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 테헤란에 폭발 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시스
이란 정권, 임시 대행 체제로
하메네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참수작전으로 2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사망하면서 이란의 신정체제가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36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하메네이의 갑작스러운 퇴장에 이란 권력 구조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CNN은 “하메네이는 이란의 모든 권력기관 위에 군림해왔기 때문에 공백은 이란 권력구조 전반에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이란 정권은 헌법 111조에 따라 임시 지도자위원회를 구성해 라흐바르의 임무와 권한을 일시적으로 대행하기로 했다. 위원으로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골람 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대법원장, 아야톨라 알리레자 아라피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등 3명이다. 아라피는 하메네이의 신임을 받았던 인물로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군으로 꼽혔던 고위 성직자이자 이슬람 법학자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하메네이 순교 후 상황을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계획을 세워뒀다”며 “임시 지도자위원회의 결성과 공직자, 군, 국민 사이에서 상상할 수 없는 결속력이 형성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방의 이란 전문가들은 임시 지도자위원회보다는 하메네이의 최측근이자 현재 군사·안보를 총괄하는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전시 상황에서 실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흐바르는 성직자 88명으로 구성된 ‘국가지도자운영회의(전문가 회의)’에서 선출된다. 하메네이는 생전에 자신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3명의 후보를 지명하고 자신이 암살되면 이중 1명을 신속히 후계자로 임명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통상 라흐바르를 선출하는 데 몇 달이 걸린다. 전문가 회의에서 후보들을 고르고 또 고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수한 상황에 따라 하메네이의 ‘유언’에 따라 후계자 선정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
서방의 이란 전문가들은 차기 라흐바르가 되려면 혁명수비대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통령이나 국방부를 거치는 정규군과 달리 라흐바르로부터 직접 지휘∙통제를 받는 혁명수비대는 그 규모가 15만~19만 명에 달하는 정예 군대이며 휘하에 100만 명이나 되는 바지시 민병대까지 거느리고 있다. 게다가 혁명수비대는 이란 경제의 70~80%를 좌지우지해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혁명수비대 출신 혹은 강경파 인사가 하메네이 후임으로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영국 BBC 방송도 “혁명수비대가 지지하는 인사가 새로운 라흐바르로 선출돼 이란을 통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하메네이 사망에 따른 혼란 와중에 혁명수비대가 단결을 유지하느냐, 내부 파벌 다툼으로 분열하느냐가 이란 신정체제의 진로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의 린다 로빈슨 선임연구원은 “하메네이를 제거한 것은 정권교체는 아니다”라면서 “혁명수비대 자체가 곧 이란 정권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3월 1일 이란 테헤란에 있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거주지 일대 건물이 공습으로 파괴돼 있다. 뉴시스
신정체제 잇는 정권 들어설 가능성도
이란의 새 지도자가 하메네이보다 핵무기 개발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향후 신정체제 붕괴에 위협을 느낀 새 지도자가 국민들의 반정부시위를 더욱 가혹하게 진압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CIA 요원 출신인 믹 멀로이 전 국방부 차관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국민들의 봉기를 촉구한 것은 신정체제를 수호하려는 새 지도부에 명백히 실존적인 위협이며, 시위가 벌어질 경우 하메네이의 후계자는 이를 이전보다 더욱 잔혹하게 진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8일 “하메네이의 사망은 이란 국민이 그들의 나라를 되찾을 수 있는 단 한 번의 위대한 기회”라면서 이란 국민들의 신정체제 전복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란 전문가들은 이란의 신정체제가 하메네이 사망 이후 완전히 뒤집히는 시나리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실제로 이란에선 대안세력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권이 분열된 데다 야권 지도자들은 대부분 수감되거나 가택연금 상태로 하메네이 유고 상황을 노릴 반정부 세력이 없다. 게다가 이란 국민들이 경제난 때문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지만 이들을 단일대오로 이끌면서 조직화할 수 있는 반체제 단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팔레비 왕정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는 신정체제가 무너지면 본인이 권력을 잡겠다는 의지를 비쳤지만 이란에서 정치적 기반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란 전문가들은 하메네이는 평소 자신의 순교를 단순한 죽음이나 패배가 아니라 ‘정의의 승리’로 간주해왔다고 지적했다. 아라시 레이시네자드 터프츠대 조교수는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순교 정치’라는 제목의 글(2월 24일자)에서 “하메네이에게 항복은 자신의 권력과 신정체제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메네이의 사망은 저항의 결과로 재해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발리 나스르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교수도 “하메네이는 자신이 순교자가 될 것을 예상해왔다”면서 “하메네이는 새 지도자가 자신의 순교를 통해 신정체제 수호를 더욱 강력하게 내세우면서 미국의 공세에 맞설 것으로 생각해왔다”고 지적했다.
美 스텔스 폭격기 등 전략 자산 총동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1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개한 연설을 통해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은 우리의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루스소셜 캡처
이와 관련, 미 중부사령부는 3월 1일 “대규모 공습을 통해 뱀의 머리를 잘라냈다”며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혁명수비대는 더 이상 본부가 없다”고 밝혔다. 또 “2000파운드(907㎏)급 폭탄을 장착한 B-2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의 강화된 탄도미사일 시설을 타격했다”며 “어떤 나라도 미국의 결의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부사령부는 그동안 동원한 군사 자산 20여종을 공개하기도 했다. B-2를 비롯해 F-18·F-16·F-35·F-22 전투기, EA-18G 전자전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P-8 해상초계기, RC-135 정찰기, MQ-9 리퍼 무인기, 핵추진 항공모함 2개 전단, 각종 함정 10여척,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 C-130 수송기 등을 총망라했다. 사실상 현존하는 모든 미군 전략 자산을 총동원한 작전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새 지도부와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애틀랜틱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들은 대화를 원하고, 나는 대화에 동의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과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공격 이후 이란에서 민주주의가 성장할 것을 희망한다”면서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고 매우 긍정적인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는 “앞으로 이란에 대한 공격이 길면 4주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 약화와 주요 지도부 및 군 수뇌부 타격이라는 초기 목표를 상당 부분 달성했다고 판단할 경우 ‘작전 종료’를 선언하거나 이란과의 협상을 거쳐 상호 공격 중단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란이 향후 어떤 권력 체제를 구축하느냐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군사작전을 계속하면서 이란의 새 지도부와의 대화도 고려하는 등 투 트랙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