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1일(이하 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뉴시스
이란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내고 지나가라”

미국은 3월 10일(현지 시간) 이란 해군이 보유한 기뢰부설함 16척을 모두 격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0년 해상 훈련 당시 기뢰 부설 장비를 장착한 이란 해군 고속정. 파르스통신 캡처
사실 호르무즈해협은 이란 영해가 아닌 엄연한 공해다. 국제법상 누구도 공해상 해협을 오가는 선박을 통제해선 안 된다. 호르무즈해협에 가장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이란 영토인 라락섬과 해협 건너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이 폭은 50㎞가 넘는다. 세계 여러 선박들은 그사이의 공해로 통행한다. 이란이 이곳에서 200해리(약 370㎞)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주장할 수는 있지만 국제법상 민간 선박은 타국 EEZ를 안전하게 오갈 권리를 보장받는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주장하면서 선박 운항 통제와 통행료 징수를 선언한 것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의 제해권·제공권을 손에 쥐고 해협을 통제할 수 있는 실효적 통제력을 가졌을까.
일각에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 기뢰를 부설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주장은 미국 CBS에서 ‘익명을 요구한 행정부 관리’를 통해 처음 나왔다. “이란이 계류식 기뢰인 마함-3, 침저기뢰인 마함-7을 부설했다”는 게 뼈대다. 마함-3는 최대 수심이 100m 이내인 해역에서만 쓸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이 기뢰 부설이 가능한 해역은 반다르아바스 인근 연안과 케슘·라락·호르무즈섬 주변뿐이다. 기뢰 자체 중량이 300㎏이 넘기 때문에 소형 보트에서 인력으로 부설하는 것은 불가능해 기뢰부설함이 필요하다. 이란 해군이 보유한 기뢰부설함 16척은 3월 10일 모두 격침됐다.
마함-7의 경우 해저 바닥에 붙어 작동하는 침저기뢰다. 수심 35m 이내에서만 사용 가능해 반다르아바스 항구 앞에만 설치할 수 있다. 중량이 150㎏ 정도라서 소형 선박에서 사람 힘으로 물에 던져 부설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뢰를 부설할 정도 수심에는 유조선이나 화물선 같은 대형 선박이 다니지 않는다. 마함-7은 어디까지나 상륙 저지용 기뢰로 수심이 80~100m인 상선 항로를 막아설 수 없다.
이란군 “호르무즈해협에 기뢰 부설 안 해”

최근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드론 공격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미국 중부사령부가 3월 22일 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 속 미군 공습을 받기 직전의 이란군 드론. 미국 중부사령부 X(옛 트위터) 캡처
이란이 드론으로 선박을 공격하는 탓에 호르무즈해협이 막혔다는 주장도 있다. 국제해사기구에 따르면 3월 1∼26일 중동 지역에서 이란으로부터 공격받은 선박은 22척이다. 이 중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다가 공격당한 선박은 몇 척일까. 마셜제도, 라이베리아, 온두라스, 태국, 일본 선적의 유조선이나 벌크선 7척이 ‘소형 공중 물체’나 드론, 포탄에 피격됐지만 1척도 침몰하진 않았다. 나머지 15척 피격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관계 없었다. 해당 사례를 보면 외국 선적 석유화학 운반선이나 화물선이 오만, 바레인, UAE, 이라크 항구에 있다가 이란이 해당 국가 항만 및 석유시설을 공격했을 때 휘말린 것이다. 이마저도 3월 12일 이후에는 알려진 피격 사례가 없다. 배들이 석유 시설과 충분히 거리를 두고 정박하고 있는 데다 이란의 공격 능력이 지난 2주간 급속도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이 이란의 기뢰·드론·미사일 위협이 도사리는 ‘킬 존(kill zone)’이라서 미 해군 이지스함조차 진입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이미 이곳에는 인도 해군 전투함 3척, 파키스탄 해군 전투함 1척이 투입돼 있다. 인도는 호위함 쉬발릭과 방공구축함 콜카타,비사카파트남을 보냈고, 파키스탄은 호위함 샤 자한과 해안경비대 경비함 2척을 보냈다. 파키스탄의 중국산 호위함도 2주 넘게 아무 제지 없이 해협을 오가는데 미국 이지스 구축함이 이곳에 못 들어간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을까.
그렇다면 호르무즈해협 통행량이 90% 이상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주된 원인은 글로벌 보험 업계가 이곳을 지나는 선박에 초고율 보험료를 부과한 탓에 해운사들이 운항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자동차처럼 항공기나 선박도 사고 발생에 대비해 보험을 든다. 항공기가 추락하거나 선박이 침몰하면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할 뿐아니라 대규모 폭발이나 기름 유출로 환경 재앙까지 빚어지기 때문에 보험사는 또 다른 보험사에 보험을 든다. 이 같은 재보험(reinsurance) 시장은 17세기 이래로 영국의 ‘로이즈 오브 런던(Lloyd's of London)’이 지배하고 있다. 많은 보험회사가 뭉쳐 구성된 로이즈는 산하에 공동전쟁위원회(JWC)라는 조직을 두고 있다. JWC는 전쟁이 발생했거나 해적이 발호하는 특정 해역 및 항구를 지정해 그곳을 오가는 선박에 높은 보험료를 책정한다.
보통 선박 보험료는 항차(voyage : 선박 운항 차수)마다 배 가격의 0.1% 미만에서 책정된다. 전쟁 발발 전 호르무즈해협을 지나 페르시아만 일대를 오가는 유조선에는 0.125%의 보험료율이 적용됐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이란 전쟁이 터지자 로이즈는 보험료율을 급격히 올려 3월 16일 5%, 23일 10%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3월 12일 이후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 피격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음에도 보험료가 급등한 것이다.
기름 2억 달러어치 운송, 보험료만 2000만 달러

이란의 샤히드-136 자폭 드론. 위키피디아
이 같은 보험료가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는 흑해 보험료를 보면 체감할 수 있다. 흑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치열한 드론전이 벌어지는 곳이다. 게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실제로 이곳에 대량의 기뢰를 살포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을 오가는 화물선이 수시로 드론 공격을 받고 해안 곳곳에 기뢰가 떠밀려오고 있다. 그런 탓에 우크라이나는 물론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튀르키예가 4년째 기뢰 제거 작전을 수행 중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부설한 기뢰는 1000개가 넘고 이 중 400개 이상이 유실됐다. 반면 4년 동안 제거된 기뢰는 150여 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흑해를 지나는 선박 보험료율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0.25%대를 유지했다. 며칠 사이 4척의 선박이 피격된 지난해 12월 최고치를 찍은 보험료율도 1%에 불과했다.
최근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싸고 공포가 고조된 데는 300년 이상 선박 보험 및 재보험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로이즈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하루 10척 안팎의 배가 별 탈 없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고 있고 그 덕에 로이즈는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미 국제개발금융공사(DFC)에 로이즈를 대체할 재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점점 더 많은 이가 호르무즈에 기뢰나 드론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통행 중단’ 문제는 곧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