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IRA-Chips Act 대응센터 소속 홍욱선 외국변호사, 임형주 변호사, 조세윤 변리사, 손도일·이수민·김동수·윤용희·성민영·최용환 변호사(왼쪽부터). [홍태식]
“해외에 첨단산업 공장을 지을 계획인데 ‘국가핵심기술 수출승인’을 빠르게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해 미국에서 IRA와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ct·반도체 지원법)이 통과되고 글로벌 기술 패권경쟁이 가열되면서 법무법인 율촌 IRA-Chips Act 대응센터에는 국내 기업들의 이런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을 경계하는 미국은 IRA, 반도체 지원법을 토대로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세제(稅制) 혜택으로 대표되는 ‘당근’과 중국 내 첨단기술 설비 확대를 막는 ‘채찍’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IRA의 경우 탄소중립을 위한 환경 분야 규제도 대폭 강화해 글로벌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첨단산업 기술이 국가 명운을 좌우하는 기정학(技政學) 시대 도래는 국내 기업들에 위기이자 도전이다.
기정학 격변기를 맞아 율촌 IRA-Chips Act 대응센터는 세제, 에너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식재산 및 산업기술 보호에 특화된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등 전문가 20여 명이 한데 모여 최고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산업IP팀장을 맡은 임형주 변호사(사법연수원 35기)는 다수의 국가핵심기술 관련 사건을 담당했고,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와 국가정보원에 자문하고 있다. 최용환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는 국제 조세 전문가로, 국내 첨단기업의 해외 진출 및 투자 관련 자문을 다수 수행했다. 대검찰청 특허수사자문관을 지낸 조세윤 변리사는 반도체, 2차전지 기술에 대한 분쟁 사건을 자문하며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국내 유수 2차전지, 반도체 기업들이 해외 진출 과정에서 율촌 IRA-Chips Act 대응센터로부터 자문과 조력을 받고 있다. 10월 19일 서울 강남구 율촌 사무소에서 IRA-Chips Act 대응센터 소속 전문가들을 만나 미국의 IRA, 반도체 지원법 도입에 따른 국내외 제도 변화와 기업의 대처 방안 등을 자세히 들었다.
미국 IRA는 재정·농업·금융·에너지·환경 등 광범위한 분야의 조문을 망라하는데, 이 중 국내 기업에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무엇인가.
최용환 변호사(이하 최) “IRA는 미국 정가에서 ‘법률명을 잘못 붙였다’는 농반진반의 평이 나올 만큼 다양한 분야의 규제를 담고 있다. 그중 핵심은 공급망 강화와 친환경 에너지 도입, 일자리 창출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들의 관심사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지급되는 최대 7500달러(약 1016만 원) 보조금 조건을 어떻게 충족할지 여부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배터리 부품을 사용하면 3750달러(약 508만 원),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사용하면 3750달러를 각각 지급한다. 보조금 기준을 맞추는 것이 미국에 진출한 기업으로선 사활이 달린 문제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 대목은 무엇인가.
최 “이렇게 보면 간단한 내용 같지만 세액공제와 관련된 각종 조건이 까다롭다. 국내 기업 관계자들이 IRA 세액공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광물 요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광물 추출, 가공 단계의 정의가 아직 불분명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IRA의 세부 조항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에 따라 전기차·배터리·태양광 설비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기업들로부터 세액공제의 현금화 방안 및 양도에 대한 문의가 많다. 연말 나올 예정인 AMPC 관련 미국 재무부의 행정지침도 관심사다.”
“IRA·반도체 지원법 대응, 중장기적 플랜 필요”
임형주 변호사. 최용환 변호사.조세윤 변리사(왼쪽부터). [홍태식]
임형주 변호사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각종 규제가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이 탄소배출량을 지속적으로 감축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서 도태될 우려마저 있다. 미국의 환경 규제 목적은 탄소절감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러시아에 신재생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헤게모니를 내주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의 IRA 대응은 미봉책이 아닌 중장기적 플랜을 구상해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IRA를 입법한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되는데, 특히 독일이 적극적이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려면 탄소배출량 등 환경에 대한 영향을 끊임없이 체크해야 한다. 율촌 IRA-Chips Act 대응센터에 환경, 에너지 분야 전문가가 포진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도 중국의 반도체·인공지능(AI) 굴기를 경계하는 것이 뼈대다. 미국에 첨단산업 공장을 짓고 상품을 판매하면 각종 혜택을 주고, 반대로 대(對)중국 기술 유입 봉쇄를 위반하면 혜택을 뱉어내게끔 규제하는 것이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면서도 국내 기업의 이익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이에 대해 조세윤 변리사는 국내 기업들에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세제혜택은 절대적 기준을 모든 기업에 적용하는 형태가 아니다. 각 기업이 미국 상무부와 협의해 계약을 맺고 세제혜택 규모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측이 제시한 각종 가드레일 조항을 준수하고 협상력을 발휘하려면 국내외 법률은 물론, 첨단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수다. IRA와 반도체 지원법 모두 핵심 내용은 2차전지, 반도체와 관련돼 있다. 이처럼 법률과 기술이 융합되는 분야에선 국내외 정부와 기업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 ‘통역’이 필요하다. 세액 산정에만 매몰된 채 각종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자문을 구한 기업에 잘못된 조언을 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국가핵심기술 수출승인’ 등 첨단기술을 관리하는 제도가 시행 중인데.
조세윤 변리사 “IRA, 반도체 지원법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게 바로 국가핵심기술이다. 국가핵심기술이 적용된 분야의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다고 가정해보자. IRA, 반도체 지원법 등 미국 제도뿐 아니라, 한국 정부로부터도 수출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경우 현지 공장에 중요한 기술이 여럿 적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국익을 저해할 우려는 없는지 정부가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문제가 확인되면 산업기술보호법 등 국내법에 따라 해외 진출이 막힐 수도 있다. 기업의 해외 진출에 기술 보안상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려면 법률 전문성뿐 아니라, 기술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해외 JV 설립 협상 조력
율촌 IRA-Chips Act 대응센터의 전문성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주요 2차전지 기업이 미국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현지 파트너 업체와 협상을 지원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향후 JV가 생산하는 지식재산권(IP)과 세제혜택을 양측이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까다로운 협상을 성공적으로 돕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율촌의 해외 로펌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되고 있는데 커빙턴 앤드 벌링, 셰퍼드멀린, 롭스 앤드 그레이 등 미국 주요 로펌과 협업해 폭넓은 노하우 및 인적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있다.향후 국내 기업의 IRA, 반도체 지원법 대응 방안을 묻자 임 변호사는 “IRA, 반도체 지원법의 대두는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인 동시에 기회”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로펌의 전문 자문을 받는다면 IRA, 반도체 지원법 대응은 단순한 리스크 관리가 아닌, 첨단산업 경쟁력 제고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율촌과 함께하는 기업은 비단 IRA, 반도체 지원법뿐 아니라 향후 다른 법제도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DNA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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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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