이들 연금 상품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첫째, 가입자가 직접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품이라는 점이고 둘째, 상품 안에 펀드 여러 개로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자기 결정권이 있으며 포트폴리오 투자, 즉 자산배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연금이 어떤 펀드에 가입됐는지, 또 어떤 포트폴리오로 돼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금융회사가 알아서 해주는 것도 아니다. 연금 주인인 투자자가 가만히 있고, 금융회사 역시 매달 꼬박꼬박 돈이 들어오니 연금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겠다고 굳이 나서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초기 투자가 변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다.
지금부터 긴 겨울잠에 빠진 자신의 연금 상품을 깨우도록 하자. 먼저 연금저축부터 살펴보면, 연금저축은 2013년 전환점을 맞았다. 상품이 아닌 계좌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계좌인 만큼 여러 상품에 동시 가입할 수 있고, 운용도 가능하다. 만일 기존 증권사에서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했다면, 연금저축펀드 계좌를 만들어 옮겨놓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몰빵’보다 분산투자 효과 노려야
전체 연금저축 가입자의 56%를 차지하는 생명보험회사의 연금저축 가입자도 연금저축보험 계좌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상품과 유사하게 공시이율로 운용하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 연금저축보험 가입자가 일차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은 적용하는 이율이다. 만일 공시이율에 만족한다면 유지하고, 그렇지 않으면 연금저축펀드 계좌로 계약이체를 하면 된다.
퇴직연금과 변액연금의 경우, 먼저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펀드에 어떤 것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회사마다, 상품마다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종류가 다르다. 초기에는 펀드 수가 적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펀드에 투자가 가능해졌다. 국내 주식형은 성장형과 가치형에, 채권형은 국내 채권뿐 아니라 해외 채권에도, 주식형은 국내는 물론 지역별, 글로벌 펀드까지 가입할 수 있다.
자산을 몇 종류에 나눠 배분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비율로 배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자산배분은 분산투자 효과를 얻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한곳에 ‘몰빵’하는 것보다 여러 곳에 분산한 자산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게 해주고, 또 리스크 관리에도 용이하다. 여기서 자산배분 이론의 선구자이자 전 세계 연기금 매니저의 롤 모델로 꼽히는 데이비드 스웬센 예일대 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포트폴리오 구성 과정에서 분산을 얻으려면 개별 자산군에 대한 배분이 해당 포트폴리오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정도가 돼야 하는데, 자산군별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최소 5~10%는 돼야 한다. 또한 분산을 위해서는 어떤 개별 자산군도 포트폴리오를 좌우해선 안 되기 때문에 각 자산군이 포트폴리오 자산의 25~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금물이다.”
물론 스웬센의 얘기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편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수적이고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과 사회 초년병의 포트폴리오는 다를 수밖에 없다. 가장 간단하게는 국내 주식, 해외 주식, 국내 채권, 해외 채권에 4분의 1씩 나눠 투자할 수도 있다(여기서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은 글로벌 펀드를 의미).
자산배분에 대한 완벽한 답은 없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자산배분이 투자 성과에 결정적 구실을 한다는 점이다. 잠자는 개인연금을 깨워 자신에게 맞는 자산배분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짜 자산을 불려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포트폴리오를 교체하지 않는 이유
자산배분은 보유 자산을 여러 종류의 투자 상품에 나눠 분산하는 것을 말한다. 연기금이나 투자신탁회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성과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는 이구동성으로 장기투자 수익의 90% 이상이 자산배분에서 결정된다고 주장하며, 이는 자본시장에서 정설로 굳어졌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산배분에 대한 고민보다 투자 성과에 부차적인 요소인 마켓 타이밍, 종목 선택에 더 열을 올린다.
투자 대가인 찰스 엘리스 예일대 기금위원장은 “자산배분에 대한 투자 결정이 가장 중요한데도 투자자들은 보통 시간과 자원을 자산배분에 활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노후생활의 재원인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보면, 자산배분에 대한 의사결정은 고사하고 고민 흔적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 가입자 12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와튼스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7년 기준 가입자의 80%는 단 한 번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 한 번 조정한 11%를 합치면, 연구 대상 120만 명 가운데 9%만 포트폴리오를 2번 이상 조정한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실증적인 연구 데이터가 없다. 하지만 실제 몇몇 회사의 데이터를 보면, 가입 시점에 선택한 방식을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은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먼저 심리적 측면에서 ‘현상 유지 편향’을 지니기 때문이다. 일단 투자 상품을 처음 결정하면 사람들은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분기에 한 번씩 운용 보고서가 와도 일별하고 버릴 뿐, 수익률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교체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그렇다고 특별히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해온 대로 그냥 유지만 할 뿐이다. 이처럼 인간은 기존 상태에 머무르려는 심리적 속성이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 대가가 결코 싸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가입자가 스스로 운용해야 하는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연금저축, 변액연금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이들 연금 상품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첫째, 가입자가 직접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품이라는 점이고 둘째, 상품 안에 펀드 여러 개로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자기 결정권이 있으며 포트폴리오 투자, 즉 자산배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연금이 어떤 펀드에 가입됐는지, 또 어떤 포트폴리오로 돼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금융회사가 알아서 해주는 것도 아니다. 연금 주인인 투자자가 가만히 있고, 금융회사 역시 매달 꼬박꼬박 돈이 들어오니 연금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겠다고 굳이 나서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초기 투자가 변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다.
지금부터 긴 겨울잠에 빠진 자신의 연금 상품을 깨우도록 하자. 먼저 연금저축부터 살펴보면, 연금저축은 2013년 전환점을 맞았다. 상품이 아닌 계좌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계좌인 만큼 여러 상품에 동시 가입할 수 있고, 운용도 가능하다. 만일 기존 증권사에서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했다면, 연금저축펀드 계좌를 만들어 옮겨놓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몰빵’보다 분산투자 효과 노려야
퇴직연금은 적절한 자산배분 전략이 필요하다.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스쿨의 강의 장면.
퇴직연금과 변액연금의 경우, 먼저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펀드에 어떤 것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회사마다, 상품마다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종류가 다르다. 초기에는 펀드 수가 적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펀드에 투자가 가능해졌다. 국내 주식형은 성장형과 가치형에, 채권형은 국내 채권뿐 아니라 해외 채권에도, 주식형은 국내는 물론 지역별, 글로벌 펀드까지 가입할 수 있다.
자산을 몇 종류에 나눠 배분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비율로 배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자산배분은 분산투자 효과를 얻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한곳에 ‘몰빵’하는 것보다 여러 곳에 분산한 자산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게 해주고, 또 리스크 관리에도 용이하다. 여기서 자산배분 이론의 선구자이자 전 세계 연기금 매니저의 롤 모델로 꼽히는 데이비드 스웬센 예일대 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포트폴리오 구성 과정에서 분산을 얻으려면 개별 자산군에 대한 배분이 해당 포트폴리오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정도가 돼야 하는데, 자산군별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최소 5~10%는 돼야 한다. 또한 분산을 위해서는 어떤 개별 자산군도 포트폴리오를 좌우해선 안 되기 때문에 각 자산군이 포트폴리오 자산의 25~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금물이다.”
물론 스웬센의 얘기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편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수적이고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과 사회 초년병의 포트폴리오는 다를 수밖에 없다. 가장 간단하게는 국내 주식, 해외 주식, 국내 채권, 해외 채권에 4분의 1씩 나눠 투자할 수도 있다(여기서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은 글로벌 펀드를 의미).
자산배분에 대한 완벽한 답은 없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자산배분이 투자 성과에 결정적 구실을 한다는 점이다. 잠자는 개인연금을 깨워 자신에게 맞는 자산배분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짜 자산을 불려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