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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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3구역에서 신통기획 반대 목소리 나온 이유?

김제경 소장 “공공기여에 대한 이견이 원인, 정비사업 공공성-주민 의견 조화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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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10-2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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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인허가 절차와 기간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의 추진을 놓고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어로 불리는 압구정3구역에서 전체의 15%에 달하는 주민 600여 명이 서울시와 강남구에 신통기획 반대 청원을 제출했다. 같은 달 잠실주공5단지 일부 주민도 신통기획 철회 동의서를 송파구에 접수했다. “기부 채납률이 지나치게 높고, 일부 공공 인프라가 주민의 이익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재건축·재개발 전문가인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사업 난항은 해당 주민뿐 아니라, 향후 부동산시장과 주택 공급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0월 20일 김 소장을 만나 최근 신통기획을 둘러싼 일부 재건축 단지 주민의 반대 이유와 해결 방안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통합심의 등 절차 간소화로 주목받은 신통기획

    먼저 신통기획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짚어달라.

    “신통기획의 연원을 살펴보면 당초 재개발에서 출발했다. 2021년 5월 서울시는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그 일환으로 ‘공공기획’을 도입하고 나섰다. 사전타당성조사부터 정비계획수립까지 서울시가 주도해 공공성에 바탕을 둔 합리적 정비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간 부동산시장에서는 공공재개발·재건축,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놓고 사업 지연이나 현금청산 논란이 있었다. 주민들 사이에서 공공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서울시가 내놓은 복안이 신통기획이다. 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재건축·재개발사업으로, 공공 지원을 통해 속도를 높이는 게 뼈대다.”

    재건축·재개발 추진에 상당한 호재 아닌가.

    “일단 재건축·재개발을 원하는 주민 입장에선 긍정적인 내용이 많다. 정비사업의 경우 민간이 홀로 추진하는 것과 서울시의 적극적 지원이 뒷받침되는 것은 출발점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신통기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인허가 간소화다. 재건축·재개발사업 시행인가 단계에서 제각기 이뤄지던 건축·교통·환경 영향평가에 통합심의를 적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주민과 서울시가 일종의 협업을 통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게 신통기획의 최대 장점이다. 다만 ‘당근’이 있다면 ‘채찍’도 있기 마련이다. 서울시가 인허가 속도를 높여주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정비사업의 공공성을 더 강조할 수 있다. 가령 임대주택이나 각종 기반시설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식이다. 이 같은 요구에 일부 주민이 강하게 반발하는 재건축 단지가 나오고 있다.”

    보행교 등 기부채납 놓고 주민 불만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신속통합기획안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신속통합기획안 조감도. [서울시 제공]

    재건축 신통기획 추진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대표적인 곳이 압구정3구역이다. 3구역은 압구정 재건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 압구정 재건축 구역들의 용적률·층고 규제가 완화되고 기존 아파트지구에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바뀌어 비(非)주거 시설도 들어설 수 있게 돼 기대감을 모았다. 3구역은 그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핵심 지역으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압구정3구역 신통기획을 놓고 서울시와 일부 주민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압구정3구역이 공모를 통해 선정한 업체 설계안이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무효가 됐고, 현재 조합은 재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월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압구정3구역 재건축이 차질을 빚는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조합이 욕심을 앞세워 이를 시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조합 측은 조합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원할 것이고, 서울시 입장에서 본 공공기여 개념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신통기획을 둘러싼 갈등 원인은 무엇인가.

    “정비사업의 공공성에 대한 서울시와 주민들의 시각차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3구역 신통기획안을 살펴보면 한강 건너 성동구 성수동과 압구정동을 잇는 공공보행교, 올림픽대로 위를 덮는 덮개공원, 단지를 관통하는 공공보행로가 눈에 띈다. 이게 현실화한다면 결국 재건축 조합원들의 돈을 들여 기부채납되는 것이다. 주민들이라고 이 같은 기부채납 시설에 덮어놓고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 추진에 각종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기브 앤드 테이크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덮개공원의 경우 올림픽대로 소음을 어느 정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 주민들 평가가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반대하는 주민들의 주된 불만은 무엇인가.

    “문제는 강남북을 잇는 보행교와 단지를 관통하는 보행로다. 우선 보행교의 경우 압구정 주민보다 외지인이 더 많이 이용할 공산이 크고, 자칫 단지가 관광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보행로는 주민들 반발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이 보행로는 보행교와 압구정역을 연결하는데, 이 때문에 아파트 단지가 사실상 관통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프라이버시가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재건축 추진에 영향은 없을까.

    “주민들도 신통기획 자체를 거부할 경우 향후 재건축 자체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현 단계에서 신통기획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 비율은 10%대 정도인 것 같다. 다만 신통기획 추진에 찬성한다고 해서 각종 기부채납 시설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단지를 관통하는 보행로의 경우 반대하는 주민이 절대다수라고 알고 있다. 이처럼 본격적인 인허가 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갈등이 생겼다. 향후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인허가 과정에서 공공성을 띤 기부채납 방안을 놓고 서울시와 주민 간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사업 진행이 지연될 수 있다. 이 경우 당초 신통기획의 장점이던 속도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뉴스1]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뉴스1]

    신통기획에 대한 재건축·재개발 온도차

    일부 주민 사이에서 신통기획 철회 목소리가 나오는 재건축 단지와 달리, 재개발사업에서는 이렇다 할 반대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도리어 신통기획 대상 지역으로 선정해달라며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곳이 적잖다고 한다.

    신통기획을 놓고 재건축·재개발사업에 온도차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 상황에서 재개발사업은 신통기획이 아니면 사실상 선택지가 없다시피 하다. 재개발의 경우 정비구역으로 지정돼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데, 지정권자가 서울시다. 최근 ‘민간 재개발사업은 곧 신통기획’이라는 인식마저 생긴 이유다. 반면 재건축은 사정이 좀 다르다. 안전진단 결과 D, E등급을 받은 아파트 단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상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의 입김이 재개발에 비해 크지 않다.”

    공공 인프라 구축에 대한 시각도 다를 듯한데.

    “그렇다. 재건축은 처음부터 끝까지 민간사업인 반면, 재개발은 민간이 추진해도 공익적 측면이 크다. 두 사업의 차이가 드러나는 대표적 부분이 임대주택 건립이다. 재개발사업에선 일정 비율의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반면, 재건축에선 선택사항이다. 재건축사업에 임대주택 건립이 포함됐다는 것은 용적률 인센티브, 층수 규제 완화에 대한 일종의 ‘트레이드오프’ 성격이 강하다. 애초에 공공성이 강해 임대주택이나 학교, 공원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재개발의 경우 신통기획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이점이 크다. 반면 재건축에선 주민들의 선택 사안이던 각종 공공 인프라 구축이 마치 의무처럼 강조되니 상대적으로 신통기획 이점이 희석되는 측면이 있다.”

    반대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신통기획을 통한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려면 어떤 복안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재건축·재개발 공히 도시 미관을 정비하고 도심에 신축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공익적 의미가 큰 만큼 서울시가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서로 절충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시정비사업의 공익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인허가권을 가진 기관으로서 당연하다. 서울시 입장에서 신통기획에 인센티브만 부여했다가 과도한 특혜를 줬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울 것이다. 다만 재건축사업의 공공성 강화는 주민 의견과 조화되는 선에서 추진돼야 한다. 공익을 과도하게 밀어붙이면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만약 재건축 신통기획이 무산되면 사회적 손실도 예상된다. 서울의 경우 빈 택지가 없다시피 해서 재건축·재개발이 아니면 주택 공급이 어렵다. 도시정비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중장기적인 주택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다. 주민들 의견과 공익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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