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후략)
안도현 시인의 시 ‘우리가 눈발이라면’처럼 세상은 비록 바람 불고 춥고 어두워도 가장 낮은 곳에서 따뜻한 함박눈이 돼 내린 이가 있다.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에게조차 버림받고 보육원에서 자랐을지라도,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10대 시절을 앵벌이 생활을 하며 겨우 먹고살았을지라도, 웨이터로 일하던 술집에 불을 지르려다 1년6개월 징역을 살았을지라도 말이다.
한 달 월급이 겨우 70만 원, 고시원 쪽방에 살면서 아이들을 후원하며 살았던 김우수 씨의 과거는 비록 외롭고 어둡고 쓸쓸했지만 지금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수감생활 중 잡지 ‘사과나무’에 나온 아이들의 사연을 우연히 접하고 후원을 시작한 그는 2006년부터 매달 5만~10만 원씩 어린이재단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후원했다. 그전까지 하루에 담배 2갑을 피우고 소주 2병을 마셨지만 아이들을 위해 모두 끊었다. 자신이 갑자기 죽으면 아이들 후원이 끊길까 봐 걱정돼 4000만 원짜리 종신보험도 들었다. 사후 장기기증도 서약했다. 아이 5명의 든든한 아빠였던 김우수 씨. 이랬던 그가 지난해 9월 중국집 배달 일을 하다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에 사랑을 베푼 김우수 씨를 기리는 영화가 11월 22일 개봉한다. 영화 제목은 ‘철가방 우수씨’. 영화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그의 삶을 따라간다. 극적 사건도, 이렇다 할 갈등도 없다. 그 흔한 베드신 하나 없다. 조용히 그가 살아간 삶을 따라갈 뿐이다. 각본을 직접 쓴 윤학렬 감독은 “영화 속 김우수라는 인물이 좀 더 극적인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었지만 실제 김우수 씨의 삶을 보고 그 마음을 떨쳐버렸다”며 “영화적 측면에서 우리 영화가 지루한 부분도 있겠지만 최대한 김우수 씨의 삶에 근접하게 조명하려 했다”고 설명한다.
담담하지만 실화가 주는 진한 감동
주인공 김우수 씨를 연기한 최수종(50)은 “실제 나와 그분의 모습은 정말 다르지만 그분의 삶만 따라가는 연기를 했다”며 “어떤 감동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고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우수 씨의 삶을 담담하게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주는 울림은 크다. 교도소에서 자신이 후원하는 아이에게 받은 편지를 들고 “내게도 감사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김우수 씨를 바라보는 관객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이 젖어든다. 힘들고 외로운 삶이지만 더 힘겹게 사는 이들을 위해 베푸는 김우수 씨의 모습에 감동하고, 늘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그의 삶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가 실천하는 나눔은 주변으로 전파된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용서하고 찾아가는 증권사 팀장 동일(김정균 분), 아픈 몸에도 아이들을 후원하려고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애쓰는 김우수 씨를 보고 감동해 후원에 동참하는 보험사 간부, 사는 게 괴롭고 힘들어 자살하려던 자신을 살려준 그에게 감동받아 주변 사람들에게 사후 장기기증 서약서를 받아오는 술집 사장 배 마담(장혜숙 분) 등 김우수 씨로 인해 주변이 조금씩 변화한다.
이런 변화가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다 있느냐”며 “억지로 감동 주기”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난 일이기에 주변 사람들의 변화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김우수 씨와 함께하는 고시원 식구들, 중국집 식구들이 모두 그가 전하는 행복에 물든 것처럼 관객도 그가 전하는 행복에 젖어든다.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 “감사합니다”를 되뇌는 영화 속 김우수 씨를 보면서 우리 또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의 삶은 행복한지, 또 우리는 오늘 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는지 말이다.
최수종은 최근 드라마 촬영 중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팔을 다쳤다. 시사회를 연 11월 14일에도 여전히 보호대를 착용하고 등장할 정도로 큰 사고였다. 그러나 그는 말에서 떨어진 뒤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더 크게 다치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외쳤던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혹시 머리를 다친 게 아니냐”고 다시 물었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김우수라는 사람을 연기하면서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출연자 재능기부·영화사는 수익기부
“김우수 씨의 삶 전체가 영화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그의 삶은 좀 더 거칠고 세상에 대해 분노하는 부분이 많았을 겁니다. 그러나 교도소라는 어쩌면 가장 낮은 곳에서, 혼자밖에 없던 외로운 순간을 이겨내면서 다시 태어나는 그를 연기하며 느끼는 점이 많았습니다. 자신보다 부족한 아이들을 도우며 늘 감사하는 삶을 산 그를 연기하면서 저 역시도 늘 감사하는 마음과 생각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착한 영화라 매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철가방 우수씨’는 지금 이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영화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최수종. 그는 자신이 연기하면서 느낀 감동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느끼고 나누길 바랐다.
“요즘 급부상하는 단어가 바로 ‘힐링’입니다. 왜 힐링인지 생각해봅니다. 왜 우리는 치유받기를 원하고 대화하길 원할까요. 그만큼 세상이 각박하고 어렵기 때문이겠죠. 이 영화를 본 뒤 주변을 돌아보고, 어렵겠지만 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아이들과 손잡고 와김우수 씨가 전하는 사랑과 따뜻함을 느끼면서 진정한 힐링을 체험하길 바랍니다.”
최수종은 ‘철가방 우수씨’를 통해 18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오랫동안 영화작업을 하지 않았지만 김우수 씨의 삶에서 느낀 바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기꺼이 영화에 출연했다고. 그는 김우수 씨처럼 나눔을 실천하려고 재능기부로 이 영화에 참여했다. 그 외에도 김수미를 비롯한 연기자들이 연기를 기부하고, ‘부활’ 김태원이 음악 기부, 소설가 이외수가 주제가 가사 기부, 디자이너 이상봉이 의상 기부를 해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 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도 영화 수익 전액을 기부할 예정이다.
김우수 씨가 실천했던 나눔은 더 많은 사람의 나눔 참여로 다시 태어났다. 그 감동의 순간을 함께하고 싶다면 영화 ‘철가방 우수씨’를 통해 김우수 씨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안도현 시인의 시 ‘우리가 눈발이라면’처럼 세상은 비록 바람 불고 춥고 어두워도 가장 낮은 곳에서 따뜻한 함박눈이 돼 내린 이가 있다.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에게조차 버림받고 보육원에서 자랐을지라도,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10대 시절을 앵벌이 생활을 하며 겨우 먹고살았을지라도, 웨이터로 일하던 술집에 불을 지르려다 1년6개월 징역을 살았을지라도 말이다.
한 달 월급이 겨우 70만 원, 고시원 쪽방에 살면서 아이들을 후원하며 살았던 김우수 씨의 과거는 비록 외롭고 어둡고 쓸쓸했지만 지금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수감생활 중 잡지 ‘사과나무’에 나온 아이들의 사연을 우연히 접하고 후원을 시작한 그는 2006년부터 매달 5만~10만 원씩 어린이재단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후원했다. 그전까지 하루에 담배 2갑을 피우고 소주 2병을 마셨지만 아이들을 위해 모두 끊었다. 자신이 갑자기 죽으면 아이들 후원이 끊길까 봐 걱정돼 4000만 원짜리 종신보험도 들었다. 사후 장기기증도 서약했다. 아이 5명의 든든한 아빠였던 김우수 씨. 이랬던 그가 지난해 9월 중국집 배달 일을 하다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에 사랑을 베푼 김우수 씨를 기리는 영화가 11월 22일 개봉한다. 영화 제목은 ‘철가방 우수씨’. 영화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그의 삶을 따라간다. 극적 사건도, 이렇다 할 갈등도 없다. 그 흔한 베드신 하나 없다. 조용히 그가 살아간 삶을 따라갈 뿐이다. 각본을 직접 쓴 윤학렬 감독은 “영화 속 김우수라는 인물이 좀 더 극적인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었지만 실제 김우수 씨의 삶을 보고 그 마음을 떨쳐버렸다”며 “영화적 측면에서 우리 영화가 지루한 부분도 있겠지만 최대한 김우수 씨의 삶에 근접하게 조명하려 했다”고 설명한다.
담담하지만 실화가 주는 진한 감동
주인공 김우수 씨를 연기한 최수종(50)은 “실제 나와 그분의 모습은 정말 다르지만 그분의 삶만 따라가는 연기를 했다”며 “어떤 감동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고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우수 씨의 삶을 담담하게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주는 울림은 크다. 교도소에서 자신이 후원하는 아이에게 받은 편지를 들고 “내게도 감사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김우수 씨를 바라보는 관객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이 젖어든다. 힘들고 외로운 삶이지만 더 힘겹게 사는 이들을 위해 베푸는 김우수 씨의 모습에 감동하고, 늘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그의 삶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가 실천하는 나눔은 주변으로 전파된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용서하고 찾아가는 증권사 팀장 동일(김정균 분), 아픈 몸에도 아이들을 후원하려고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애쓰는 김우수 씨를 보고 감동해 후원에 동참하는 보험사 간부, 사는 게 괴롭고 힘들어 자살하려던 자신을 살려준 그에게 감동받아 주변 사람들에게 사후 장기기증 서약서를 받아오는 술집 사장 배 마담(장혜숙 분) 등 김우수 씨로 인해 주변이 조금씩 변화한다.
이런 변화가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다 있느냐”며 “억지로 감동 주기”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난 일이기에 주변 사람들의 변화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김우수 씨와 함께하는 고시원 식구들, 중국집 식구들이 모두 그가 전하는 행복에 물든 것처럼 관객도 그가 전하는 행복에 젖어든다.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 “감사합니다”를 되뇌는 영화 속 김우수 씨를 보면서 우리 또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의 삶은 행복한지, 또 우리는 오늘 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는지 말이다.
최수종은 최근 드라마 촬영 중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팔을 다쳤다. 시사회를 연 11월 14일에도 여전히 보호대를 착용하고 등장할 정도로 큰 사고였다. 그러나 그는 말에서 떨어진 뒤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더 크게 다치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외쳤던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혹시 머리를 다친 게 아니냐”고 다시 물었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김우수라는 사람을 연기하면서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출연자 재능기부·영화사는 수익기부
“김우수 씨의 삶 전체가 영화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그의 삶은 좀 더 거칠고 세상에 대해 분노하는 부분이 많았을 겁니다. 그러나 교도소라는 어쩌면 가장 낮은 곳에서, 혼자밖에 없던 외로운 순간을 이겨내면서 다시 태어나는 그를 연기하며 느끼는 점이 많았습니다. 자신보다 부족한 아이들을 도우며 늘 감사하는 삶을 산 그를 연기하면서 저 역시도 늘 감사하는 마음과 생각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착한 영화라 매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철가방 우수씨’는 지금 이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영화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최수종. 그는 자신이 연기하면서 느낀 감동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느끼고 나누길 바랐다.
“요즘 급부상하는 단어가 바로 ‘힐링’입니다. 왜 힐링인지 생각해봅니다. 왜 우리는 치유받기를 원하고 대화하길 원할까요. 그만큼 세상이 각박하고 어렵기 때문이겠죠. 이 영화를 본 뒤 주변을 돌아보고, 어렵겠지만 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아이들과 손잡고 와김우수 씨가 전하는 사랑과 따뜻함을 느끼면서 진정한 힐링을 체험하길 바랍니다.”
최수종은 ‘철가방 우수씨’를 통해 18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오랫동안 영화작업을 하지 않았지만 김우수 씨의 삶에서 느낀 바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기꺼이 영화에 출연했다고. 그는 김우수 씨처럼 나눔을 실천하려고 재능기부로 이 영화에 참여했다. 그 외에도 김수미를 비롯한 연기자들이 연기를 기부하고, ‘부활’ 김태원이 음악 기부, 소설가 이외수가 주제가 가사 기부, 디자이너 이상봉이 의상 기부를 해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 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도 영화 수익 전액을 기부할 예정이다.
김우수 씨가 실천했던 나눔은 더 많은 사람의 나눔 참여로 다시 태어났다. 그 감동의 순간을 함께하고 싶다면 영화 ‘철가방 우수씨’를 통해 김우수 씨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