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맨더 인 치트
릭 라일리 지음/ 김양희 옮김/ 생각의힘/ 360쪽/ 1만8000원
미국에선 대통령을 군통수권자라는 점에서 ‘커맨더 인 치프(Commander-in-Chief)’라고 부른다. ‘커맨더 인 치트(Commander-in-Cheat)’는 이 말을 비틀어 사기꾼들의 최고통수권자라는 의미로 쓴 것이다. 눈치챘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 릭 라일리다.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그가 왜? 트럼프는 전 세계에 14개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고 클럽 챔피언십에서 18번이나 우승했다고 허풍 떠는 골프광이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골프라는 스포츠와 관련된 트럼프의 거짓말이다. 트럼프가 엄청난 팬이라고 말한 라일리는 빼어난 글솜씨로 골프와 관련된 트럼프의 헛소리에 팩트 폭격을 가한다. 신성한 스포츠를 더럽히는 꼴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큰 공(지구)을 상대로 저지르는 짓이 이미 작은 공(골프공)을 상대로 저지른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뼈 때리는 비판이 일품이다.
관료로 산다는 것
판수즈 지음/ 이화승 옮김/ 더봄/ 292쪽/ 1만7000원
사대부 하면 흔히 탄탄대로가 보장된 사람을 떠올린다. 하지만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대부가 비극적으로 삶을 마쳤다. 천하를 경영하고 국정을 잘 다스려보겠다는 ‘천하사무’의 이상이 이들을 벼슬길로 끌어들였지만, 정작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변덕이 심해 종잡을 수 없는 군주와 치열한 붕당정치였다. 역사학자 판수즈는 명의 창업공신이었지만 몰락한 유기와 이선장, 빼어난 재주를 지녔음에도 중용되지 못한 당백호와 서문장, 관료생활 속에서 도학을 완성한 왕수인과 이지 등 다양한 명나라 사대부의 삶을 추적하면서 벼슬길의 험난함을 얘기한다. “강직하면 권세에 핍박받고, 아첨하면 후세에 멸시당한다”는 구절처럼 그때나 지금이나 강직한 관료로 사는 것은 벅차고 힘겨운 일이다. 공무원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알랭 뒤카스의 선택, 그린 다이닝
알랭 뒤카스 · 로맹 메데 · 앙젤 페레 마그 지음/ 정혜승 옮김/ 팬앤펜/ 172쪽/ 2만1000원
알랭 뒤카스는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지금까지 총 21개 별을 받은 프랑스 요리계의 거장이다. 프랑스 파리 근교 베르사유궁전에 최초로 레스토랑을 오픈한 인물이기도 하다. 책에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인 제철 채소를 활용한 요리법과 그의 요리 철학이 담겨 있다. ‘채소 요리는 단순하다’는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깨버리는 다채로운 채소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채소만으로도 맛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뿐만 아니라 조리법과 주재료의 영양과 효능에 대해 꼼꼼하게 알려준다. 무엇보다 저자의 요리 철학 가운데 하나인 ‘추억을 선사할 것’을 실현한 듯한, 한 컷 한 컷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듯한 요리 사진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