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발생한 내부 직원의 횡령 사건이 기업 ESG 등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GettyImages]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통칭하는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기업 활동이 ESG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평가해 투자에 반영하는 지속가능 투자가 확산하고 있다. 기업마다 앞다퉈 ESG 전담 부서나 위원회를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연금도 ESG 평가체계 개선 작업과 함께 ESG 투자 강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 ESG 등급을 평가하는 기관으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등이 있다. KCGS가 매년 발표하는 ESG 등급은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상장회사에서 ESG와 관련해 발생 가능한 위험 수준을 미리 파악하고 투자 의사 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지표로 쓰인다. KCGS의 올해 평가 대상 기업은 지난해 대비 35개사가 늘어난 총 1040개사다.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 777개사, 코스닥 상장회사 205개사, 비상장회사(금융회사) 58개사다.
2018년 이후부터 정기적으로 등급 조정을 해온 KCGS는 2020년부터는 1년에 4회씩 분기별로 등급 조정을 하고 있다. ESG 평가팀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이슈를 선정한 뒤 등급위원회에 안건 상정 및 결의를 하고, 등급 조정을 공시한다.
LG유플러스 팀장급 직원, 수십억 횡령 후 출국
올해 초 KCGS는 대규모 횡령 사태가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의 ESG 등급을 조정했다. 내부통제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ESG 등급 중 지배구조(G) 부문은 B등급에서 D등급으로, 통합 등급은 B에서 C로 하향 조정됐다. 당초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 금액은 1880억 원(자기 자본금 대비 91.81%)으로 알려졌으나 정정 공시를 통해 2215억 원(자기 자본금 대비 108.18%)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그렇다면 최근 횡령 사건이 발생한 LG유플러스와 우리은행, 아모레퍼시픽의 ESG 등급은 어떻게 될까. 지난해 LG유플러스의 ESG 등급 중 지배구조 부문과 통합 등급은 모두 A등급이었다. 우리은행의 ESG 등급 중 지배구조 부문은 B등급이었다. 아모레퍼시픽과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ESG 등급 중 지배구조 부문은 A등급이고, 통합 등급 역시 A등급이었다.
3월 LG유플러스에서는 본사에 근무하던 영업직 팀장급 직원이 수수료 수십억 원을 횡령한 뒤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LG유플러스는 서울 용산경찰서에 업무상 배임 혐의로 해당 직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직원은 일부 대리점과 짜고 가상의 고객사와 허위 계약을 맺은 뒤 회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직원은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 영업직원 3명, 35억 횡령 수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매년 발표하는 ESG 등급. [GettyImages]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내부 감사를 통해 영업직원 3명의 횡령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전원 징계 조치(해고)했다고 밝혔다. 횡령 액수는 35억 원이고 대부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18일에는 횡령으로 적발된 3명을 용산경찰서에 고소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상황이라 따로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KCGS의 평가 일정에 따르면 6월은 사전조사와 기본 평가 및 심화 평가 기간이다. KCGS가 수집한 데이터에 대해 평가 대상 기업이 확인하고 수정과 보완을 요청하는 기업 피드백 기간은 7~9월 초다. KCGS 관계자는 “ESG 등급은 10월 중순쯤 나올 예정”이라며 “(자기 자본금 대비 횡령 규모와 내부관리시스템 미비 문제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가 분리된 게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내부 횡령 발생해도 공시 안 하는 이유
최근 내부 횡령 사건이 발생한 주요 기업은 대부분 횡령·배임 공시를 하지 않았다. 임원이 횡령한 게 아니었고, 횡령 액수가 공시 의무 비율 미만이면 규정상 공시를 강제할 수도 없다.한국거래소 공시 규정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 법인 직원이 자기 자본금 대비 5% 이상 횡령·배임 시 공시 의무가 있으며, 대기업의 경우 자기 자본금 대비 2.5% 이상인데 최근 횡령 사건이 발생한 기업들의 횡령 액수는 이보다 적었다. 임원의 횡령·배임 시에는 금액과 상관없이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다만 횡령 사건이 터질 때마다 피해를 보는 건 소액주주라는 점에서 투자자 사이에서는 상장사 횡령 공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