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디스 홈페이지. 여전히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KT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문제가 된 사안은 소디스(SODIS) 사업. 소디스는 KT 시내전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및 판촉물 발송용으로 임대하는 사업이다.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는 11월4일 KT에 공문을 보내 소디스 사업 중단을 공식 요청했다. 정통부 측은 “소디스 사업이 시내전화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법률 전문가들과 여론의 지적에 따른 조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통부 공문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KT 측은 “사업 추진을 일단 보류하고 개인정보 침해 여부에 대한 법률 재검토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11월22일 현재 사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미 가입자는 25만명을 넘어섰고 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약관 또한 그대로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동차, 영화표 등을 경품으로 내건 대형 이벤트를 중단한 것. 11월14일 이벤트 종료 전까지는 홈페이지 전면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자리잡은 해당 안내판을 클릭하면 일사천리로 회원가입 작업이 진행됐다.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가 문제 삼은 것 또한 바로 이 부분이다. “개인정보를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제공할 것인지, 제삼자에게 제공했을 때 어떤 위험이 있는지 따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경품을 앞세워 본인 동의를 받는 것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T 이보상 DBM사업부장은 “소디스 사이트에 들어왔다는 것은 이미 이 사업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는 의미”라며 “홈페이지 초기화면 잘 보이는 곳에 ‘이용약관’ 표시를 해놓았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를 클릭해 볼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오히려 유명인사들의 연령, 현직 등을 공개한 언론사 등의 인명 데이터베이스가 더 문제 아니냐. 다만 앞으로도 지적 사항이 있으면 그때그때 고쳐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약관. 특히 제22조(면책조항)의 경우 ‘KT는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얻은 자료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또한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며 타 고객으로 인해 입게 되는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도 보상할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고 적시해놓았다. 이는 가입자가 소디스에 접속해 제공한 정보를 어디에 사용하든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타 고객’이 개인 자료를 제공받는 기업체를 말하는 것인지 개인인지도 분명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통신업계에서는 요즘 한 소규모 벤처기업 대표와 KT 사이에 벌어진 법정 공방이 화제. 주인공은 네트워크 장비를 생산하는 ㈜캐너즈의 정상은 사장. 정 사장은 “2002년 KT 글로벌사업단이 ‘기술 개발을 해주면 우리가 해외 판매는 물론 KT 납품을 책임지겠다’고 해 VPN이라는 네트워크 장비를 만들었다. 그러나 KT와 벤처기업 간에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불평등한 계약, KT의 적반하장식 소송으로 인해 특허권을 가압류당했음은 물론 회사도 문을 닫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KT를 통해 약 1억원어치의 제품을 미국에 수출했으나 KT 측이 “제품에 하자가 있어 대금을 줄 수 없다”고 해 제품도 대금도 모두 받지 못했다는 것. 또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를 들어 제품의 사업권 등을 자신들이 지정한 A사에 넘기라고 강요했으며, 주요 기술인력마저 A사로 빼가려 했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당시 A사로 이직한 직원들은 제품의 소스 코드를 알고 있는 핵심 인력이 입사를 거부하는 바람에 한 달도 못 가 퇴출됐다”며 직원들의 진술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KT 법무팀 곽동열 부장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법무팀의 또 다른 소송 담당자는 “2002년 4월 미국 업체와 납품 계약을 하고 제품 75대를 선적했으나 핵심 장비 미탑재와 기능 미비로 클레임에 걸렸다. 그로 인해 큰 피해를 보게 돼 2억3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정 사장이 주장하는 특허권 양도 압력이나 기술인력 이직 종용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정 사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KT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진정을 했으나 2003년 7월31일자로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곽 부장은 “타 업체와 진행하던 사업에 문제가 생겨 (KT가)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캐너즈 건은 워낙 우리 손실이 커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