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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비거니즘(Veganism)이 사회를 이끄는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비거니즘이란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를 넘어 동물 화학실험을 하는 제품이나 동물성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철학이자 삶의 방식을 일컫는다. 건강상 이유로 채식을 선택하던 기성세대와는 결이 다르다. 동물 복지와 윤리적 소비,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관심이 비건 라이프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다. 특히 환경오염의 주원인 중 하나인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량의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하며, 이 중 소가 배출하는 양이 65%에 이른다. 독일·대만·스웨덴 공동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2050년까지 전 세계 쇠고기 소비의 20%를 미생물 발효육으로 대체하면 삼림 파괴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식단에서 고기와 유제품을 제외하면 ‘탄소 발자국’(개인, 기업, 국가 등이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체 과정을 통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3분의 2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식품업계 대체육 시장 선점 노력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 명에서 2018년 150만 명으로 10배 수준으로 늘었고, 지난해 말 25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건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은 전국 350~400개로 추정되며, 그나마 개인사업자 위주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1위 라면 기업 농심과 대표적인 식품 기업 풀무원이 나란히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대체육으로 대표되는 식물성 식품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마켓데이터는 전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가 지난해 53억6400만 달러(약 6조6570억 원)에서 2023년 60억3600만 달러(약 7조49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체육 시장도 성장하는 추세다. 한국의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6년 1410만 달러(약 175억 원)에서 2020년 1740만 달러(약 216억 원)로 커졌고, 2025년에는 2260만 달러(약 280억4660만 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농심과 풀무원이 비건 브랜드 론칭에 이어 비건 레스토랑을 열면서 대체육 시장 선점을 위한 식품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두 기업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MZ세대 비건층을 공략하고 있다.
비건 외식 사업 확대 기대되는 풀무원
싱그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플랜튜드’ 레스토랑 전경. [사진 제공 · 풀무원]
식물성 대체육인 직화불고기를 간장 베이스로 볶아 다양한 식감의 채소와 곁들여 먹는 플랜트 소이불고기 덮밥. [사진 제공 · 풀무원]
풀무원은 플랜튜드를 발판 삼아 향후 비건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엑스몰 매장을 ‘플랜튜드 1호점’으로 명시한 만큼 향후 2호점도 오픈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향후 프랜차이즈 전환과 관련해 가능성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식품 제조와 외식전문점 운영 노하우를 살려 플랜튜드를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체육 마케팅 일조, 농심의 비건 파인 다이닝
그린 컬러와 천연 자재를 사용해 인테리어를 연출한 ‘포리스트 키친’. [사진 제공 · 농심]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은 숲(Forest)과 주방(Kitchen)을 합한 말로, 자연의 건강함을 담은 메뉴를 제공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휴식(For Rest)으로도 읽히는 만큼 고객의 힐링과 지구 환경에 기여하겠다는 뜻도 들어 있다. 7가지 메뉴로 구성된 점심 코스(5만5000원)와 10가지 메뉴의 저녁 코스(7만7000원)가 준비돼 있다. 제철 식재료를 주재료로 사용하되 식재료 본연의 맛과 대체육이 최대한 조화를 이루도록 메뉴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코스 중 3가지 요리에 대체육이 사용된다. 또한 코스 메뉴는 제철 재료에 따라 주기적으로 달라진다. 농심 관계자는 “비건 문화 확산과 대체육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식문화를 열어가고자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됐다”며 “프리미엄 다이닝을 맛보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 소비까지 실천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리스트 키친의 디너 코스 메뉴. [사진 제공 · 농심]
포리스트 키친은 플랜튜드와 달리 매장 확장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화한 만큼 비건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소비를 지향하는 비(非)채식주의자들도 농심의 비건 식품을 체험해보는 마케팅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재계에서는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기업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비건 식품 노하우를 갖춘 기업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소비자에게 자연스레 비건 식문화 경험을 제공하면서 비건식을 친숙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비건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향후 해당 기업들이 레스토랑 메뉴를 밀키트로 제작하는 등 사업 확대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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