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중식 기자]
디지털 자산관리회사 두물머리를 운영하는 천영록 대표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적당한 종목을 골라 1년가량 보유하면 50~55% 확률로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다르다. 하락장은 물론 상승장에서조차 5~10%만 수익을 낸다. 실제 돈을 버는 사람이 확률보다 훨씬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천 대표는 “대다수 사람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도 못한 구조적 실수를 끝없기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천 대표는 1500억 원 자산을 운용하는 핀테크 기업 대표이자 18만 구독자를 거느린 경제 유튜버, 베스트셀러 ‘부의 확장’ 저자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키움증권, KTB투자증권을 거쳐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에서 연봉 4억 원 넘는 프랍 트레이더(proprietary trader)로 일했다. 프랍 트레이더는 고객 돈을 운영하는 펀드매니저와 달리, 회사 자기자본을 운용해 수익을 낸다. 그는 2015년 ‘1% 상류층이 아닌, 다수의 보통 사람이 가지는 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싶어’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두물머리를 창업했다. 두물머리는 핀테크 자산관리 서비스 ‘불리오’와 ‘불릴레오’를 운영 중이다.
투자 전 감당 손실 범위 생각해야
10년 후를 예측하고 투자해야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GettyImages]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항상 2가지다. 하락을 예상하거나, 상승을 예상하거나. 투자를 잘하는 사람은 어떤 시선을 갖고 있든 시장이 출렁일 때 돈을 번다. 반대로 투자를 못 하는 사람은 상승, 하락 그 모든 상황에서 돈을 잃는다. 구입한 부동산을 사흘 뒤 되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주식 중에도 최소 3년은 갖고 가야 하는 장기투자 종목이 있고, 단기투자에 알맞은 종목이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런 특성을 무시한 채 장기 보유할 종목은 조금 올랐다고 팔아 효자를 떠나보내고, 단기투자 종목은 손실이 났다고 원금 회복을 기다리며 장기 보유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수익은 곤두박질치고 포트폴리오는 망가진다. 그 와중에 주식 사고팔기까지 반복하면 수수료를 계속 내야 하니 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같은 실수를 하는 이유가 있을 듯하다.
“투자는 어려운 일이다. 인간이다 보니 본능적으로 저지르는 30여 가지 실수가 있다. 투자를 잘한다는 건 곧 그 실수들을 파악하고 안 한다는 의미다.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주식을 사면 20% 넘게 손실이 날 가능성이 50%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희망적 사고만 한다. 그러다 20~30% 손실이 나면 머리가 하얗게 된다. 투자를 시작할 때 나는 어디까지 손실을 감당할 것이고, 어떤 상황에서는 이런 선택을 하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가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1000만 원을 가지고 주식시장에 들어갈 때 200만 원은 수수료로 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800만 원이 본전이라고 생각하면 여유가 있지만, 1000만 원을 원금이라고 생각하면 손실이 날 때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돈 벌 기회도 놓친다.”
증권사 트레이더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디나.
“트레이더가 가장 잘하는 게 스트레스 관리 같다. 일반인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큰 액수를 움직이면서 월 2%, 연 20% 이상 수익률을 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트레이더들도 손실이 나면 머리가 하얘지면서 판단력에 문제가 생겨 새로운 기회가 와도 잡지 못한 채 잘못된 행동을 하곤 한다. 그래서 평소 손실을 기정사실화하고 투자 원칙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이를 테면 ‘A처럼 손실이 나면 내가 실수했다는 의미이고, B처럼 손실이 나면 내게 더 큰 기회가 왔다는 의미’라는 식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손실을 본 적이 있나.
“트레이더는 자신이 벌어놓은 돈 안에서 손실 한도가 정해진다. 손해를 가장 많이 본 건 2억 원 정도다. 처음에는 1억 원 손실이 났다. 나는 그 상황을 다시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 생각했고, 회사에서도 선택권을 줬다. 예상과 달리 손실이 2억 원 가까이로 늘어났고, 그 순간 오늘은 그만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도 멘붕 상태는 아니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주니어 시절 최악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손실 한도가 300만 원이었는데 1700만 원을 한순간에 날렸다. 한 달 동안 벌어놓은 돈이 2000만 원 수준이었다. 그 돈을 거의 다 잃었다는 충격에다 자칫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공포까지 더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특수 상황이기는 했으나 손실이 나는 건 그 일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도 충격이다.”
전문가도 어려워하는데 일반인이 수익을 낼 수 있나.
“물론 트레이더처럼 매 순간 시장 변화를 탐지해 매년 20%, 30% 수익률을 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일반인에게는 장기투자를 권한다. 바로바로 수익을 내야 하는 투자는 어렵지만, 오히려 10년 뒤를 생각하면 투자가 쉬워진다. 당장 지난 10년만 돌이켜봐도 몇 가지 ‘메가트렌드’가 있었다. 정보기술(IT),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2차전지 등이다. 이런 분야가 각광받을 거라는 얘기는 7~8년 전부터 있었는데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유도 있다. 여의도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전문가는 3년간 실적을 내지 못하면 잘리기 때문에 그 후 움직일 종목에는 투자를 하지 못한다. 일반인은 이런 투자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10년간 보유하면 400%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이 제법 있다. 빌 게이츠가 ‘사람들은 10년을 과소평가하고, 1년을 과대평가한다’고 했는데 투자에 딱 맞는 말이다.”
10년 후 오를 종목을 어떻게 알까.
“일반인도 자기가 좋아하는 영역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10년 전쯤 IT업계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카카오가 이 업계를 다 잡아먹을 거 같으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했다. 개발자가 제일 센 데가 어디냐고 하면 네이버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는 국내보다 해외 트렌드가 더 잘 보이는 경우가 있다. 10년 후 중국이 더 성장해 있을 것이냐, 이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 회사도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 ETF(상장지수펀드)에 주로 투자하는데, 해외를 보면 그 안에 일반인도 예측할 수 있는 10년짜리 트렌드가 여럿 존재한다. 메가트렌드나 미래 사회를 알고 싶다면 막연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이 어떤 산업에 종사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에 관심 있는지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다.”
세계적 부자들처럼 분산투자
앞으로 찾아올 메가트렌드는 무엇일까.“당장은 어렵겠지만 10년 뒤를 생각하면 ‘수명 연장’이 화두가 될 것 같다. 바이오 관련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반면, 비용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 산업지도가 다 바뀔 것이다. 노화 해결도 메가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유전자 관련 기술도 ETF로 슬슬 나오고 있는데 아직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건 20년짜리 베팅이라고 본다. 다만 개별 종목으로 투자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으니 ETF로 하면 좋을 것 같다.”
ETF를 권유하는 건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다. 여러 종목을 담아두면 한 회사가 망해도 타격이 크지 않고, 기대하지 않았던 기업이 엄청 뜰 수도 있다. 직접투자를 하면 하루 종일 보게 되고,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 더 사서 넣는 우를 범하게 된다. 투자할 때는 목표를 정한 뒤 흔들림 없이 꾸준히 오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나쁜 투자자는 목표도, 투자 원칙도 없이 운 좋게 큰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끝없이 우왕좌왕하는 투자자다.”
‘부자의 길’로 들어서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투자 방법은.
“수영을 모두 프로 선수처럼 배울 필요는 없다. 물에만 떠 있어도 좋은 거니까. 투자할 때도 재산의 40%가량을 주식과 채권 등에 분산투자를 한다. 주식만 하면 수익을 내기도, 오래 버티기도 쉽지 않다. 전 세계 자산군은 서로 번갈아가면서 빠지고 오른다. 그러면서 결국 오른다. 세계적 부자들은 그런 투자 배분이 잘돼 있다. 부동산, 주식, 채권, 기업을 가지고 있다. 그런 포트폴리오라면 자본주의가 가져오는 모든 부를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 이 포트폴리오 안에 메가트렌드 주식을 일부 담아두면 여유를 가지고 장기투자를 할 수 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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