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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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지금 ‘불륜의 계절’

이혼 사유 1위 등극, 외도 전문 사립탐정 등장 … 일부에선 “자유연애 주장” 목소리 높여

  •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hanmail.net

    입력2004-11-25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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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호주인들의 결혼생활을 파괴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정답은 배우자의 ‘외도’다. 배우자의 외도가 이혼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여러 나라에서 흔한 일이지만, 호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10년 전만 해도 이혼의 주요 원인은 도박, 알코올, 마약 중독이었다. 외도로 인한 이혼은 20%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호주 사회가 변하고 있다. 1975년 법적으로 간통이 이혼 사유에서 제외된 이후 이혼 사유에서 외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하게 늘어났다. 그리고 지금은 외도가 이혼 사유 1위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그래서 결혼 전 성생활을 자유롭게 즐겨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결혼하고 나면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잠자리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또 호주인들은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성생활 하는 친구나 친지들을 배척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다.

    얼마 전 호주의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친구들이 자신에게 하는 고백 중 가장 듣기 싫은 내용은?’이라는 질문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54%의 응답자가 ‘외도’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제는 호주 사회에서도 외도가 보편화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정식 결혼한 부부 가운데 25∼50%가 외도한 사실이 있다고 보고 있다. 외도의 심각성을 다룬 한 TV 특집프로그램에 출연한 타니아의 경우,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외도를 즐겼다”라고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현재 남편과 남편이 모르는 애인, 그 외에도 여러 명의 남성과 자유롭게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며 “다른 타입의 남성을 만날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잠자리를 전제로 한 단 한 번의 만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라는 타니아의 당당한 말에 호주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호주의 가정 상담사들은 최근 급증한 외도의 원인을 ‘인터넷 보급’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호주도 인터넷 접속망이 각 가정에까지 뻗어 있다. 그 부작용으로 얼굴도 모르는 이성과 남모르게 대화하는 인터넷 채팅이 갈수록 늘어, 이제는 불륜과 가정 파탄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뉴캐슬 대학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혼자들 사이에서 오가는 온라인 채팅의 30%는 불륜 관계로 발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도 급증 원인은 ‘인터넷의 확산‘

    이처럼 외도가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되자 외도와 관련된 새로운 직업도 생겨나고 있다. 바로 ‘외도 전문 사립탐정’이다. 사립탐정인 스티브 머레이씨는 “현재 50%가 넘는 부부가 외도를 즐기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인터넷 채팅에 중독되어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은 주로 30, 40대 남성이라는 것. 머레이씨는 “의뢰인의 75%는 여성이며, 의뢰 사건의 95% 정도는 실제 불륜을 저질렀음을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24시간 안에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치권 역시 ‘외도 급증’의 여파에서 예외일 수 없다. 얼마 전 끝난 총선에서 호주 파라마타시의 전 자유당 의원 카메론 로씨는 낙선했다. 유세 기간 끊임없이 불거진 자신의 불륜 사실을 결국 시인했기 때문. 그는 “아내가 임신 중일 때조차 불륜 관계를 맺었다”고 고백해 그 파장이 선거 결과에 미친 것이다.

    외도를 경계하는 여론이 주류를 이루는 최근, 호주 사회 일각에서는 ‘일부일처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어 화제다. 시드니에서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찰스 블리치와 그의 아내 크리스타는 “일부일처제는 결혼생활을 너무 단조롭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열린 마음으로 파트너가 누구를 원하든 상관하지 말자”는 것. 말하자면 자유연애를 주장하는 셈이다. 이들의 주장은 대체로 보수적인 호주인들에게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호주 전역에서는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점차 ‘도덕성을 회복하자’는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호주 정부도 나서서 부부 대상 상담전화와 전문상담소를 늘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최근 호주인들은 ‘가정에서부터 도덕을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도덕적으로 올바른 국민성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자신들의 나라가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같이 타락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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