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걷기’엔 자신이 있었다. 다른 사람보다 튼실한 하체 덕분에 ‘빨리 달리기’는 못해도 ‘오래 걷기’는 문제없었다. 걷는 자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세’를 중요시하는 살사댄스를 5년간 해오면서 걸을 때도 어깨나 허리, 무릎을 곧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기자의 걷는 모습을 본 한마음 재활·스포츠의학 클리닉 김창원 대표원장은 “잘못된 걸음걸이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한쪽 어깨가 처진 채로 걷습니다. 이렇게 걸으면 몸의 불균형을 초래하죠. 특히 무거운 가방을 한쪽 어깨에만 메고 오래 걷는 건 좋지 않아요. 무엇보다 하이힐이 문제입니다. 뒤꿈치부터 땅에 대면서 걷는 게 올바른 자세인데, 하이힐을 신으면 발의 앞쪽만 계속 디디게 되죠.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몸이 뒤로 젖혀짐에 따라 무릎이나 골반, 허리에 부담을 줍니다. 물론 발에도 좋지 않죠. 팔은 앞뒤가 아닌 옆으로 흔드는 편이군요. 전신거울을 보며 걷는 자세부터 고쳐야겠네요.”
걷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운동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별다른 준비 없이 할 수 있고, 큰 비용도 들어가지 않는다. 아름다운 자연을 둘러보며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이야기 나누면서 할 수 있다는 것도 걷기만의 장점이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도 걷기는 무척 중요하다. 우선 걷기는 전신운동이다. 사람 몸을 이루는 600개 이상의 근육과 200여 개의 뼈가 모두 사용된다. 특히 하체를 단련해 무릎 주변의 근육과 관절을 튼튼하게 해준다. 뼈에 자극을 주면서 골다공증도 예방한다. 심폐기능을 향상시킴은 물론 체지방을 줄여 비만에도 좋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꾸준히 걸을 경우 대장암에 걸릴 확률을 50%, 유방암 확률을 20% 정도 낮추고, 파킨슨병의 진행도 늦춘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 정신적 안정과 숙면, 저혈압·고혈압·빈혈·당뇨 예방, 면역력 증강에도 효과가 있다. 또 걷기는 뇌를 젊게 한다. 철학자 칸트와 키르케고르는 걷기 마니아였고, 니체와 루소 역시 걷기 예찬론자였다.
하지만 이는 올바르게 걸었을 때의 이야기다. 기자처럼 올바르지 않은 자세로 걸으면 신체 기형과 질병을 불러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누구나 걷지만, 모두 제대로 걷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3분의 2가 ‘팔자걸음’ 등 잘못된 걷기를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제대로 걸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움말 주신 분 : 한마음 재활·스포츠의학 클리닉 김창원 대표 원장, 하늘스포츠의학연구소 이재현 책임연구원,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병원장, 연세사랑병원 권세광 부원장, 강남을지병원 족부 센터 양기원 교수
1 걷기 전 체크리스트
“1.6km 걸어 체력부터 알아본다!”
걷기 전에 자신의 체력과 건강 상태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1.6km(400m 트랙 4바퀴)를 최대한 빨리 걸은 뒤, 걸린 시간을 체크해 아래 표에서 자신의 체력을 확인한다. 체력이 약한 경우 주 3회, 30분씩 걷기부터 시작한 뒤 서서히 늘린다. 고령자나 임산부,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혈액순환이 좋지 않은 겨울철엔 걷지 않는 것이 좋다.
본격적으로 걷기에 앞서 준비운동은 반드시 한다. 신발을 신기 전 발가락과 발목을 꼼꼼히 손으로 돌려주는 건 기본. 신발을 신은 뒤엔 제자리걸음 등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발목과 무릎, 목과 팔, 허리, 다리 등을 중심으로 5~10분 스트레칭을 한다. 걷기를 마친 뒤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정리운동을 한다. 이는 걷기 후에 통증이 지속되거나 근육이 단축하는 것을 막아준다.
걷기 장소로는 어느 정도 걸었는지 알 수 있도록 거리 표시가 돼 있는 곳이 좋다. 시멘트나 대리석 바닥에서 걷는 것은 피하고 흙이나 나무, 공원 등지에 깔아놓은 푹신푹신한 바닥(탄성고무 재질)에서 걷는다. 시간은 일반적으로 오전 10시에서 12시,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가 좋다.
신발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신발’은 신어서 편안하고, 올바른 걷기를 도와준다. 운동화를 신은 다음 엄지손가락으로 엄지발가락 끝을 눌러 신발 끝 부분이 눌러지는 정도를 살핀다. 이때 가볍게 눌러지는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쑥 들어가면 신발이 크다는 뜻. 신발 밑창은 잘 닳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이 좋고, 발뒤꿈치를 감싸서 지탱해주는 ‘힐가드’가 있는 것을 선택한다. 신발 폭이 잘 맞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폭이 맞지 않으면 걸을 때 발과 신발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 발이 아픈 것은 물론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는 것) 등이 생기기 쉽다. 토 브레이크(발가락 부분과 발등 사이에 굽혀지는 부분)가 부드럽게 휘는지도 확인한다. 또 통기성이 좋아야 오랜 시간 걸어도 물집이 생기지 않으며, 발바닥 부분의 쿠션이 좋아야 몸의 충격을 흡수해준다.
만약 아래와 같은 증상이 있으면 다음 사항을 유념해서 걸어야 한다. 자칫 잘못 걸으면, 걷기가 ‘약’이 아니라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비만
반드시 쿠션 기능이 있는 신발을 신는다. 딱딱한 시멘트 바닥은 금물, 흙이나 푹신푹신한 바닥에서 걷는다. 그래야 발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이면서 관절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서서히 강도를 높이며 걷는다. 비만이면 체형 때문에 팔자걸음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되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만일 고도비만이라면 수중 워킹으로 체중을 조절한 뒤 걷는 것도 좋다.
퇴행성관절염
흙길이나 푹신푹신한 바닥에서 걷는다. 아스팔트나 시멘트 길에서 오래 걷는 것은 치명적이다. 바닥을 디딜 때마다 생기는 충격이 발과 무릎으로 바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쿠션 기능이 좋은 신발과 양말을 신는다. 필요하다면 지팡이를 사용한다. 경사가 급한 산에 오르거나 달리기를 하는 것은 금물. 준비 및 정리운동을 할 때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아서 하는 스트레칭도 하지 않는다. 물속에서 천천히 걷는 것도 좋다.
고혈압
새벽이나 한겨울엔 절대로 걸어선 안 된다. 온도가 1℃ 내려갈 때 혈압은 3mmHg 올라가기 때문. 모자를 쓰고 걷는 게 뇌졸중 예방에 좋다.
당뇨병
식후 1~2시간 뒤 걷는다. 특히 인슐린 주사 치료를 받는 경우 식사 후 바로 걸으면 안 된다. 운동을 1시간 넘게 할 때는 간식을 준비해 중간에 먹도록 한다. 오전보다는 따뜻해지는 오후에 걷는 게 좋으며, 운동 후 발을 씻어 잘 말린 다음 보습 크림과 로션을 발라 건조해지지 않게 한다.
요통
바른 자세로 걷는 것이 중요하다. 아랫배를 집어넣고, 항문 괄약근을 오므리면서 걷는다. 요통은 물론 요실금 환자에게도 좋다. 충격 흡수가 잘되는 신발과 양말을 신어 허리로 전해지는 충격을 최대한 줄인다. 준비·정리 운동을 반드시 하되 과도하게 허리를 젖히는 동작은 삼간다.
2 올바른 걷기 자세
“세 박자 보행, 11자로 걷는다!”
올바르게 걷기 위해서는 전신거울을 통해 자신의 걷는 모습을 관찰한다. 균형이 잘 잡혀 보기에 좋다면 올바른 걷기 자세지만, 어딘지 어색하고 불편하다면 올바르지 않은 자세이기 때문. 즉 보기에 좋은 자세가 건강에도 좋다. 올바른 걷기의 기본은 머리와 어깨, 엉덩이와 발이 일자가 되도록 몸을 꼿꼿이 세운 상태에서 걷는 것.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상체
머리를 똑바로 세우고 가슴을 펴며 시선은 앞을 향한다. 이때 어깨는 힘을 빼고 최대한 내린 자세를 유지한다. 구부정한 자세로 걸으면 허리와 어깨의 근육에 만성적 스트레스가 가해져 통증이 생기기 쉽다. 팔은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리도록 놔둔다. 양옆으로 흔들면 에너지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상체가 바로 펴지지 않기 때문에 좋지 않다.
하체
무릎을 앞으로 향하게 해 양다리가 스친다는 느낌으로 걷는다. 무릎을 완전히 펴면 충격을 흡수하는 데 불리하고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해지기 때문에, 약간 구부려서 걷는 게 좋다. 골반은 안정감 있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지나치게 골반을 좌우로 흔들지 않는다.
발
뒤꿈치에서 발끝 순으로 땅에 닿는 세 박자 보행을 한다.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고(한 박자), 발바닥이 새끼발가락에서 엄지발가락 쪽으로 자연스럽게 체중을 이동하며 닿도록 한 뒤(두 박자), 발끝으로 땅을 치듯 걷는다(세 박자). 발끝은 너무 벌리거나(팔자걸음) 안쪽으로 모으지 말고(안짱걸음), 11자에서 양쪽으로 살짝(8도 정도) 벌려 걷는 게 좋다. 속도를 높일수록 좀 더 11자에 가깝게 한다. 보폭은 키에서 100cm를 뺀 정도가 적당하다.
3 잘못된 걷기의 폐해
“팔자로 걸으면 골반이 벌어진다!”
우리나라 국민의 대표적인 잘못된 걸음걸이는 바로 ‘팔자걸음’이다. 발뒤꿈치가 안쪽부터 땅에 닿아 발끝이 11자(일직선)에서 많이 벗어나는 자세로, 걸을 때 상체가 흔들리고 골반이 벌어져 허리 통증이나 관절염이 생기기 쉽다. 또 허리가 뒤로 젖혀지기 때문에 등 쪽 척추 관절에 압력이 가해져 염증을 야기할 수 있다. 만일 자신이 팔자걸음을 걷는지 궁금하면 신발을 보면 된다. 팔자로 걸으면 신발 뒤축의 바깥쪽이 많이 닳는다.
고개를 앞으로 내민 채 구부정하게 걷는 사람도 많다. 이런 자세는 머리의 하중이 목으로 집중돼 목뼈와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를 촉진한다. 즉, 각종 퇴행성 척추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 어깨를 움츠린 채 아래를 보며 걷는 것도 좋지 않다. 이때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자세가 불안해지기 때문. 또 엉덩이를 심하게 좌우로 흔들며 걷는다면 허리와 무릎에 과도한 부담을 줘 디스크가 생길 수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킬힐’처럼 굽 높은 신발을 신으면 올바른 걷기를 할 수가 없다. 뒤꿈치에서 발끝 순으로 땅에 닿는 세 박자 보행이 불가능하다. 특히 굽이 높아질수록 뒤꿈치를 높이 들고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몸의 중심을 잡는 게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체중이 신발의 앞쪽으로 이동해 무릎이 튀어나오고, 허리는 뒤로 젖혀진다. 이런 자세가 반복되면 척추가 뒤로 휘는 ‘척추후만증’과 발목인대 손상, 퇴행성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또 하이힐을 신으면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사진)도 많이 생기는데, 이 경우 걸음걸이가 이상해지고 발목, 무릎, 허리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더군다나 굽 높은 신발은 지면에 닿는 충격이 그대로 척추 관절로 이어진다. 따라서 하이힐을 신고 딱딱한 아스팔트나 대리석길을 오래 걷는 건 매우 좋지 않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걷는 것도 피해야 한다. 특히 한쪽 어깨에만 메고 걸으면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고 척추까지 휠 수 있다. 가방을 뒤로 메도 어깨가 앞으로 굽어지니 좋지 않다. 짐을 가지고 걸어야 한다면 어깨에 걸치기보단 허리춤에 메는 게 낫다.
딱 맞는 운동화를 신고 자연을 바라보며 포근한 흙길을 걷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대다수 현대인은 최상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직장을 오가며 걷는다. 이럴 때는 걷는 게 좋을까, 아예 걷지 않는 게 나을까.
걷기 전문가들은 “편치 않은 상태에서 걷더라도 걷지 않는 것보단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현대인이 하루에 걷는 양은 자가 운전자가 3260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7280보 정도. 즉 대다수 사람은 1만 보도 걷지 않는다. 이렇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어찌 됐든 걷는게 안 걷는 것보다는 낫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악조건 속에서 오래(30분 이상) 걷는 건 금물. 특히 비만, 관절염 등 질환이 있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또 하이힐 등 불편한 구두는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만 신는 게 좋다. 그 정도면 발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 특히 불편한 상태로 걸은 뒤엔 아킬레스건을 스트레칭해주는 것도 잊지 말자.
“한쪽 어깨가 처진 채로 걷습니다. 이렇게 걸으면 몸의 불균형을 초래하죠. 특히 무거운 가방을 한쪽 어깨에만 메고 오래 걷는 건 좋지 않아요. 무엇보다 하이힐이 문제입니다. 뒤꿈치부터 땅에 대면서 걷는 게 올바른 자세인데, 하이힐을 신으면 발의 앞쪽만 계속 디디게 되죠.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몸이 뒤로 젖혀짐에 따라 무릎이나 골반, 허리에 부담을 줍니다. 물론 발에도 좋지 않죠. 팔은 앞뒤가 아닌 옆으로 흔드는 편이군요. 전신거울을 보며 걷는 자세부터 고쳐야겠네요.”
걷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운동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별다른 준비 없이 할 수 있고, 큰 비용도 들어가지 않는다. 아름다운 자연을 둘러보며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이야기 나누면서 할 수 있다는 것도 걷기만의 장점이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도 걷기는 무척 중요하다. 우선 걷기는 전신운동이다. 사람 몸을 이루는 600개 이상의 근육과 200여 개의 뼈가 모두 사용된다. 특히 하체를 단련해 무릎 주변의 근육과 관절을 튼튼하게 해준다. 뼈에 자극을 주면서 골다공증도 예방한다. 심폐기능을 향상시킴은 물론 체지방을 줄여 비만에도 좋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꾸준히 걸을 경우 대장암에 걸릴 확률을 50%, 유방암 확률을 20% 정도 낮추고, 파킨슨병의 진행도 늦춘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 정신적 안정과 숙면, 저혈압·고혈압·빈혈·당뇨 예방, 면역력 증강에도 효과가 있다. 또 걷기는 뇌를 젊게 한다. 철학자 칸트와 키르케고르는 걷기 마니아였고, 니체와 루소 역시 걷기 예찬론자였다.
하지만 이는 올바르게 걸었을 때의 이야기다. 기자처럼 올바르지 않은 자세로 걸으면 신체 기형과 질병을 불러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누구나 걷지만, 모두 제대로 걷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3분의 2가 ‘팔자걸음’ 등 잘못된 걷기를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제대로 걸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움말 주신 분 : 한마음 재활·스포츠의학 클리닉 김창원 대표 원장, 하늘스포츠의학연구소 이재현 책임연구원,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병원장, 연세사랑병원 권세광 부원장, 강남을지병원 족부 센터 양기원 교수
1 걷기 전 체크리스트
“1.6km 걸어 체력부터 알아본다!”
걷기 전에 자신의 체력과 건강 상태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1.6km(400m 트랙 4바퀴)를 최대한 빨리 걸은 뒤, 걸린 시간을 체크해 아래 표에서 자신의 체력을 확인한다. 체력이 약한 경우 주 3회, 30분씩 걷기부터 시작한 뒤 서서히 늘린다. 고령자나 임산부,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혈액순환이 좋지 않은 겨울철엔 걷지 않는 것이 좋다.
본격적으로 걷기에 앞서 준비운동은 반드시 한다. 신발을 신기 전 발가락과 발목을 꼼꼼히 손으로 돌려주는 건 기본. 신발을 신은 뒤엔 제자리걸음 등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발목과 무릎, 목과 팔, 허리, 다리 등을 중심으로 5~10분 스트레칭을 한다. 걷기를 마친 뒤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정리운동을 한다. 이는 걷기 후에 통증이 지속되거나 근육이 단축하는 것을 막아준다.
걷기 장소로는 어느 정도 걸었는지 알 수 있도록 거리 표시가 돼 있는 곳이 좋다. 시멘트나 대리석 바닥에서 걷는 것은 피하고 흙이나 나무, 공원 등지에 깔아놓은 푹신푹신한 바닥(탄성고무 재질)에서 걷는다. 시간은 일반적으로 오전 10시에서 12시,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가 좋다.
신발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신발’은 신어서 편안하고, 올바른 걷기를 도와준다. 운동화를 신은 다음 엄지손가락으로 엄지발가락 끝을 눌러 신발 끝 부분이 눌러지는 정도를 살핀다. 이때 가볍게 눌러지는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쑥 들어가면 신발이 크다는 뜻. 신발 밑창은 잘 닳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이 좋고, 발뒤꿈치를 감싸서 지탱해주는 ‘힐가드’가 있는 것을 선택한다. 신발 폭이 잘 맞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폭이 맞지 않으면 걸을 때 발과 신발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 발이 아픈 것은 물론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는 것) 등이 생기기 쉽다. 토 브레이크(발가락 부분과 발등 사이에 굽혀지는 부분)가 부드럽게 휘는지도 확인한다. 또 통기성이 좋아야 오랜 시간 걸어도 물집이 생기지 않으며, 발바닥 부분의 쿠션이 좋아야 몸의 충격을 흡수해준다.
만약 아래와 같은 증상이 있으면 다음 사항을 유념해서 걸어야 한다. 자칫 잘못 걸으면, 걷기가 ‘약’이 아니라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비만
반드시 쿠션 기능이 있는 신발을 신는다. 딱딱한 시멘트 바닥은 금물, 흙이나 푹신푹신한 바닥에서 걷는다. 그래야 발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이면서 관절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서서히 강도를 높이며 걷는다. 비만이면 체형 때문에 팔자걸음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되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만일 고도비만이라면 수중 워킹으로 체중을 조절한 뒤 걷는 것도 좋다.
퇴행성관절염
흙길이나 푹신푹신한 바닥에서 걷는다. 아스팔트나 시멘트 길에서 오래 걷는 것은 치명적이다. 바닥을 디딜 때마다 생기는 충격이 발과 무릎으로 바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쿠션 기능이 좋은 신발과 양말을 신는다. 필요하다면 지팡이를 사용한다. 경사가 급한 산에 오르거나 달리기를 하는 것은 금물. 준비 및 정리운동을 할 때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아서 하는 스트레칭도 하지 않는다. 물속에서 천천히 걷는 것도 좋다.
고혈압
새벽이나 한겨울엔 절대로 걸어선 안 된다. 온도가 1℃ 내려갈 때 혈압은 3mmHg 올라가기 때문. 모자를 쓰고 걷는 게 뇌졸중 예방에 좋다.
당뇨병
식후 1~2시간 뒤 걷는다. 특히 인슐린 주사 치료를 받는 경우 식사 후 바로 걸으면 안 된다. 운동을 1시간 넘게 할 때는 간식을 준비해 중간에 먹도록 한다. 오전보다는 따뜻해지는 오후에 걷는 게 좋으며, 운동 후 발을 씻어 잘 말린 다음 보습 크림과 로션을 발라 건조해지지 않게 한다.
요통
바른 자세로 걷는 것이 중요하다. 아랫배를 집어넣고, 항문 괄약근을 오므리면서 걷는다. 요통은 물론 요실금 환자에게도 좋다. 충격 흡수가 잘되는 신발과 양말을 신어 허리로 전해지는 충격을 최대한 줄인다. 준비·정리 운동을 반드시 하되 과도하게 허리를 젖히는 동작은 삼간다.
2 올바른 걷기 자세
“세 박자 보행, 11자로 걷는다!”
올바르게 걷기 위해서는 전신거울을 통해 자신의 걷는 모습을 관찰한다. 균형이 잘 잡혀 보기에 좋다면 올바른 걷기 자세지만, 어딘지 어색하고 불편하다면 올바르지 않은 자세이기 때문. 즉 보기에 좋은 자세가 건강에도 좋다. 올바른 걷기의 기본은 머리와 어깨, 엉덩이와 발이 일자가 되도록 몸을 꼿꼿이 세운 상태에서 걷는 것.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상체
머리를 똑바로 세우고 가슴을 펴며 시선은 앞을 향한다. 이때 어깨는 힘을 빼고 최대한 내린 자세를 유지한다. 구부정한 자세로 걸으면 허리와 어깨의 근육에 만성적 스트레스가 가해져 통증이 생기기 쉽다. 팔은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리도록 놔둔다. 양옆으로 흔들면 에너지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상체가 바로 펴지지 않기 때문에 좋지 않다.
하체
무릎을 앞으로 향하게 해 양다리가 스친다는 느낌으로 걷는다. 무릎을 완전히 펴면 충격을 흡수하는 데 불리하고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해지기 때문에, 약간 구부려서 걷는 게 좋다. 골반은 안정감 있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지나치게 골반을 좌우로 흔들지 않는다.
발
뒤꿈치에서 발끝 순으로 땅에 닿는 세 박자 보행을 한다.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고(한 박자), 발바닥이 새끼발가락에서 엄지발가락 쪽으로 자연스럽게 체중을 이동하며 닿도록 한 뒤(두 박자), 발끝으로 땅을 치듯 걷는다(세 박자). 발끝은 너무 벌리거나(팔자걸음) 안쪽으로 모으지 말고(안짱걸음), 11자에서 양쪽으로 살짝(8도 정도) 벌려 걷는 게 좋다. 속도를 높일수록 좀 더 11자에 가깝게 한다. 보폭은 키에서 100cm를 뺀 정도가 적당하다.
3 잘못된 걷기의 폐해
“팔자로 걸으면 골반이 벌어진다!”
우리나라 국민의 대표적인 잘못된 걸음걸이는 바로 ‘팔자걸음’이다. 발뒤꿈치가 안쪽부터 땅에 닿아 발끝이 11자(일직선)에서 많이 벗어나는 자세로, 걸을 때 상체가 흔들리고 골반이 벌어져 허리 통증이나 관절염이 생기기 쉽다. 또 허리가 뒤로 젖혀지기 때문에 등 쪽 척추 관절에 압력이 가해져 염증을 야기할 수 있다. 만일 자신이 팔자걸음을 걷는지 궁금하면 신발을 보면 된다. 팔자로 걸으면 신발 뒤축의 바깥쪽이 많이 닳는다.
고개를 앞으로 내민 채 구부정하게 걷는 사람도 많다. 이런 자세는 머리의 하중이 목으로 집중돼 목뼈와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를 촉진한다. 즉, 각종 퇴행성 척추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 어깨를 움츠린 채 아래를 보며 걷는 것도 좋지 않다. 이때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자세가 불안해지기 때문. 또 엉덩이를 심하게 좌우로 흔들며 걷는다면 허리와 무릎에 과도한 부담을 줘 디스크가 생길 수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킬힐’처럼 굽 높은 신발을 신으면 올바른 걷기를 할 수가 없다. 뒤꿈치에서 발끝 순으로 땅에 닿는 세 박자 보행이 불가능하다. 특히 굽이 높아질수록 뒤꿈치를 높이 들고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몸의 중심을 잡는 게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체중이 신발의 앞쪽으로 이동해 무릎이 튀어나오고, 허리는 뒤로 젖혀진다. 이런 자세가 반복되면 척추가 뒤로 휘는 ‘척추후만증’과 발목인대 손상, 퇴행성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또 하이힐을 신으면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사진)도 많이 생기는데, 이 경우 걸음걸이가 이상해지고 발목, 무릎, 허리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더군다나 굽 높은 신발은 지면에 닿는 충격이 그대로 척추 관절로 이어진다. 따라서 하이힐을 신고 딱딱한 아스팔트나 대리석길을 오래 걷는 건 매우 좋지 않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걷는 것도 피해야 한다. 특히 한쪽 어깨에만 메고 걸으면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고 척추까지 휠 수 있다. 가방을 뒤로 메도 어깨가 앞으로 굽어지니 좋지 않다. 짐을 가지고 걸어야 한다면 어깨에 걸치기보단 허리춤에 메는 게 낫다.
딱 맞는 운동화를 신고 자연을 바라보며 포근한 흙길을 걷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대다수 현대인은 최상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직장을 오가며 걷는다. 이럴 때는 걷는 게 좋을까, 아예 걷지 않는 게 나을까.
걷기 전문가들은 “편치 않은 상태에서 걷더라도 걷지 않는 것보단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현대인이 하루에 걷는 양은 자가 운전자가 3260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7280보 정도. 즉 대다수 사람은 1만 보도 걷지 않는다. 이렇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어찌 됐든 걷는게 안 걷는 것보다는 낫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악조건 속에서 오래(30분 이상) 걷는 건 금물. 특히 비만, 관절염 등 질환이 있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또 하이힐 등 불편한 구두는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만 신는 게 좋다. 그 정도면 발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 특히 불편한 상태로 걸은 뒤엔 아킬레스건을 스트레칭해주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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