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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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절반 20% 넘게 손실, 망한 종목 장기 보유하지 마라”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 “효자 종목 떠나보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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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1-04-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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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주식투자자 1000만 시대다. 한국예탁결제원이 공개한 ‘2020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소유자 현황’을 보면 2352개 상장사의 주식 소유자(중복 소유자 제외)는 919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300만 명가량 급증한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폭락했던 증시가 반등하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가 대거 주식시장에 신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자산관리회사 두물머리를 운영하는 천영록 대표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적당한 종목을 골라 1년가량 보유하면 50~55% 확률로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다르다. 하락장은 물론 상승장에서조차 5~10%만 수익을 낸다. 실제 돈을 버는 사람이 확률보다 훨씬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천 대표는 “대다수 사람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도 못한 구조적 실수를 끝없기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천 대표는 1500억 원 자산을 운용하는 핀테크 기업 대표이자 18만 구독자를 거느린 경제 유튜버, 베스트셀러 ‘부의 확장’ 저자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키움증권, KTB투자증권을 거쳐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에서 연봉 4억 원 넘는 프랍 트레이더(proprietary trader)로 일했다. 프랍 트레이더는 고객 돈을 운영하는 펀드매니저와 달리, 회사 자기자본을 운용해 수익을 낸다. 그는 2015년 ‘1% 상류층이 아닌, 다수의 보통 사람이 가지는 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싶어’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두물머리를 창업했다. 두물머리는 핀테크 자산관리 서비스 ‘불리오’와 ‘불릴레오’를 운영 중이다.


    투자 전 감당 손실 범위 생각해야

    10년 후를 예측하고 투자해야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GettyImages]

    10년 후를 예측하고 투자해야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GettyImages]

    왜 주식투자자 90~95%가 돈을 잃을까.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항상 2가지다. 하락을 예상하거나, 상승을 예상하거나. 투자를 잘하는 사람은 어떤 시선을 갖고 있든 시장이 출렁일 때 돈을 번다. 반대로 투자를 못 하는 사람은 상승, 하락 그 모든 상황에서 돈을 잃는다. 구입한 부동산을 사흘 뒤 되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주식 중에도 최소 3년은 갖고 가야 하는 장기투자 종목이 있고, 단기투자에 알맞은 종목이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런 특성을 무시한 채 장기 보유할 종목은 조금 올랐다고 팔아 효자를 떠나보내고, 단기투자 종목은 손실이 났다고 원금 회복을 기다리며 장기 보유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수익은 곤두박질치고 포트폴리오는 망가진다. 그 와중에 주식 사고팔기까지 반복하면 수수료를 계속 내야 하니 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같은 실수를 하는 이유가 있을 듯하다. 

    “투자는 어려운 일이다. 인간이다 보니 본능적으로 저지르는 30여 가지 실수가 있다. 투자를 잘한다는 건 곧 그 실수들을 파악하고 안 한다는 의미다.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주식을 사면 20% 넘게 손실이 날 가능성이 50%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희망적 사고만 한다. 그러다 20~30% 손실이 나면 머리가 하얗게 된다. 투자를 시작할 때 나는 어디까지 손실을 감당할 것이고, 어떤 상황에서는 이런 선택을 하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가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1000만 원을 가지고 주식시장에 들어갈 때 200만 원은 수수료로 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800만 원이 본전이라고 생각하면 여유가 있지만, 1000만 원을 원금이라고 생각하면 손실이 날 때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돈 벌 기회도 놓친다.” 

    증권사 트레이더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디나. 

    “트레이더가 가장 잘하는 게 스트레스 관리 같다. 일반인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큰 액수를 움직이면서 월 2%, 연 20% 이상 수익률을 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트레이더들도 손실이 나면 머리가 하얘지면서 판단력에 문제가 생겨 새로운 기회가 와도 잡지 못한 채 잘못된 행동을 하곤 한다. 그래서 평소 손실을 기정사실화하고 투자 원칙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이를 테면 ‘A처럼 손실이 나면 내가 실수했다는 의미이고, B처럼 손실이 나면 내게 더 큰 기회가 왔다는 의미’라는 식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손실을 본 적이 있나. 

    “트레이더는 자신이 벌어놓은 돈 안에서 손실 한도가 정해진다. 손해를 가장 많이 본 건 2억 원 정도다. 처음에는 1억 원 손실이 났다. 나는 그 상황을 다시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 생각했고, 회사에서도 선택권을 줬다. 예상과 달리 손실이 2억 원 가까이로 늘어났고, 그 순간 오늘은 그만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도 멘붕 상태는 아니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주니어 시절 최악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손실 한도가 300만 원이었는데 1700만 원을 한순간에 날렸다. 한 달 동안 벌어놓은 돈이 2000만 원 수준이었다. 그 돈을 거의 다 잃었다는 충격에다 자칫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공포까지 더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특수 상황이기는 했으나 손실이 나는 건 그 일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도 충격이다.” 

    전문가도 어려워하는데 일반인이 수익을 낼 수 있나. 

    “물론 트레이더처럼 매 순간 시장 변화를 탐지해 매년 20%, 30% 수익률을 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일반인에게는 장기투자를 권한다. 바로바로 수익을 내야 하는 투자는 어렵지만, 오히려 10년 뒤를 생각하면 투자가 쉬워진다. 당장 지난 10년만 돌이켜봐도 몇 가지 ‘메가트렌드’가 있었다. 정보기술(IT),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2차전지 등이다. 이런 분야가 각광받을 거라는 얘기는 7~8년 전부터 있었는데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유도 있다. 여의도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전문가는 3년간 실적을 내지 못하면 잘리기 때문에 그 후 움직일 종목에는 투자를 하지 못한다. 일반인은 이런 투자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10년간 보유하면 400%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이 제법 있다. 빌 게이츠가 ‘사람들은 10년을 과소평가하고, 1년을 과대평가한다’고 했는데 투자에 딱 맞는 말이다.” 

    10년 후 오를 종목을 어떻게 알까. 

    “일반인도 자기가 좋아하는 영역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10년 전쯤 IT업계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카카오가 이 업계를 다 잡아먹을 거 같으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했다. 개발자가 제일 센 데가 어디냐고 하면 네이버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는 국내보다 해외 트렌드가 더 잘 보이는 경우가 있다. 10년 후 중국이 더 성장해 있을 것이냐, 이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 회사도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 ETF(상장지수펀드)에 주로 투자하는데, 해외를 보면 그 안에 일반인도 예측할 수 있는 10년짜리 트렌드가 여럿 존재한다. 메가트렌드나 미래 사회를 알고 싶다면 막연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이 어떤 산업에 종사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에 관심 있는지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다.”


    세계적 부자들처럼 분산투자

    앞으로 찾아올 메가트렌드는 무엇일까. 

    “당장은 어렵겠지만 10년 뒤를 생각하면 ‘수명 연장’이 화두가 될 것 같다. 바이오 관련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반면, 비용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 산업지도가 다 바뀔 것이다. 노화 해결도 메가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유전자 관련 기술도 ETF로 슬슬 나오고 있는데 아직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건 20년짜리 베팅이라고 본다. 다만 개별 종목으로 투자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으니 ETF로 하면 좋을 것 같다.”
     
    ETF를 권유하는 건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다. 여러 종목을 담아두면 한 회사가 망해도 타격이 크지 않고, 기대하지 않았던 기업이 엄청 뜰 수도 있다. 직접투자를 하면 하루 종일 보게 되고,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 더 사서 넣는 우를 범하게 된다. 투자할 때는 목표를 정한 뒤 흔들림 없이 꾸준히 오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나쁜 투자자는 목표도, 투자 원칙도 없이 운 좋게 큰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끝없이 우왕좌왕하는 투자자다.” 

    ‘부자의 길’로 들어서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투자 방법은. 

    “수영을 모두 프로 선수처럼 배울 필요는 없다. 물에만 떠 있어도 좋은 거니까. 투자할 때도 재산의 40%가량을 주식과 채권 등에 분산투자를 한다. 주식만 하면 수익을 내기도, 오래 버티기도 쉽지 않다. 전 세계 자산군은 서로 번갈아가면서 빠지고 오른다. 그러면서 결국 오른다. 세계적 부자들은 그런 투자 배분이 잘돼 있다. 부동산, 주식, 채권, 기업을 가지고 있다. 그런 포트폴리오라면 자본주의가 가져오는 모든 부를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 이 포트폴리오 안에 메가트렌드 주식을 일부 담아두면 여유를 가지고 장기투자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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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이한경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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