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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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美 대선 외풍에 흔들릴수록 “백 투 베이직”

실적·펀더멘털 중요성↑… 전문가 “보조금 없앤다고 산업 성장세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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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7-26 09: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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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의 반도체 정책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의 반도체 정책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뉴시스]

    ‘6년 만에 5조 원대 영업이익.’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 5조4685억 원이라는 성적표를 써냈다(표 참조).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던 2018년 2분기(5조5739억 원) 이후 첫 5조 원대 영업이익 재진입이다. 어닝서프라이즈에 해당하는 6조 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시장 전망치에는 부합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영향으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주가 하락의 최후 버팀목 역할을 할 기업들 실적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국 대선 판세에 따라 출렁이고 있다. 대선 토론 승리, 유세장 피격 사건 등으로 재선 가능성을 키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중심에 있다. 트럼프는 그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 축소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왔다. 최근 대만을 겨냥해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고 비판 수위를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글로벌 반도체주 주가는 ‘트럼트 대세론’이 부상할수록 하락세를 보였다. 7월 21일(현지 시간)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약속한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자 국내 반도체주 주가가 내리기도 했다.

    SK하이닉스, 5조 원대 영업이익 복귀

    이런 상황에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건 반도체 기업의 개별 실적이다. 기업 운영이 아닌, 정치 이벤트에 따라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기에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호실적’이라는 정공법인 셈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아직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게 아니며, 이럴 때일수록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백 투 베이직) 기업들 실적과 펀더멘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번 SK하이닉스 실적 발표가 실력을 입증한 대표적 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는 2분기 들어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전체 HBM 매출도 전분기 대비 8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 성장이 예상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다시 한 번 SK하이닉스의 입지를 확인한 것이다.

    “해리스 당선이 국내 기업에 유리”

    삼성전자는 7월 5일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31일 확정 실적 발표에서 한 번 더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잠정 영업이익 10조4000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인 8조 원대를 훌쩍 뛰어넘었는데, 확정 실적에서 반도체(DS)부문 비중이 구체적으로 공개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확정 실적 발표 후 진행되는 콘퍼런스 콜에서 최근 소문이 무성한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에 관한 삼성전자 측 공식 입장이 공개되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하반기 삼성전자가 HBM3E 양산을 개시할 것”이라며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반면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 HBM3E가 아직 엔비디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해당 칩에 대한 테스트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물론 반도체 기업들이 호실적을 내더라도 미국 대선 전까지는 선거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2분기 깜짝 실적을 올린 대만 TSMC는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상승하는 듯하다가 다시 하락한 상태다(그래프 참조). 순이익 2478억4500만 대만달러(약 10조5000억 원)로 시장 전망치인 2350억~2361억 대만달러를 넘어섰으나 이를 발표한 7월 18일(종가 171.87달러) 이후 주가가 160달러대 후반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7월 18일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진행했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실적 발표일인 7월 25일 뉴욕증시 충격에 주가(종가)가 전일 대비 약 9% 하락한 19만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가장 좋은 결론은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다. 바이든을 대신해 민주당 대선 후보 등판이 유력해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트럼프를 상대로 여론조사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1018명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양자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44%로 42%인 트럼프를 오차범위(±3%p) 내에서 앞섰다. 이와 관련해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위원은 “국내 반도체 기업 관점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산업정책을 계승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는 게 아무래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산업 밸류체인 공유라는 관점에서 추가 지원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반도체 보조금을 큰 폭으로 줄이거나 완전히 철회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칩스법과 IRA 모두 의회를 통과해 제정된 법인 만큼 폐기도 의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칩스법과 IRA 전면 폐지는 어렵다”면서 “행정부 권한을 활용한 보조금 축소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5년까지 AI 칩 공급 타이트해”

    더욱이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반도체 기업이 받는 보조금 혜택이 줄어들 수는 있으나 전체 산업 성장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AI 반도체) 수요와 공급 균형을 맞추려고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며 “공급은 2025년까지 매우 타이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전히 AI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실적이 계속해서 개선될 수밖에 없고, 이를 정책 보조금이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구상은 인텔, 마이크론 같은 미국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 혜택을 몰아줘 그들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폭증하는 칩 수요와 현재 이들 기업의 기술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시장이 필요로 하는 볼륨(양)을 다 감당하기는 힘들다”면서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도 삭감된 보조금 이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결국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을 것이라서, 궁극적으로 지금 반도체 기업들이 받고 있는 충격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또 트럼프가 실제 정권을 잡은 뒤 반도체 보조금에 대한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며 “대선 이후 전체 산업 측면에서 어떤 게 이익인지 따져 바이든 정부와 비슷한 보조금 정책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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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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