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발(發) ‘스푸트니크 모멘트’
![1월 20일(현지 시간) 딥시크가 내놓은 ‘R1’ 모델은 오픈AI가
개발한 챗GPT ‘o1’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a5/4c/67/67a54c6720c1d2738276.jpg)
1월 20일(현지 시간) 딥시크가 내놓은 ‘R1’ 모델은 오픈AI가 개발한 챗GPT ‘o1’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시스]
실제로 딥시크의 AI 모델인 ‘R1’은 오픈AI의 최신 모델 ‘o1’을 비롯해 미국 빅테크가 개발한 AI보다 우수하거나 엇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딥시크는 기술 보고서에서 R1이 미국 수학경시대회 테스트에서 79.8% 정확도를 기록해 오픈AI o1의 정확도 79.2%를 앞질렀다고 밝혔다. R1은 또 500개 수학 문제 테스트에서 정확도 97.3%를 기록했으며, 다양한 주제의 복잡한 다중 질문 테스트(FRAMES)에서도 82% 정확도로 76.9%를 나타낸 o1을 능가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뛰어난 성능의 AI를 만드는 데 훨씬 저렴한 비용이 들었다는 것이다. 개발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80억 원)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오픈AI가 투자한 비용 1억 달러(약 1450억 원)의 18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다. 게다가 딥시크 AI 모델에는 미국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 반도체가 사용됐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AI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를 해왔는데, H800은 고성능 AI 반도체 H100의 절반 가격 수준에서 거래된다. AI 개발에 사용된 칩 개수도 오픈AI는 1만6000개인 반면, 딥시크는 2048개에 불과하다. 딥시크의 AI 모델 개발로 엔비디아 주가는 1월 27일 뉴욕증시에서 16.86% 폭락해 미국 역사상 하루 최대 손실액을 기록했다.
적은 연구개발(R&D) 인력이 투입된 점도 주목받았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딥시크의 R&D 인력은 139명에 불과하다”며 “오픈AI에 연구원만 1200명이 있는 것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량원펑 딥시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7월 중국 정보기술(IT) 매체 ‘안융’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은 1~2년 차이가 아니라 독창성과 모방의 차이”라며 “본질적으로 이를 바꾸지 못하면 중국은 영원히 추종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술 도용, 정보 유출 지적하는 미국
앞으로 중국이 AI 분야에서 미국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에선 딥시크가 자국 지식재산권을 도용해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I·암호화폐 정책을 총괄하는 차르로 임명한 데이비드 색스는 “딥시크가 미국의 지식재산을 도용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도 “그들은 훔치고 침입하고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딥시크의 데이터 도용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오픈AI는 “딥시크가 증류(distillation) 기술을 활용해 자체 AI 모델을 훈련시켰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증류는 AI 모델이 기존 모델의 출력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하는 방식으로, 특정 AI 기술을 우회적으로 모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 상무부는 딥시크가 AI 모델 개발에 대중 수출이 금지된 반도체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딥시크가 수집한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딥시크는 개인정보보호 약관에 중국 내 서버에 데이터를 수집·저장하고 국가안보와 관련된 데이터 조사에서 중국 정부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호주 퀸즐랜드공과대 AI책임연구소의 에런 스노스웰 선임연구원은 “딥시크는 개인의 계정 정보와 플랫폼 활동 기록뿐 아니라, 키보드 입력 패턴까지 수집하고 있으며 이런 정보들이 중국 정부에 저장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일부 국가와 기업, 정부 기관은 딥시크의 정보 유출을 우려해 접속 차단에 나서고 있다. 또 미국 언론들은 딥시크가 톈안먼 민주화 시위 사태와 홍콩 민주화 시위 같은 민감한 주제에는 의도적으로 답변을 회피하거나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만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오픈AI·오라클·소프트뱅크 합작 회사 만든 트럼프
![1월 2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함께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합작 벤처 ‘스타게이트’ 설립을 발표했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a5/4c/bb/67a54cbb22c9d2738276.jpg)
1월 2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함께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합작 벤처 ‘스타게이트’ 설립을 발표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1월 23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연설에서 미국을 제조업 초강대국이자 AI·암호화폐의 ‘세계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AI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류 번영과 경제적 경쟁력, 국가안보 향상을 위해 AI 지배력을 유지·증진하는 게 미국의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도 AI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면서 미국과의 경쟁에서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4대 국유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은 1월 24일 5년간 AI 산업에 1조 위안(약 200조 원)을 금융 지원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1월 17일 600억 위안(약 12조 원) 규모의 AI 투자 기금을 출범했다.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월 3일 한국을 방문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오른쪽)는 “딥시크 성능은 새롭지 않다”고 평가했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a5/4c/ea/67a54cea2124d2738276.jpg)
2월 3일 한국을 방문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오른쪽)는 “딥시크 성능은 새롭지 않다”고 평가했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