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농민공들이 일터로 복귀하기 위해 회사가 제공한 버스에 타고 있다. [China Daily]
농민공은 집값이 비싼 대도시에 가족을 데리고 와 완전히 정착하기보다 일정 기간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춘제(春節·중국의 음력설) 직전 일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다시 대도시로 돌아오곤 한다. 농민공 규모는 2억9000여 명에 달하며, 이들이 고향에 송금하는 돈은 농촌 총수입의 40%를 차지한다. 이번 춘제 연휴 때 농촌으로 돌아갔던 이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도시 일터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각 지방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여전히 주민 이동을 통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들도 지금까지 정상가동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각국 소비가 대폭 줄면서 중국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농민공이 사실상 대량실직된 상태다. 농민공의 대규모 실업 사태는 농촌경제에 타격을 줄 뿐더러, 중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민공 규모는 2억9000여 명
직장으로 복귀한 중국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일을 하고 있다. [CGTN]
글로벌 경제 컨설팅 기관인 홍콩의 게이브칼은 2~3월 중국 농민공이 일하지 못해 잃은 소득은 총 8000억 위안(약 141조4120억 원)에 달할 것이며, 자영업자까지 포함하면 상실된 소득 규모는 1조5000억 위안(약 265조155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중국 전체 가계 가처분소득의 3~4%에 달하는 수준이다. 게이브칼의 중국 책임자 앤드루 뱃슨은 “농민공은 직장과 거주지가 다른 곳에 있어 수십 년간 사회보장 프로그램이나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았다”며 “화이트칼라 노동자는 소득 감소에도 급여를 받을 수 있었지만 농민공은 아예 소득이 없는 채로 몇 달을 보내야 했다”고 지적했다.
상실된 소득 규모는 1조5000억 위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한을 방문해 채소 상점들을 둘러보고 있다. [CGTN]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조기에 수습하고자 국영기업과 대기업의 공장 가동을 독려하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정상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중소기업 가운데 3분의 1만 겨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푸궁난’(復工難·업무 복귀의 어려움)이라는 신조어가 나왔을 정도다. 중국의 2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역대 최저치인 35.7을 기록했다.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인 PMI가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2월 수치로 볼 때 중국 제조업 활동은 최악의 위축세라고 할 수 있다.
소비 분야는 더욱 나쁘다. 1~2월 소매 부문은 전년 대비 -20.5%를 기록했다. 춘제 특수가 사라진 데다 중국 정부가 방역을 위해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면서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자동차(-37.0%), 가전(-30.0%), 건축자재(-30.5%), 의류(-30.9%)가 모두 곤두박질쳤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주민(朱民) 중국 칭화대 국가금융연구원 원장은 1~2월 중국 관광업은 9000억 위안(약 159조 원), 식음료 소비지출은 4200억 위안(약 74조2500억 원)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1~2월 투자는 –24.5%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인위적으로 성장 엔진인 투자를 늘려 경기를 살리곤 했다. 하지만 소비가 최악인 상황에서는 공장이나 생산 설비를 늘려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현재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일일 물류 트럭 운행 대수는 평균 183만 대로, 지난해보다 31.2%나 하락했다. 중국의 석탄과 전력 소비는 크게 줄었고, 철강·시멘트 등의 재고는 쌓이고 있다. SCMP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주요 경제지표가 ‘극적인 붕괴(dramatic collapse)’ 현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주요 경제지표가 ‘극적인 붕괴(dramatic collapse)’ 현상
중국 베이징의 한 고급 식당이 손님이 하나도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다. [CGTN]
문제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추락하다 빠르게 회복하는 ‘V’자형 그래프를 보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진원지인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최악의 경우 제로(0)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경제 전문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지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경제는 국내외 수요 부진에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각에선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자칫하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해는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이 사망하고 중국대륙을 뒤흔든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6년(-1.57%) 이후 한 번도 없었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를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는 이미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닥터 둠’(Dr. Doom·비관론자)이라는 얘기를 들어온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가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지 알 수 없다”며 “올해 세계경제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블룸버그통신 산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최악의 경우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은 0.1%에 그치고 미국과 일본, 유로존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중국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해 각종 제품의 생산에 박차를 가하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각국 경제가 나빠지면서 중국산 제품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시 주석은 내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올해 경제성장률을 5.6% 이상 기록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아무리 통계를 조작해도 샤오캉 사회는 물 건너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