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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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고사 배경… 尹 정부 ‘檢 출신’과 ‘모피아’ 간 영토 전쟁 성격도

초반 주도권은 검찰이 잡아… 금감원장 인선 관심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2-06-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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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됐다 스스로 고사 의사를 밝히며 물러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진 제공 · IIBK기업은행]

    윤석열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됐다 스스로 고사 의사를 밝히며 물러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진 제공 · IIBK기업은행]

    윤석열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내정됐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스스로 고사 의사를 밝혀 내막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행장은 5월 28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여기서 물러나는 게 순리인 것 같다”며 “새 정부 출범 초창기인데 부담을 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맏형 격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윤 행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내면서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부동산정책 등 국민의힘이 실패한 경제정책으로 규정한 주요 정책들에 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권 원내대표는 5월 26일 인천 계양을 지역 현장 원내대책회의 후 이어진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주도하거나 비호한 사람이 새 정부 국무조정실장을 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결국 윤 내정자는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정재계 안팎에서는 윤 내정자가 고사한 진짜 배경에 대해 “전·현 정부의 대립 구도는 표면적 이유일 뿐,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영토 싸움이 존재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현재 윤석열 정부 내 핵심 인사 가운데 검찰 출신과 모피아(재정·금융 관료+마피아) 출신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윤 행장을 국무조정실장으로 추천한 이는 한덕수 국무총리로, 한 총리는 과거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이번 윤 내정자 사퇴를 계기로 정계에서는 “초반 주도권은 검찰이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피아는 과거 한국 경제발전에 큰 공을 세운 것은 맞지만, 경제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온 이후에도 관치(官治)를 내세우며 자기 세력 구축을 위한 폐쇄적 행태를 보여 비판받았다. 윤 행장은 경남 밀양시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기획재정부(기재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 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특명전권대사 등을 역임했으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1년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장차관급, 대통령비서실 檢 장악

    5월 26일 인천 계양구 윤형선 국민의힘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현장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5월 26일 인천 계양구 윤형선 국민의힘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현장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했거나 후보자로 내세운 장차관급 이상,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인사 중에는 검찰과 기재부 출신이 월등히 많다. 먼저 대통령실 기획관과 비서관에 검찰 출신이 대거 임명됐다. 먼저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을 대체해 신설한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에는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이 임명됐다. 복 인사기획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검찰 인사 및 행정 사무를 총괄하는 대검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인사기획관 산하 인사비서관에는 이원모 전 대전지검 검사가 임명됐다. 이 인사비서관은 대전지검에서 근무할 당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사건 수사를 맡았다.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에는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이 임명됐다. 윤 총무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평검사일 때부터 수사관으로 함께 일한 최측근으로, 과거 검찰 재직 당시 성비위 사건으로 두 차례 징계성 처분을 받은 데 이어, 2002년 출간한 시집에서 지하철 내 성추행을 ‘사내아이들의 자유’라고 묘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 법률자문을 하는 법률비서관 자리에는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발탁됐다. 주 법률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2019년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 좌천성 인사가 나 검찰을 떠났다. 대통령실 내부 감찰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이 임명됐다. 이 공직기강비서관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담당검사로 재직할 당시 증거 조작 사안과 관련해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는 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 부속실장 자리에는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이 기용됐다. 부속실장은 대통령이 받아보는 각종 보고서를 전달하는 길목이자 대통령 일정을 총괄하는 부서로 ‘실세 중 실세’로 꼽힌다. 강 실장은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평검사일 때부터 함께 일해 20여 년간 인연을 쌓았고, 영부인을 전담하는 제2부속실이 폐지됨에 따라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업무도 맡을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내각에도 검찰 출신 인사들을 전면 배치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이완규 법제처장, 이노공 법무부 차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직무 배제를 당하고 징계 처분을 받았을 때 ‘징계불복 행정소송’ 변론을 맡았다. 국가보훈처장에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특별보좌역을 맡아온 검찰 출신 박민식 전 의원이 임명됐다. 박 국가보훈처장은 경기 성남시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마를 준비하다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나서면서 출마를 접었다.

    기재부 관료 출신들의 등용도 만만치 않다. 한덕수 국무총리(제8회 행정고시)를 비롯해 추경호(제25회 행정고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김대기(제22회 행정고시) 대통령비서실장, 최상목(제29회 행정고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행정고시 기수를 바탕으로 선후배 관계가 끈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 나오나

    한 국무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았고, 추 경제부총리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기재부 1차관 등을 거쳤다. 김 비서실장 역시 기획예산처 등에서 근무한 정통 경제 관료이고, 최 경제수석은 박근혜 정부에서 기재부 1차관을 맡기까지 오랜 기간 기재부에서 일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경제수석뿐 아니라 대통령비서실장, 국무총리, 경제부총리까지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꾸려지면서 ‘경제 원팀’이 정책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기재부가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 권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검찰 대 모피아의 기 싸움은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인선을 둘러싸고도 나타나는 분위기다. 역대 금감원장에는 기재부나 금융위원회 등 정통 금융 관료 출신이나 교수 출신자가 많이 기용됐다. 하지만 현재 금감원 안팎에서는 첫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나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후보로는 정연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연수원 16기), 이석환 법무법인 서정 대표변호사(연수원 21기)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각각 서울대,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금융위, 금감원 근무 경험이 있다. 정 변호사는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대구지검 검사 등을 거쳐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파견돼 심사분석실장을 맡았고, 금감원 자본시장조사본부장, 기업공시·금융투자업검사·자본시장조사담당 부원장보를 지냈다.

    이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을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법률자문관, 금감원 통합자문관, 공정거래위원회 법률자문관 등을 역임했다. 이 밖에 박은석 법무법인 린 변호사(연수원 20기),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연수원 24기) 등이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는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협력부회장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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