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시흥동 아파트 단지. [사진 제공 · 금천구청]
검색량 데이터를 살펴보면 ‘집값전망’의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량은 지난해 10월 이후 급증해 올해 2월 최고치를 기록했다(그래프1 참조). 이는 지난 수년간 집값 상승폭이 정상적 수준인지, 혹은 여전히 매수해도 좋을 만큼 매력적 가격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는 증거다. 집값에 대한 불안심리가 빠르게 확산했기에 올봄 너도나도 검색창에 ‘집값전망’을 입력하며 불안감을 억누르거나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고 인터넷 검색 빈도가 높은 30, 40대 젊은 층이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거주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집값전망’ 검색량 트렌드는 수도권 부동산을 향한 대중 심리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견고하던 ‘부동산 불패’ 심리에 금이 가기 시작한 2021년 봄, 빅데이터를 통해 시장의 리스크를 진단하고 숨겨진 기회 지역을 살펴보자.
금천구 집값 상승 이끈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동아DB]
강동구와 성북구는 최근 가격이 급등했으나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불안한 상승 기류라고 할 수 있다. 두 지역 모두 최근 2년간 신규 입주가 대규모로 이뤄진 와중에 입주 20년 차 이상 고령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급등했다. 하지만 최근 거래량과 가격 흐름 간 괴리가 심해지면서 재건축이 요원한 고령아파트가 하락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8년 당시 3.3㎡ 평균 가격이 3000만 원을 넘어선 서울의 5개 자치구 중 최근 3년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성동구는 올해 거래량과 가격 모두 약세를 보이며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다. 성동구 역시 20년 차 이상 고령아파트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옥수동과 금호동 한강변 아파트는 여전히 높은 호가를 유지하며 ‘한강프리미엄’을 인정받고 있다.
압구정, 여의도 재건축단지 검색량 상승
서울 주택시장을 대표하는 강남구, 서초구는 높은 가격대에도 거래량 감소세가 크지 않다. 강남권에서는 신축 아파트와 재건축 단지가 각각 차별화된 매수 심리를 보이고 있다. 강남권 대표 신축 단지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와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검색량이 꾸준히 감소하며 매수 심리가 약해지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 검색량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등해 검색량이 감소 중인 ‘개포재건축’과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그래프2 참조). 압구정 재건축 인기는 지난해 6·17 부동산대책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하지 못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는 ‘2년 거주’ 조건을 충족해야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압구정 4구역’은 2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연달아 5구역까지 조합설립인가를 획득해 ‘2년 거주’ 조건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강남 재건축 외에 서울 유망 재건축 단지들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데, 여의도 재건축은 목화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고 미성, 은하아파트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최근 검색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목동 재건축은 최근 11단지가 정밀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하며 재건축 기대감이 급랭기류로 돌아섰다.
인천 계양구 집값 전망 ‘맑음’
경기도 봄은 경기북부의 부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남부에 비해 소외돼 있던 북부에 훈풍을 불어넣은 것은 서울지하철 7호선, GTX-C 같은 철도 호재 외에도 ‘공공기관 이전’ 이슈를 꼽을 수 있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공공기관 이전 발표는 올봄 3차 이전 발표까지 이어져 경기북동부에 자리할 15개 공공기관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3차 이전 확정지 발표가 5월 말로 예정돼 있는 만큼 공공기관 이전 이슈는 하반기에도 꾸준히 경기북부 부동산 흐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대곡소사선의 ‘일산역 연장’은 그동안 삼송, 지축, 원흥 등 신규 택지에 밀려 고전하던 경기 일산서구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대곡소사선 일산역 연장 시 GTX-A, 서울지하철 3호선 대곡역, 서울지하철 5·9호선과 공항철도 김포공항역을 이용 가능해 서울 주요 업무지구까지 30분 내 도착할 수 있다.
의왕, 안양, 수원 등 재개발을 주도하던 지역은 거래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가격이 급등하는 ‘불안한 상승 기류’가 포착됐다. 지난 수년간 해당 지역 재개발 이슈는 가격에 충분히 선반영됐으므로 무리한 추격 매수는 삼가는 것이 좋다. 과거 경기도의 미분양 무덤이던 파주와 평택은 정부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덕분에 가격 상승폭을 키워왔는데, 마침 해당 지역 주력 산업인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산업이 ‘언택트 시대’ 수혜를 입으며 더욱 강력한 상승 기류를 만들고 있다.
인천은 송도의 강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연수구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와 더불어 4월 제물포터널 지하화 공사가 마무리돼 계양구 집값이 재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물포터널 지하화 사업’은 경인고속도로 일부인 여의대로에서부터 신월IC 구간까지 지하터널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와 연계해 신월IC~서인천IC 구간을 지하화하는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추가로 닻을 올리게 돼 계양구 집값 전망이 더욱 밝은 상황이다.
청주, 군산, 전주, 거제 쾌속질주 시동
지방 도시는 집값에 대한 의구심이 고조되는 수도권과 다른 분위기다. 미분양 다이어트에 성공한 지역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미분양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 지역으로는 충북과 전북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발표된 2월 미분양 통계에 따르면 충북의 미분양은 211가구, 전북은 227가구에 불과하다. 3년 전만 해도 수천 가구에 달하는 미분양이 쌓여 있던 도시가 천지개벽한 셈이다. 충북 대장 도시인 청주는 정부의 조정대상지역 규제에도 ‘정부 규제 지역=상승 예상 지역’이라는 주목 효과가 나타나며 거침없는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마침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규제로 시세보다 저렴한 민간 아파트 분양이 줄을 이으며 분양시장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북 군산은 한국GM발(發) 악재에도 SK로부터 2조 원가량 투자를 유치하는 등 ‘새만금개발’이 각광받으며 상승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그래프3 참조). 전북혁신도시는 혁신도시 중 경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기업을 유치하고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일자리 증가를 기록하면서 전주의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
경남 거제의 기반 산업인 조선업을 이끌고 있는 조선 3사는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총 114억 달러(약 12조7862억 원) 수주 실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거뒀는데, 올해 3월 삼성중공업이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고인 ‘3조 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쌓으며 침체돼 있던 거제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