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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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중국 문지방 북한 압박 ‘미션 임파서블’

중국, 자국 안전 위해 불안과 혼란 부를 강력한 대북제재 번번이 기피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입력2014-04-21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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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는 중국 문지방 북한 압박 ‘미션 임파서블’

    2013년 12월 12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기지에서 발사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이튿날 북한 ‘노동신문’ 3면에 게재된 사진이다.

    4월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평양은 무더기 미사일 발사와 ‘새로운 핵실험’ 예고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4월 11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는 이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 회의가 소집됐다. 언제나 그렇듯 한국과 미국 등은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 도발과 국제 사회의 대응이라는 패턴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특파원 시절 체험이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음을 느낀다. 2012년 3월, 갓 출범한 북한 김정은 체제는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 사회는 일제히 우려 담긴 시선으로 한반도를 주목했지만 당시 중국 정부와 매체들은 시종일관 관련 당사국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로켓 발사가 예고됐던 2012년 4월 첫째 주,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이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서 열렸다. 최대 관심사는 단연 북한의 로켓 발사 문제. 수많은 기자가 닝보로 향했다.

    회담에서 확인한 것은 한중일 3국의 미묘한 견해 차이였다. 3국 장관은 로켓 발사를 막는 데 끝까지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평양이 발사를 강행할 경우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컸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로켓 발사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고, 북한의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국제 사회의 엄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언급했다. 반면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은 각 당사국이 크게 멀리 바라보고 냉정과 절제를 유지해 외교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며 신중하게 언급했다.

    北 도발 → 규탄 → 北 도발 패턴

    회담 취재를 마친 필자는 곧바로 북·중 접경 도시 단둥으로 향했다. 광명성 3호 발사를 전후로 이 지역 동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단둥 역시 각국 기자로 북적댔다. 일본 등 일부 외신 취재진은 고성능 촬영 장비를 갖추고 도착했다. 북한 동창리 발사장이 멀지 않은 단둥에서 상승하는 로켓을 포착하려는 의도였다.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한 4월 13일 아침, 안개가 심했다. 본사로부터 발사 소식을 전달받은 직후 필자는 하늘을 바라보며 ‘이런 날씨에 발사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먼저 했다. 발사는 실패였고, 북한 당국은 이를 곧바로 시인했다. 중국은 국제 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발사장에 정부 인사나 관련 전문가를 전혀 보내지 않았다. 발사와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어떤 사전정보도 받지 않았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이는 중국뿐이 아니었다. 당시 평양으로부터 초청받아 입국한 외신기자와 전문가 모두 마찬가지였다. 외신기자들은 발사장으로 이동해 현장을 취재할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정작 당일 아침에는 누구도 발사 계획을 통보받지 못했다. 한국 언론이 우리 정부 발표를 전한 뒤에야 발사가 이미 이뤄졌음을 알았다. 이럴 거라면 대체 왜 외신기자들을 초청했단 말인가. 단둥에 모인 기자 사이에서도 ‘과연 북한답다’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잇달아 나왔다.

    그로부터 8개월 후인 2012년 12월 12일, 평양은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전격 발사했다. 이번에는 성공적이었다. 이로써 북한은 사거리 1만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보유했음을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핵탄두만 실으면 미국 본토 타격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의 업적이라며 흥분했지만, 국제 사회는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도 즉각 반발했다. 중국 대표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은 ‘북한이 제멋대로 위성을 발사했다’고 나섰고, 중국 외교부도 곧바로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격적 태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베이징은 이내 “발사가 유감이긴 하나 대북제재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제재가 아닌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기존 태도로 선회했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를 논의하는 과정에도 이 같은 태도는 한결같았다. 국제 사회의 지탄과 함께 중국 위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라 안팎에서 쏟아졌다. 코너에 몰린 중국은 마지막 순간 태도를 바꿔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했다. 중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응하는 유엔 결의에 찬성한 것은 2006년 7월 이후 처음이었다.

    중국의 찬성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 2087호가 2013년 1월 23일 채택됐다. 이날 북한 외무성은 곧바로 ‘한반도 비핵화가 종말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통해 3차 핵실험을 예고했다. 중국은 북한 핵실험을 막으려고 분주히 뛰었지만 2월 12일 북한은 예고대로 핵실험을 감행했다.

    김정은 정권의 첫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과 뒤이은 3차 핵실험까지 과정은 최근 북한이 보이는 연쇄 미사일 발사부터 4차 핵실험 예고까지 흐름과 흡사하다. 북한이 로켓이나 미사일 발사라는 도발을 하고, 국제 사회가 이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하면,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더 강도 높은 도발로 대응하는 패턴이다. 이러한 패턴은 1, 2차 핵실험이 벌어진 과정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반면 북한의 미사일과 핵 도발에 대한 중국 측 대응은 과거와 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은하 3호 발사 직후 유엔 안보리 결의에 찬성한 중국은 3차 핵실험 직후 고강도 대북제재 결의에도 찬성했다. 처음에는 줄곧 제재 반대 태도를 보이면서 ‘대화와 절제’를 강조하다 마지막 순간 찬성으로 돌아서는 방식도 꼭 같았다. 중국이 어렵사리 제재에 동참했다는 것이 큰 뉴스로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는 중국 문지방 북한 압박 ‘미션 임파서블’

    2013년 1월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리바오둥(가운데)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핵 및 장거리 로켓 발사 관련 제재 확대 결의안 채택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결코 북한을 내치지 않을 것

    이 시기는 마침 후진타오 시대에서 시진핑 시대로 권력이 이양되던 때다. 새 지도자는 전임자와 다르리라는 기대와 맞물려 시진핑 체제 중국의 대북정책이 옹호에서 압박 쪽으로 변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졌다. 당시 베이징 외교가의 한 인사는 “중국의 대북정책이 긍정적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국민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더는 ‘주고도 뺨 맞는’ 식의 대북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이 정책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생각이 달랐다. 한국과 서방국의 기대가 담긴, 냉철하지 못한 판단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필자는 중국의 북한 압박에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고 본다. 이는 3차 핵실험 직후 대북제재 결의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면 금세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 선박과 항공기에 대한 강제 검색을 끝까지 거부해 제재 실효성을 떨어뜨렸다”고 전했다. 일정한 한계 안에서 평양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외부를 의식한 일종의 ‘쇼’가 아닐까 싶다. 대북제재 결의에 찬성한 후에도 북·중 경제협력이 조용하면서도 활발하게 진행된다는 점을 여러 취재원으로부터 반복해서 듣고 있다.

    중국은 결코 우리가 기대하는 바처럼 그렇게 북한을 내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최후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남한이 아니라 북한 편에 설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중국의 ‘친북(親北) 성향’은 단순히 역사적 혈맹관계 때문만은 아니다. 훨씬 현실적인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 필자는 최근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의 발언에서 중국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

    4월 10일(현지시간) 추이 대사는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서방국가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중국의 대북 역할론’을 비판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이룰 수 있도록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요구 자체가 중국으로선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이라는 것이다. 추이 대사는 “한반도는 중국의 문지방 같은 위치에 놓였다”며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첫 번째가 북한 핵 프로그램이고 두 번째가 무력 충돌이 발생해 전쟁의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된다. “한반도는 중국 문지방이므로 북한을 압박해 혼란을 초래하면 이는 곧 중국의 혼란으로 직결된다. 중국에게 북한을 압박하라는 것은 중국 스스로 혼란을 야기하라는 것과 같은 뜻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4월 9일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김정은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재추대한 데 대한 축하였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나는 형제와 같은 북한 인민이 당신을 수반으로 하는 조선노동당의 영도 아래 국가 건설과 경제 발전의 여러 분야에서 반드시 새롭고 좀 더 큰 성과를 이룩하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중국이 북한 편을 드는 것은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국 안전을 위해서다. 대국(大國) 중국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것은 불안과 혼란이다. 북한 또한 이 점을 잘 안다. 중국이 북한을 버리리라 기대하는 것은 중국에서 서구식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는 게 필자의 솔직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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