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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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풀무원…식품 기업들이 비건 레스토랑에 꽂힌 이유

파인 다이닝 vs 캐주얼 레스토랑 대결… 250만 비건 시장 선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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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2-06-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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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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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말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대전망 2019’를 통해 2019년을 ‘비건의 해’로 예측했다. 3년이 지난 현재 비건은 식품은 물론 화장품, 의류, 자동차 시트까지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됐고, 비건 인구가 많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일례로 2012년부터 미쉐린 3스타를 획득했고 2017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오른 미국 뉴욕의 ‘일레븐 매디슨 파크’는 지난해 아예 비건 레스토랑으로 재오픈해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3월 문을 닫았다가 6월 영업을 재개하면서 비건 레스토랑으로 변신을 공언한 것이다. 당시 재오픈을 앞두고 1만5000여 명 대기자 명단을 확보하는 등 7월까지 모든 예약이 매진될 만큼 인기를 모았다.

    한국에서도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비거니즘(Veganism)이 사회를 이끄는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비거니즘이란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를 넘어 동물 화학실험을 하는 제품이나 동물성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철학이자 삶의 방식을 일컫는다. 건강상 이유로 채식을 선택하던 기성세대와는 결이 다르다. 동물 복지와 윤리적 소비,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관심이 비건 라이프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다. 특히 환경오염의 주원인 중 하나인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량의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하며, 이 중 소가 배출하는 양이 65%에 이른다. 독일·대만·스웨덴 공동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2050년까지 전 세계 쇠고기 소비의 20%를 미생물 발효육으로 대체하면 삼림 파괴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식단에서 고기와 유제품을 제외하면 ‘탄소 발자국’(개인, 기업, 국가 등이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체 과정을 통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3분의 2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식품업계 대체육 시장 선점 노력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 명에서 2018년 150만 명으로 10배 수준으로 늘었고, 지난해 말 25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건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은 전국 350~400개로 추정되며, 그나마 개인사업자 위주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1위 라면 기업 농심과 대표적인 식품 기업 풀무원이 나란히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

    대체육으로 대표되는 식물성 식품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마켓데이터는 전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가 지난해 53억6400만 달러(약 6조6570억 원)에서 2023년 60억3600만 달러(약 7조49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체육 시장도 성장하는 추세다. 한국의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6년 1410만 달러(약 175억 원)에서 2020년 1740만 달러(약 216억 원)로 커졌고, 2025년에는 2260만 달러(약 280억4660만 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농심과 풀무원이 비건 브랜드 론칭에 이어 비건 레스토랑을 열면서 대체육 시장 선점을 위한 식품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두 기업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MZ세대 비건층을 공략하고 있다.



    비건 외식 사업 확대 기대되는 풀무원

    싱그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플랜튜드’ 레스토랑 전경. [사진 제공 · 풀무원]

    싱그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플랜튜드’ 레스토랑 전경. [사진 제공 · 풀무원]

    풀무원의 생활서비스 전문기업 ㈜풀무원푸드앤컬처가 5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지하 1층에 문을 연 ‘플랜튜드’는 퓨전 메뉴를 중심으로 한 캐주얼 레스토랑이다. 이곳은 비건표준인증원으로부터 비건 레스토랑 인증을 받았다. 비건 레스토랑은 전 메뉴의 비건 인증은 물론, 1차 원료와 식자재뿐 아니라 주방 설비, 조리도구, 식기 등 매장 내 조리 환경까지 엄격하게 심사하는 까다로운 인증을 거쳐야 한다. ‘플랜튜드(Plantude)’는 식물성을 의미하는 플랜트(Plant)와 태도의 애티튜드(Attitude)의 합성어다. 식물성 지향 식단으로 맛있고 즐거운 식사를 제공하고, 지구와 환경까지 생각하는 태도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144.6㎡ 규모의 공간에 오픈 키친 구조를 갖췄으며, 총 47석이 마련돼 있다.

    식물성 대체육인 직화불고기를 간장 베이스로 볶아 다양한 식감의 채소와 곁들여 먹는 플랜트 소이불고기 덮밥. [사진 제공 · 풀무원]

    식물성 대체육인 직화불고기를 간장 베이스로 볶아 다양한 식감의 채소와 곁들여 먹는 플랜트 소이불고기 덮밥. [사진 제공 · 풀무원]

    플랜튜드에서는 풀무원의 식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100% 식물성 퓨전 메뉴를 맛볼 수 있다. ‘플랜트 소이불고기 덮밥’ ‘두부 카츠 채소 덮밥’ ‘트리플 감태 화이트 떡볶이’ ‘크럼블두부 비빔밥&순두부 스튜’ 등 13종이 준비돼 있다. 가격은 1만 원대 안팎이다. 대표 메뉴인 플랜트 소이불고기 덮밥은 풀무원이 자체 연구개발한 식물성 대체육인 직화불고기를 간장 베이스로 볶아 다양한 식감의 채소와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두부 카츠 채소 덮밥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두부 카츠에 풀무원 특제 김치렐리쉬 데미소스를 곁들여 구운 채소와 함께 먹는 요리다. 메뉴뿐 아니라 공간 구성에도 공을 들였다는 평이 많다. 지구와 환경이 연상되는 그린을 베이스 컬러로 사용했고, 콩 자갈을 통해 자연을 거니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풀무원은 플랜튜드를 발판 삼아 향후 비건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엑스몰 매장을 ‘플랜튜드 1호점’으로 명시한 만큼 향후 2호점도 오픈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향후 프랜차이즈 전환과 관련해 가능성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식품 제조와 외식전문점 운영 노하우를 살려 플랜튜드를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체육 마케팅 일조, 농심의 비건 파인 다이닝

    그린 컬러와 천연 자재를 사용해 인테리어를 연출한 ‘포리스트 키친’. [사진 제공 · 농심]

    그린 컬러와 천연 자재를 사용해 인테리어를 연출한 ‘포리스트 키친’. [사진 제공 · 농심]

    농심이 5월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6층에 문을 연 ‘포리스트 키친’은 플랜튜드와 콘셉트가 전혀 다르다. 미국 뉴욕 미쉐린 1·2스타 레스토랑에서 근무했던 김태형 총괄셰프가 이끄는 비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다양한 비건 메뉴로 구성된 고급스러운 단일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 등 대체육을 개발하며 쌓아온 농심의 기술력에 김태형 셰프의 노하우를 접목한 고급 메뉴가 강점으로 꼽힌다.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은 숲(Forest)과 주방(Kitchen)을 합한 말로, 자연의 건강함을 담은 메뉴를 제공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휴식(For Rest)으로도 읽히는 만큼 고객의 힐링과 지구 환경에 기여하겠다는 뜻도 들어 있다. 7가지 메뉴로 구성된 점심 코스(5만5000원)와 10가지 메뉴의 저녁 코스(7만7000원)가 준비돼 있다. 제철 식재료를 주재료로 사용하되 식재료 본연의 맛과 대체육이 최대한 조화를 이루도록 메뉴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코스 중 3가지 요리에 대체육이 사용된다. 또한 코스 메뉴는 제철 재료에 따라 주기적으로 달라진다. 농심 관계자는 “비건 문화 확산과 대체육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식문화를 열어가고자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됐다”며 “프리미엄 다이닝을 맛보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 소비까지 실천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리스트 키친의 디너 코스 메뉴. [사진 제공 · 농심]

    포리스트 키친의 디너 코스 메뉴. [사진 제공 · 농심]

    대표 메뉴는 코스의 첫 요리이자 레스토랑의 이름을 담은 ‘작은 숲’이다. 숲으로 꾸민 트레이에 제철 채소를 이용한 한입거리 음식과 콩 커스터드, 콩 꼬치 등을 담아냈다. 도시적인 이미지와 자연이 어우러진 데커레이션, 은은한 편백나무 향이 미각을 돋운다. 초록색과 원목 소재, 천연 자재를 주로 사용해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 온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친환경 인테리어도 눈길을 끈다. 가스화구 대신 인덕션을 설치해 탄소배출량 줄이기에 동참했고, 마스크봉투는 재생지를 사용했다. 권위 있는 글로벌 비건 인증기관인 프랑스 ‘EVE(이브)’의 인증도 진행 중이다. 이브는 매장 오픈 2~3개월 후 꼼꼼한 현장 실사를 거쳐 식재료 등 모든 과정을 확인하고 인증을 부여한다.

    포리스트 키친은 플랜튜드와 달리 매장 확장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화한 만큼 비건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소비를 지향하는 비(非)채식주의자들도 농심의 비건 식품을 체험해보는 마케팅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재계에서는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기업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비건 식품 노하우를 갖춘 기업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소비자에게 자연스레 비건 식문화 경험을 제공하면서 비건식을 친숙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비건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향후 해당 기업들이 레스토랑 메뉴를 밀키트로 제작하는 등 사업 확대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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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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