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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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단일화… 安 한다, 안 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협상 신뢰 깨져 합의 쉽지 않을 듯

  • 김행 소셜뉴스 위키트리 부회장

    입력2012-11-19 0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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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는 단일화… 安 한다, 안 해?
    ‘지는 단일화를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어렵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협상 때도 숱한 고비가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단일화 여론조사’까지 갔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가 노 후보를 다소나마 앞섰기 때문이다. 당시를 복기해보면, 2002년 11월 16일 노·정 양측 협상단은 여론조사 내용에 합의한 후, 여론조사에 관한 모든 사항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민주당 측 이호웅 의원이 여론조사 샘플 수, 조사문항, 조사일자를 기자들에게 모두 유출했다. 이 같은 여론조사 내용이 알려지면 조사항목에 넣은 ‘역선택 방지문항’은 의미가 없어진다. 오히려 응답자에게 대기하라고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 후보 측은 즉각 반발했다. 정 후보 측에선 이철 단장이 사퇴하는 강수를 뒀다. 이후 사흘 후인 11월 19일 노 후보 측 신계륜 비서실장과 정 후보 측 민창기 홍보위원장이 물밑조율에 나섰고, 단일화 논의는 재개됐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간단하다. 당시 노 후보가 민주당 내에서 후보 지위가 흔들리자 돌파구로 찾은 것이 바로 ‘후보 단일화’였고, 정 후보 측은 여전히 여론조사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SNS 통해 소리 없는 ‘총질’

    지금은 어떤가. 11월 6일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후 안 후보는 ‘이기는 단일화’를 입에 달고 다녔다. 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해 ‘본선 경쟁력이 더 높은 본인이 단일후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여론조사 3위인 문 후보를 이길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단일화 회동 직후 민주통합당(민주당) 지지자들이 돌변했다. 두 후보가 카메라 앞에서 웃는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안 후보를 향해 ‘소리 없는 총질’을 했던 것이다. 문 후보 측이 단일화 경쟁에서 이기려고 SNS 전쟁을 시작했다는 의구심을 살 만한 상황이었다.



    그 기간 트위트 버즈량을 보자(데이터 분석 : 미디컴/ 위키트리, 데이터 제공 : 펄스K). 키워드로 ‘이태규’를 검색하면 11월 11~14일 관련 버즈량이 급증한다(그래프 1 참조). ‘이태규-안철수-이명박’을 엮은 트위트다. 또한 ‘안철수 양보’를 검색하면 단일화 합의 직후인 11월 8일 순간적으로 증가했다가 14일 급피치를 올렸다(그래프 2 참조). 즉, 14일 SNS는 ‘이태규’와 ‘안철수 양보’로 도배질을 한 것이다.

    특히 결정판은 11월 13일 민주당 백원우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안철수 후보 캠프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에 대한 인신공격이었다. ‘기획통’으로 유명한 이 실장은 안 후보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인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이 실장의 4·11 총선 새누리당 예비후보 포스터를 SNS에서 뿌려댔다. 이 포스터에는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었던 사람, 개혁적 실용 정권을 꿈꾸었던 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lotusroots님은 이 실장의 포스터에 “이명박 대통령(MB) 측근 출신 이태규에게 야권 운명이 달린 단일화 협상을 맡긴다는 것은 불쾌함을 떠나 견디기 힘든 모욕이다. 무엇을 위해 MB 치하에서 촛불 들고 물대포 맞고 쥐어터지고 했는지 회의감이 몰려온다”고 트위트했다. 이 트위트는 순식간에 수백만 건 이상 노출됐다. 이 트위트가 일파만파 번지는 순간 ‘단일화가 깨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결국 11월 14일 오후 안 후보 측은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그럼 단일화 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까. 11월 15일 현재 이를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양측이 대선후보 등록 전까지 몇 차례 더 만날 수는 있지만, 이미 신뢰가 깨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안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지지율이 빠른 속도로 주저앉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2002년과의 결정적 차이다. 안 후보 측이 협상에 나선다면 ‘지는 단일화’를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安 지지율 하락은 예견된 일

    지는 단일화… 安 한다, 안 해?

    11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한 갤러리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진영과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진영 협상 대표들이 만나 손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요는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사실이다. 진보진영에 속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안철수 양보’ ‘안철수 필패론’ ‘문·안 담판론’ 등을 조직적으로 뿌려댔다. 또한 이태규 실장의 포스터가 돌던 날엔 ‘안철수는 MB 작품’ ‘MB 측 박형준과 곽승준은 지금 무엇하나-안철수 대통령?’ 등 근거 없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게다가 “안 후보가 MB의 4대강에 찬성해 4대강 민간인협의회에 참여했다”는 트위트도 엄청 돌았다. 안 후보를 교묘하게 MB와 엮은 것이다. 여기엔 새누리당 지지자들도 동참한 흔적이 엿보인다. 결국 안 후보 지지율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또한 11월 14일엔 민주당 측이 진보매체인 A신문사 여론조사 진행 사실을 사전 입수해 “(긴급공지) 오늘 단일화와 관련해 중요한 여론조사가 몇 차례 시행됩니다. 여론조사 시간은 5분 정도 소요됩니다. 다소 긴 내용이지만 중요한 여론조사이니 필히 응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시민캠프) 여론조사 대비 유무선 전화 잘 받아주세요. 외출 시 집 전화 착신해주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했다. 이는 민주당 측이 A신문사 또는 해당 여론조사 회사와 ‘사전 내통’했거나 또는 조직적으로 조작을 시도했음을 알려주는 결정적 증거다.

    안 후보 측은 이제 확실히 알았을 것이다. 민주당 또는 새누리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하면 지지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또한 언론사 또는 여론조사 회사와 ‘사전 내통’ 또는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할 수 있는 조직적 개입’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단일화 협상에서 안 후보 측은 6~7개 여론조사 회사를 선정해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제 ‘여론조사 승리’에 대한 믿음이 깨진 것이다. 안 후보는 크게 두 가지 실수를 했다.

    첫째, 처음부터 단일화 프레임에 빠지지 말았어야 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모두를 ‘구시대 정치’로 몰고 새로운 정치개혁을 외쳤다면 삼자 구도에서도 1등할 가능성이 있었다. 박 후보를 지지율 40%, 문 후보를 15%로 묶어둘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그만큼 기존 정치권에 유권자들이 진절머리를 치기 때문이다.

    둘째, 단일화 협상 시기(11월 25~26일)를 후보 등록 전으로 못 박은 것이다. 즉, 스스로 옴짝달싹하지 못할 ‘단일화 블랙홀’에 빠지고 만 것이다. 당연히 이 기간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까지 가세해 안 후보를 조직적으로 흔들어댈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도 각종 SNS를 통해.

    게다가 여론조사 회사를 믿는다는 것도 순진한 발상이다. 2002년에도 10대 메이저급 여론조사 회사는 ‘단일화 여론조사’를 거절했다. “여론조사가 근본적으로 오차가 있고,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기 싫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번에도 신뢰도 있는 여론조사 회사를 찾아내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그것도 안 후보 측 희망대로 6~7개 여론조사 회사를?

    또한 지금 여론조사 환경은 10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 단지 조사문항이나 역선택 여부, 조사 일시뿐 아니라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각각 몇 퍼센트씩 샘플링할지도 큰 숙제다. 또한 응답률에도 제한을 둬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여론조사 회사 선정 문제다. 마음만 먹으면 정치적 조작, 왜곡도 가능한 구조다. 비(非)표본 오차인 샘플링, 면접원 수준, 데이터 입력, 보정 프로그램을 이용한 분석 등 매순간 외부 정치세력이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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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 회사에 정치 입김

    특히 각 여론조사 회사마다 무작위 전화걸기(RDD) 방식의 조사데이터가 로그파일에 남아 있다. 즉,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전화번호를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만일 특정 후보 지지자 50명만 더 뽑아 표본에 추가한다면? 이처럼 의심하자면 한이 없는 것이 바로 여론조사다. 10년간 정권을 유지해 여론조사 회사와 긴밀한 관계일 것으로 의심받는 민주당과 정치 신인 안 후보 측, 어느 쪽이 여론조사 회사 선정에서 더 유리할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2002년 민주당 측 여론조사 협상을 맡았던 홍석기 박사는 최근 모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승부를 결정하는 쐐기 같은 조항은 (조사문항이나 역선택이 아닌) 따로 있었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검증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중략) 여론조사도 사람이 하는 것 아니냐? 사후에 따지고 들어가면 논란이 벌어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단일화 여론조사 자체가 엉망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검증하지 말자’는 조항을 우겨넣었다. (중략) 아무리 못해도 2~3%포인트 차로 승리할 것이라 믿었던 정몽준 후보 측은 ‘날벼락’을 맞자 패배한 바로 다음 날 여론조사 회사로 달려갔다. 그래서 (민주당 측은) ‘검증하지 말자’는 조항을 언론에 공개하고 젊은 당직자들을 여론조사 회사에 보내 문을 지키라고 했다. 아니면 단일화 자체가 무산됐을 것이다.”

    조직도 경험도 없는 안철수 후보 측은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있을까. 정가에선 이미 ‘문·안 단일화 합의’ 순간 ‘문재인 승리’를 점쳤다. 강조하건대, 문 후보는 선(善)할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을 눈앞에 둔 정치집단은 결코 선할 수 없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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