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4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조금 이따 합당하고 싶은 것 같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맨 오른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4월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나란히 꽃다발을 들고 있다. [동아DB]
안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3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선거대책위원회 △국민의힘과 합당 △범야권 대통합 등 3단계에 걸쳐 정권교체를 이룰 것이라고 약속했다. 단일화 직전인 3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단일화에 실패해도 합당할 것이냐”는 물음에 “어떤 경우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4·7 재보궐선거 이후 최고위원회의 등 공개석상에서 합당 대신 ‘야권 대통합’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구체적 언급을 피해왔다.
재보선 이후 합당 논의가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4월 1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안 대표는 (합당을) 조금 이따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선(先)전당대회 후 합당을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4월 14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사이에 합당과 관련된 진전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안 대표가 합당을 서두르고 싶다, 이따 하고 싶다 하는 것 자체가 합당이라는 과정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아니다. 당원들의 의견 수렴과 결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4월 1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바깥에 있고, 금태섭 전 의원도 제3지대 신당 창당 움직임을 시작했다. (안 대표도) 본인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안 대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발생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지지율을 역전당한 후 합당하겠다고 했다. 야권 단일화 승리를 위해 내건 포석인데,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약속이 유효할지는 예측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안 대표는 당직자들을 만나며 당내 여론을 파악하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4월 14일 “안 대표가 당내 구성원들에게 합당 시기와 방법, 윤석열 전 총장과의 관계 설정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4월 16일부터 23일까지 전국 7개 시도당을 돌며 당원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면서 “합당에 대한 안 대표의 구체적인 생각을 당직자에게 따로 전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에 이념적으로 반감을 가지는 당원도 상당하지만 결과적으로 안 대표 바람대로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 지도자 안주는 손쉬운 선택”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YS(김영삼 전 대통령) 모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념을 초월한 합당을 발판 삼아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아니냐는 것이다. 재보선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지적된 조직력 문제도 합당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당내 목소리도 있다.13대 총선에서 59석 확보에 그친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는 1990년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하고 3년 후 대통령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발간한 ‘김영삼 회고록’에서 “야당 지도자로 남는 것은 현상에 안주하는 것이다. 그것은 차라리 손쉬운 선택이다. 그러면 누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는가”라고 회상했다. 야합을 벌였다는 비판이 일자 김 전 대통령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답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단일화 패배 다음 날인 3월 24일 빨간 넥타이를 매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호응을 얻었다. 보수정당과 각을 세우던 최근 10년간 정치 행보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안 대표는 서울과 부산 유세장을 누비며 중도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 시장은 4월 8일 당선이 확실시되자 “우리 당을 위해 힘써주고 이 자리에 함께해준 안철수 대표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안 대표에게 꽃다발을 건네기도 했다.
다만, 분석가들은 안 대표가 YS 모델을 따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박성민 대표는 “YS 모델의 핵심은 승부수를 던지는 결단이다. 안 대표가 정치적 결단에 따라 합당을 내걸었다면 (자신이 우세를 보인) 1, 2월에 합당을 언급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장 도전에 실패한 안 대표 입장에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PK(부산·경남) 맹주로 지역 기반이 탄탄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안철수 대표의 상황은 다르다. 서울시장 당선에 실패했는데 바로 대권에 도전하면 유권자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 국민의힘과 합당해 당내 대권주자를 도와주면서 차차기 대선을 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실 정치에서 제3지대가 성공하기란 어렵다. 결과적으로는 윤 전 총장도 국민의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가 윤 전 총장을 돕는다면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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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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