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격화하면서 미국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하마스의 침공 직후 미국은 이탈리아에서 휴식 중이던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항모) 타격 전단을 이스라엘 방면으로 급파했다. 이어 미 본토에서 대기하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 전단의 증파도 발표했다. 수륙양용 공격함 ‘바탄’을 중심으로 한 상륙준비전단은 바레인에서 시나이반도 쪽으로 이동 배치됐고, 영국 스코틀랜드 패슬레인 기지에 있던 순항미사일 원자력잠수함(원잠) ‘플로리다’도 지중해로 출동했다. 미국은 이 같은 대규모 해군력 말고도 공군 전투기 또한 요르단에 대거 전개했다. 현재 중동 지역에는 이라크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미군 전력이 집결한 상태다. 이스라엘군이 10월 26일(현지 시간) 한밤중 가자지구 내 하마스 근거지를 탱크, 보병을 앞세워 기습 공격한 뒤 철수하는 등 전면적인 지상전 수순으로 전황이 치닫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 것은 이탈리아에 머물던 미 해군 상륙지휘함 ‘마운트 휘트니’의 출동이다. 마운트 휘트니는 유사시 한반도 전구 작전을 이끄는 제7함대 기함(旗艦) ‘블루 리지’의 자매함이다. 어지간한 규모의 군사작전에는 투입되지 않는 바다 위 전략지휘소다. 이 배가 동지중해로 와서 제럴드 포드 전단과 합류한 것은 대단히 심각한 시그널이다. 이스라엘-하마스의 무력분쟁이 대규모 전쟁으로 확전되리라는 전망이 담긴 포석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 사태에 대응해 완전편성된 항모 타격 전단 2개를 배치하겠다고 나섰다. 키프로스 남쪽 해역에 있는 제럴드 포드 항모 전단에는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 ‘노르망디’와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루스벨트’ ‘라마지’ ‘맥폴’ ‘토머스 허드너’가 배속돼 있다. 5척 모두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이지스 탄도미사일방어(BMD) 작전함이다. 신규 투입된 아이젠하워 항모 전단도 완전편성 상태다. 이지스 순양함 ‘필리핀 시’, 이지스 구축함 ‘그래블리’ ‘메이슨’에 이탈리아 해군 방공구축함 ‘비르지니오 파산’이 합류해 있다. 여기에 현재 지중해에서 대기 중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상설함대 소속 45형 방공구축함 ‘던컨’(영국), 이지스 호위함 ‘메넨데즈 누네즈’(스페인), 방공구축함 ‘카를로 마르고티니’(이탈리아), 호위함 ‘쉬르쿠프’(프랑스), ‘야부즈’(튀르키예), ‘프사라’(그리스)도 합류할 예정이다.
미국과 나토의 대규모 함대 전력이 동지중해에 배치되는 공식 이유는 ‘확전 방지’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간 교전이 레바논, 시리아, 이란 등 주변국으로 확대되는 것을 무력시위로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무력분쟁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고, 이스라엘과 레바논·시리아 국경 지역에선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병력 10만~15만 명을 보유한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병력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최대 1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시리아의 친(親)이란 민병대도 부대를 편성해 이스라엘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은 벌써 이스라엘로 미사일을 쏴대고,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들도 미군이 주둔하는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알하리르 비행장을 에워싼 채 드론과 로켓탄 공격을 퍼붓고 있다. 서방의 대규모 무력시위에도 확전을 막지 못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미군의 참전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미국 항모를 격침하겠다”며 큰소리치고 있다. 헤즈볼라는 무장단체인 주제에 이란, 러시아의 지원 덕에 다층 방공망과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SA-10B, SA-6, SA-3 등 다양한 지대공미사일로 무장한 방공부대를 운용 중이다. 러시아제 초음속 대함미사일 ‘야혼트’와 중국제 ‘누르’, 이란제 ‘파테-110’ 같은 타격 자산도 실전 대기 상태다. 반면 시리아는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스라엘의 공습에 시달렸던 시리아는 미국 항모 전단이 접근하자 바짝 긴장했다. 시리아 독재자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시리아 영토에 다수의 러시아군을 주둔시키며 각종 이권을 챙겨주고 있다. 또한 이란과도 협력해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대규모 친이란 민병대의 지원도 받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이 외세 도움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시리아의 정규군은 전력이 형편없다. 미국이 작심하고 시리아를 공격할 경우 막아낼 방도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이번 전쟁에 개입하면 알아사드 대통령을 제거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알아사드 대통령의 처지가 위태로워지자 푸틴 대통령은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다. 전략무기를 탑재한 전투기로 미 항모 전단을 견제하고 시리아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10월 18일 러시아항공우주군에 “킨잘 미사일로 무장한 MIG-31 전투기로 흑해 초계 임무를 수행하고, 이를 정례화·영구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또한 최근 미국이 동지중해에 2개 항모 전단을 배치하기로 한 것을 비난하면서 “킨잘은 마하(음속) 9 이상 속도에 사거리는 1000㎞가 넘는다. 킨잘로 무장한 MIG-31의 흑해 순찰이 지중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가시적으로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시리아를 위협하는 미 항모 전단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러시아가 공개한 카탈로그 제원만 고려하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킨잘을 탑재하고 흑해 국제 공역을 초계하는 러시아 항공기는 동지중해 키프로스 인근 미 항모 전단에 큰 위협이 된다. 고고도·고속 요격기 MIG-31을 개조한 MIG-31K에는 킨잘 미사일 1발이 탑재된다. 이론적으로 킨잘 사거리는 2000㎞에 달하기에 흑해 공해상에서 발사돼도 동지중해의 미 항모를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는 킨잘의 변칙 탄도 기술로 미 해군 항모 전단의 방공망을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에 분명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그런데 묘한 점은 푸틴 대통령의 지시 직후 흑해 초계 임무를 시작한 MIG-31 전투기가 크림반도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상업용 위성사진과 러시아군이 공개한 영상 자료를 종합하면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북쪽 벨벡 기지에 최소 4대의 MIG-31이 배치된 게 확인된다. 이 중 2대는 장거리 공대공 전투용 MIG-31BM, 나머지 2대는 킨잘 발사 플랫폼 MIG-31K로 보인다. MIG-31BM은 전투기 크기의 공중 표적을 300㎞ 밖에서 탐지·공격할 수 있는 ‘자슬론-M’ 레이더와 최대 사거리 400㎞의 대형 공대공미사일 R-37을 탑재한 요격기다. MIG-31K는 4t 넘는 킨잘 미사일을 탑재하기 위해 레이더와 공대공 전투 능력을 포기한 킨잘 발사 전용 플랫폼이다.
카탈로그 제원상 MIG-31은 아음속으로 순항 비행하면 완전 무장 상태에서도 작전 반경이 1450㎞에 달하지만, 고속 비행 시 720㎞로 반토막 난다. 초계 비행에서는 초음속 비행을 할 일이 없으니, 이론적으로 MIG-31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흑해 동부 소치 혹은 봄보라 기지에 배치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MIG-31 전력을 크림반도 서부, 그것도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을 수시로 받는 벨벡 기지에 배치했다. 벨벡 기지는 본래 러시아군 제27혼성항공사단이 주둔하던 곳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드론 공습이 격화하면서 주둔 전력 대부분이 후방인 로스토프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 기지는 오데사에서 300㎞도 떨어지지 않은 해안가에 자리해 우크라이나군의 공중 공격이나 특수부대 침투에 대단히 취약하다. 게다가 올해 5~8월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 공세로 크림반도 서부의 러시아군 방공망이 상당 부분 파괴됐다. 크림반도 일대 러시아군 S-400 포대와 초수평선 레이더 사이트, 장거리 방공 레이더 사이트가 거의 사라진 탓에 벨벡 기지는 더 취약해졌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벨벡 기지에 MIG-31을 배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러시아가 자랑하던 항공기 또는 미사일의 성능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크게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공개한 킨잘 미사일 사거리는 2000㎞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 번도 2000㎞ 거리에서 킨잘을 발사한 적이 없다. 그간 러시아군의 킨잘 미사일은 대부분 러시아 본토 브랸스크나 벨라루스 수도 남쪽 마슐리시치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이 미사일들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타격했는데, 비행 거리는 500㎞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킨잘 미사일의 실제 사거리가 2000㎞에 훨씬 못 미친다는 분석이 많았다. 공교롭게도 푸틴 대통령은 10월 18일 이 미사일의 사거리를 ‘1000㎞ 이상’이라고 말했다. 킨잘의 사거리가 2000㎞에 달한다면 러시아는 굳이 흑해 공해상까지 MIG-31을 보낼 필요가 없다. 소치 혹은 봄보라 기지에서 출격한 직후 러시아 영공에서 킨잘을 발사해 키프로스 남쪽의 미 항모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위험한 벨벡 기지에 MIG-31을 배치했다는 것은 킨잘의 실제 사거리가 공식 발표된 2000㎞가 아닌,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1000㎞ 정도에 불과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미 항모 전단은 헤즈볼라의 지대함미사일 위협을 피하고자 키프로스 서남 해역에 머물고 있다. 킨잘의 실제 사거리가 1000㎞ 정도에 불과하다면 MIG-31이 동지중해의 미 항모를 킨잘로 공격하기 위해서는 흑해 서남 해역까지 날아와야 한다. 크림반도 벨벡 기지에서 흑해 서남 해역까지는 300㎞가량이지만, 소치는 750㎞가 넘는 거리에 있다. 이는 카탈로그 제원상 MIG-31 작전 반경의 절반 정도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벨벡 기지에 MIG-31을 배치했다는 것은 카탈로그 작전 반경도 많이 부풀려졌다는 의미다. 킨잘은 매우 크고 무겁다. 킨잘을 탑재한 MIG-31은 비행 중 공기 저항이 커져 작전 반경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벨벡 기지에 MIG-31을 배치한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크림반도 공습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에 큰소리치며 취한 조치로 러시아의 귀중한 전략자산이 위태로워진 셈이다. 조만간 MIG-31과 킨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파괴됐다는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 ‘바다 위 전략지휘소’ 전진 배치
미 해군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뉴시스]
미국은 이번 사태에 대응해 완전편성된 항모 타격 전단 2개를 배치하겠다고 나섰다. 키프로스 남쪽 해역에 있는 제럴드 포드 항모 전단에는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 ‘노르망디’와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루스벨트’ ‘라마지’ ‘맥폴’ ‘토머스 허드너’가 배속돼 있다. 5척 모두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이지스 탄도미사일방어(BMD) 작전함이다. 신규 투입된 아이젠하워 항모 전단도 완전편성 상태다. 이지스 순양함 ‘필리핀 시’, 이지스 구축함 ‘그래블리’ ‘메이슨’에 이탈리아 해군 방공구축함 ‘비르지니오 파산’이 합류해 있다. 여기에 현재 지중해에서 대기 중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상설함대 소속 45형 방공구축함 ‘던컨’(영국), 이지스 호위함 ‘메넨데즈 누네즈’(스페인), 방공구축함 ‘카를로 마르고티니’(이탈리아), 호위함 ‘쉬르쿠프’(프랑스), ‘야부즈’(튀르키예), ‘프사라’(그리스)도 합류할 예정이다.
미국과 나토의 대규모 함대 전력이 동지중해에 배치되는 공식 이유는 ‘확전 방지’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간 교전이 레바논, 시리아, 이란 등 주변국으로 확대되는 것을 무력시위로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무력분쟁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고, 이스라엘과 레바논·시리아 국경 지역에선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병력 10만~15만 명을 보유한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병력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최대 1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시리아의 친(親)이란 민병대도 부대를 편성해 이스라엘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은 벌써 이스라엘로 미사일을 쏴대고,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들도 미군이 주둔하는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알하리르 비행장을 에워싼 채 드론과 로켓탄 공격을 퍼붓고 있다. 서방의 대규모 무력시위에도 확전을 막지 못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미군의 참전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레바논과의 국경지대에 배치된 이스라엘군. [뉴시스]
美 항모 전단 출현에 긴장한 시리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0월 21일 아이젠하워 항모 전단을 이스라엘 근해가 아닌 중부사령부 예하 제5함대, 즉 이란 인근 해역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아이젠하워 항모 전단이 수에즈 운하를 넘어 제5함대 지역으로 넘어가려면 동지중해를 통과해야 한다. 즉 제럴드 포드 전단이 배치된 키프로스 인근 해역을 통과한다는 뜻으로, 동지중해에 2개 항모 전단이 집결하는 10월 말은 헤즈볼라와 시리아에 ‘불안과 공포의 시간’이 될 것이다. 미국의 2개 항모 전단과 순항미사일 원잠 플로리다가 작심하고 공격에 나서면 동시에 수백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움직임에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미국 항모를 격침하겠다”며 큰소리치고 있다. 헤즈볼라는 무장단체인 주제에 이란, 러시아의 지원 덕에 다층 방공망과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SA-10B, SA-6, SA-3 등 다양한 지대공미사일로 무장한 방공부대를 운용 중이다. 러시아제 초음속 대함미사일 ‘야혼트’와 중국제 ‘누르’, 이란제 ‘파테-110’ 같은 타격 자산도 실전 대기 상태다. 반면 시리아는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스라엘의 공습에 시달렸던 시리아는 미국 항모 전단이 접근하자 바짝 긴장했다. 시리아 독재자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시리아 영토에 다수의 러시아군을 주둔시키며 각종 이권을 챙겨주고 있다. 또한 이란과도 협력해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대규모 친이란 민병대의 지원도 받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이 외세 도움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시리아의 정규군은 전력이 형편없다. 미국이 작심하고 시리아를 공격할 경우 막아낼 방도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이번 전쟁에 개입하면 알아사드 대통령을 제거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알아사드 대통령의 처지가 위태로워지자 푸틴 대통령은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다. 전략무기를 탑재한 전투기로 미 항모 전단을 견제하고 시리아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10월 18일 러시아항공우주군에 “킨잘 미사일로 무장한 MIG-31 전투기로 흑해 초계 임무를 수행하고, 이를 정례화·영구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또한 최근 미국이 동지중해에 2개 항모 전단을 배치하기로 한 것을 비난하면서 “킨잘은 마하(음속) 9 이상 속도에 사거리는 1000㎞가 넘는다. 킨잘로 무장한 MIG-31의 흑해 순찰이 지중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가시적으로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시리아를 위협하는 미 항모 전단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러시아가 공개한 카탈로그 제원만 고려하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킨잘을 탑재하고 흑해 국제 공역을 초계하는 러시아 항공기는 동지중해 키프로스 인근 미 항모 전단에 큰 위협이 된다. 고고도·고속 요격기 MIG-31을 개조한 MIG-31K에는 킨잘 미사일 1발이 탑재된다. 이론적으로 킨잘 사거리는 2000㎞에 달하기에 흑해 공해상에서 발사돼도 동지중해의 미 항모를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는 킨잘의 변칙 탄도 기술로 미 해군 항모 전단의 방공망을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에 분명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공격 취약지에 MIG-31 배치
러시아 공군 MIG-31 전투기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탑재한 채 비행하고 있다. [뉴시스]
카탈로그 제원상 MIG-31은 아음속으로 순항 비행하면 완전 무장 상태에서도 작전 반경이 1450㎞에 달하지만, 고속 비행 시 720㎞로 반토막 난다. 초계 비행에서는 초음속 비행을 할 일이 없으니, 이론적으로 MIG-31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흑해 동부 소치 혹은 봄보라 기지에 배치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MIG-31 전력을 크림반도 서부, 그것도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을 수시로 받는 벨벡 기지에 배치했다. 벨벡 기지는 본래 러시아군 제27혼성항공사단이 주둔하던 곳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드론 공습이 격화하면서 주둔 전력 대부분이 후방인 로스토프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 기지는 오데사에서 300㎞도 떨어지지 않은 해안가에 자리해 우크라이나군의 공중 공격이나 특수부대 침투에 대단히 취약하다. 게다가 올해 5~8월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 공세로 크림반도 서부의 러시아군 방공망이 상당 부분 파괴됐다. 크림반도 일대 러시아군 S-400 포대와 초수평선 레이더 사이트, 장거리 방공 레이더 사이트가 거의 사라진 탓에 벨벡 기지는 더 취약해졌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벨벡 기지에 MIG-31을 배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러시아가 자랑하던 항공기 또는 미사일의 성능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크게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공개한 킨잘 미사일 사거리는 2000㎞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 번도 2000㎞ 거리에서 킨잘을 발사한 적이 없다. 그간 러시아군의 킨잘 미사일은 대부분 러시아 본토 브랸스크나 벨라루스 수도 남쪽 마슐리시치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이 미사일들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타격했는데, 비행 거리는 500㎞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킨잘 미사일의 실제 사거리가 2000㎞에 훨씬 못 미친다는 분석이 많았다. 공교롭게도 푸틴 대통령은 10월 18일 이 미사일의 사거리를 ‘1000㎞ 이상’이라고 말했다. 킨잘의 사거리가 2000㎞에 달한다면 러시아는 굳이 흑해 공해상까지 MIG-31을 보낼 필요가 없다. 소치 혹은 봄보라 기지에서 출격한 직후 러시아 영공에서 킨잘을 발사해 키프로스 남쪽의 미 항모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위험한 벨벡 기지에 MIG-31을 배치했다는 것은 킨잘의 실제 사거리가 공식 발표된 2000㎞가 아닌,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1000㎞ 정도에 불과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러시아 전략무기, 실제 사거리 부풀려진 듯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을 받은 크림반도 러시아 군사시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시스]
러시아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벨벡 기지에 MIG-31을 배치한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크림반도 공습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에 큰소리치며 취한 조치로 러시아의 귀중한 전략자산이 위태로워진 셈이다. 조만간 MIG-31과 킨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파괴됐다는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