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큐텐 계열사인 티몬의 서울 강남구 사옥 앞에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서성이고 있다. [뉴시스]
A 씨는 7월 25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티몬이 현금 융통을 위해서인지 계좌이체로 결제하면 값을 할인해준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이미 돈이 빠져나간 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위메프의 경우 대표가 직접 환불받으려는 소비자를 응대하고 있는데, 티몬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피해 규모 최소 1000억 원 전망도
구영배 큐텐 대표. [큐텐 제공]
티몬이나 위메프에 입점한 중소 판매사들은 돈줄이 막혀 도산 위기에 처했다. 일부 업체가 플랫폼 측으로부터 받지 못한 판매대금을 소비자에게 요구하면서 갈등도 일어나고 있다. 소비자 B 씨는 원래 4만 원대인 전기주전자를 티몬에서 2만 원대에 구입해 지난주(7월 셋째 주) 배송 받았다. 그런데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지자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돌려주거나 상품 구입비를 내게 입금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티몬이 판매대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B 씨는 “이미 포장을 뜯어 물건을 사용한 데다, 티몬과 판매자 양측에 돈을 이중 지불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티몬이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를 중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바람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큐텐, 잇단 인수합병에 유동성 부족
이번 사태 배경으로 큐텐의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유동성 부족이 지목된다. 티몬과 위메프는 고객이 결제한 대금을 최장 2개월 보관했다가 판매업체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업의 유동성 부족으로 이 같은 판매대금 흐름이 막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큐텐은 G마켓을 창업한 구영배 대표가 이베이와 합작해 2010년 싱가포르에 문을 연 이커머스업체다. 2022년 티몬을 시작으로 이듬해 3월 인터파크쇼핑, 4월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하고 올해 미국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 ‘위시’와 AK몰을 사들이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공격적인 사세 확장이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티몬·위메프 인수 당시 지분교환 방식을 취한 큐텐은 올해 2월 위시 인수 때는 현금 2300억 원가량을 동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일부가 위시 인수에 쓰인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구영배 대표는 한국 이커머스 1세대 경영인으로 불린다. 서울대 자원공학과 졸업 후 미국 에너지업체에서 근무한 구 대표는 1999년 국내 첫 온라인 쇼핑몰업체 인터파크에 입사해 유통업계에 발을 디뎠다. 인터파크 사내벤처 형태로 ‘구스닥’(현 G마켓)을 출범한 그는 2003년 본격적인 온라인 ‘오픈마켓’ 사업 모델을 도입했다. 한때 국내 오픈마켓 1위 업체로 발돋움한 G마켓을 2009년 미국 이베이에 매각한 구 대표는 이듬해 싱가포르로 건너가 큐텐을 세웠다. 이번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지자 구 대표는 급거 귀국해 티몬·위메프 측과 해결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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