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4

..

‘AI 거품론’에도 반도체 주가 고공 행진

“실적 뒷받침된 강세장”… 모건스탠리 ‘17만전자, 85만닉스’ 전망도

  • reporterImage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5-11-18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11월 3~7일 한주 동안 나스닥 지수는 4% 하락해 주간 하락률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4월 첫째 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뉴시스

    11월 3~7일 한주 동안 나스닥 지수는 4% 하락해 주간 하락률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4월 첫째 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뉴시스

    “인공지능(AI) 버블 붕괴로 주가가 단기간에 폭락할 우려는 적다고 본다. 오픈AI가 만든 챗GPT의 주간활성사용자 수가 7억 명이 넘는다. 빅테크는 여전히 실적과 시총을 기반으로 AI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있다. 인프라와 실적 없이 투자가 이뤄졌던 닷컴버블 상황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유동성이 더해져 AI 투자 붐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AI 버블론’에 대한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의 진단이다. 하반기 ‘AI 슈퍼사이클’을 타고 미국 뉴욕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 역시 랠리를 지속했으나 최근 월가에서는 AI 버블론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AI 버블 초입 단계일 수 있지만 주가 랠리는 수개월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빅쇼트’ 마이클 버리의 경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하던 코스피가 11월 5일 하루 만에 2.85% 폭락했다. 이는 미국을 강타한 AI 버블론 영향으로, 11월 4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3.96%), AMD(-3.70%) 팔란티어(-7.94%)를 비롯한 미국 기술주가 폭락한 데 기인한다. 

    AI 버블론에 불을 지핀 것은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거물 투자자 마이클 버리다. 11월 4일 그가 운영하는 사이언자산운용이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대한 풋옵션을 매수한 사실이 알려졌다. 풋옵션은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는 파생상품이다. 이후 데이비드 삭스 백악관 AI 차르의 발언도 시장에 충격을 줬다. 그는 6일 “AI에 대한 연방정부의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밝혔다. 11월 3~7일 한 주 동안 나스닥 지수는 4% 하락해 주간 하락률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4월 첫째 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AI 거품론이 최근에야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8월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가 “AI에 거품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며칠 뒤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산하 연구조직 ‘난다(NANDA) 이니셔티브’는 “기업이 생성형 AI에 돈을 쓰고 있지만 그중 95%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해 증시에 충격을 안겼다. 9월에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지역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주식 가격이 상당히 고평가되고(fairly highly valued) 있다”고 해 AI 버블론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이런 발언의 배경에는 AI 혁명 흐름에 올라탄 빅테크 기업들의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이 있다. 금융정보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PER은 54.2배, 팔란티어는 444.3배에 달한다. 또 자금이 AI 열풍에 올라탄 일부 정보기술(IT) 기업에 몰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14일 발표한 세계금융안정 보고서에서 “AI 대형주의 시총 집중도가 과도하다”며 “기술주 수익이 높은 가치를 정당화하지 못하면 급격하고 날카로운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빅테크 기업 간 ‘순환 투자’ 문제도 불거졌다. 9월 오픈AI는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000억 달러(약 147조2100억 원)를 투자받아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투자받은 금액 대부분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입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또 오픈AI는 오라클과 3000억 달러(약 441조6900억 원)의 클라우드 계약을 맺었는데 오라클 역시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는 회사 중 하나다. 

    이는 닷컴버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밴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업체가 고객사에 투자하거나 자금을 빌려주고, 고객사가 그 돈으로 다시 공급업체 제품을 구매하는 순환 방식이다. 겉으로는 매출이 폭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자금을 돌려막기 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AI 기업 간 순환 구조는 분명 리스크로 작용한다”며 “버블이 언제 터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구조적 문제가 있는 한 AI 버블론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 6개월 만에 2.3배↑

    하지만 AI 슈퍼사이클은 이제 시작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엔비디아는 8월 말 2분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56% 늘어난 411억 달러(약 60조5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AI 수요가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또 닷컴버블 때와 비교하면 AI 주도주 쏠림 현상이 초기 단계라는 지적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 세미나에서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1999년 미국은 긴축 국면이었고, 닷컴 기업들의 PER은 평균 60배였다. 하지만 현재 AI 기업의 경우 30배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AI 관련주의 상승 여력이 더 있을 것으로 본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식의 12개월 전망치는 약 230달러로, 6개월 전 목표주가 평균치 163달러에 비해 1.4배 높아졌다(표 참조). 11월 11일 기준 엔비디아 주가가 193달러임을 감안하면 20%가량 오를 여지가 남은 것이다. 

    AI 슈퍼사이클을 타고 코스피를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장밋빛 전망이 우세하다.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건립 경쟁으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와 D램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실적에 반영돼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동기 대비 32% 증가한 12조1661억 원을 기록했다. 월가에서 본 삼성전가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각각 12만4000원, 64만9000원으로 6개월 전과 비교해 각각 1.72배, 2.36배 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강세장이 올 경우 두 기업의 목표주가를 17만5000원과 85만 원까지 내다봤다. 11월 11일 보고서를 통해 “D램과 낸드 가격이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며 “이번 메모리 반도체 강세장은 4~6분기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