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에 묶여 있던 돈이 국내 증시로 들어가 현 코스피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챗GPT 생성 이미지
전세 쇠퇴와 코스피 상승
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아주 특수한 제도다. 자본금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도 대출받아 전세를 구할 수 있어 주식투자할 돈이 줄어든다. 해외에는 전세가 없어 매매나 월세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보통 월세로 살면서 남는 돈을 주식에 투자하고, 점차 자금을 불려서 나중에 집을 사는 순서를 따른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해온 배경에도 이런 구조가 깔려 있다. 반면 한국은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 시절에 큰돈이 전세금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다 보니 코스피는 늘 찬밥이었고, 외국인투자자의 놀이터라는 말까지 돌았다.요즘은 전세 물량이 급감해 투자금이 코스피로 밀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 약 2만7000건에서 올해 5월 약 1만6240건(부동산 정보업체 ‘아실’ 5월 8일 기준)으로 줄어들었다. 전세수급지수는 108.4를 기록해 2021년 전세대란 이후 최고 수준이다. 2021년이 어떤 해인가. 전국적으로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나며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300을 돌파하고 너도나도 주식에 뛰어들던 시기다. 이처럼 전세 물량 감소는 필연적으로 코스피 상승으로 이어진다.
대출 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전세대출을 받았던 것처럼 주식을 살 때도 신용융자를 활용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한국 증시의 신용융자 잔고는 사상 최대인 36조 원을 넘어섰다. 어떤 이들은 이 지표만 보고 과열이라고 주장하는데, 나는 다르게 본다. 전세대출 대신 주식대출이 늘어났을 뿐이다. 전세를 살면 이후 전세금이 늘어나지 않지만, 코스피에 투자하면 투자금이 늘어나 개인 부의 축적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
개인투자자의 달라진 자금 흐름
전세 종말이 불러온 코스피 투자 열풍은 부의 재분배 효과를 누리게 한다. 전세대출은 돈이 집주인으로 향하게 만들어 결국 집주인 좋은 일만 할 뿐이다. 세입자의 자산 증식 효과는 거의 없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는 구조다. 반면 주식을 더 사려고 빚을 내는 것은 금융권의 돈이 증시로 흘러가게 만들어 기업 활동에 도움을 준다. 나아가 코스피에 투자한 주주들 자산도 함께 늘어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는 소비 활성화, 내수경기 활성화로 이어진다. 부동산시장에 묶여 있던 돈이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와 도는 모습이다.특히 전세금 마련을 위해 대출받던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청년층의 관심이 코스피로 쏠리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과거에는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내고 은행 이자를 감당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주주로서 자산 상승 기회를 얻고 있다. 이는 부의 계층이 재편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집이 없다는 이유로 항상 을 위치에 있던 청년층이 코스피라는 부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부동산 기반의 전통 부유층을 추격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 글로벌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코스피 상승률이 유독 강한 이유도 여기 있다. 해외 증시는 부동산 자금이 갑자기 증시로 이동하는 구조가 아니다. 반면 한국은 오랫동안 부동산에 묶여 있던 거대한 자금이 이제야 코스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시장이 이 흐름을 읽고 있기 때문에 상승폭도 더 가파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운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인투자자를 오랫동안 옭아매던 전세라는 족쇄가 풀리고, 월세로 거주하면서 코스피 투자수익으로 집을 사는 것이 상식인 사회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 집주인에게 흘러가던 막대한 전세금이 기업과 증시로 이동하게 된다면 한국 경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 결국 지금의 전세대란은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돈 흐름을 바꾸고 있고, 그 변화가 코스피를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