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6

..

“무성영화의 꽃 ‘변사’ 누가 알아줄까요?”

우리 시대 마지막 변사 신출 씨

  •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입력2010-05-10 14:3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무성영화의 꽃 ‘변사’ 누가 알아줄까요?”
    “나중에 다 무덤에… 가지고 갈 거요. 그동안 했던 공연(포스터)을 가지고 가지 않을 수 없지. 이건 일본에서 공연한 거, 이건 덕수궁에서… 이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우리 시대 마지막 변사로 일컬어지는 신출(본명 신병균·81) 씨. 194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007가방’에서 그간의 기록을 꺼내 보였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포스터 펴는 손길이 떨리고, 기억을 명료하게 풀어내는 데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음성만큼은 우렁찼다.

    4월 28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의 변사로 다시금 마이크를 잡은 그는 변사가 사라질 것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고는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한다. 한때는 그 아쉬움 때문에 제자를 찾아 나서기도 했지만, 하겠다고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구슬픈 감정을 전할 재능 있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는 일본을 부러워했다. 무성영화의 대를 잇는 30여 명의 변사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영화를 보존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그걸 쓰지만 우리나라에는… 영상원이라는 데가 있긴 하지만 무성…영화는 내가 기증한… ‘검사와 여선생’뿐이야. 우리나라는… 그 필름을 엿장수에게… 팔아서 밀짚…모자 테두리… 두르는 데 다 썼거든.”



    “슬퍼요… 슬퍼. 변사의 매력…을 느끼지 못할… 테니까. 매력이라는 게 다른 건… 없어요. 발성영화는 ‘세월이 10년 흘렀다’… 하는 글자만 나오잖아. 그런데 그렇게 하면 재미가… 없지. 그러니까… 감정을 실어서 이렇게 얘기하지. ‘꽃~ 피고 새~ 우는 봄~철이 지나가니/ 만산~유구는 여름~을 꿈에~ 두고/ 주야장천~ 노랫소리~ 사면에서~ 들리니/ 제~비는 강남을 찾아가고/ 낙~엽은 부끄러운 듯이 인간 발~밑에 밟히고/ 마~른 나뭇가지에 있는 나~비도 물결~치니/ 찬~바람 부는 폭풍~ 엄동~설한이/ 얼~마나 지났던가/ 한~ 해가 지나 이~ 해가 지나 삼~ 해가 지나/ 이~렇게 흘~러가는 세월은/ 걷~잡을 수 없이 별~안간/ 10~년이 흘러갔다.’ 이렇게 말해야… 세월이… 흘러가는 건데 말이야.”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