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5

2023.02.03

난방비 폭탄 원인은? “글로벌 에너지 대란에도 가스비 인상 막은 ‘정치 실패’”

민주당 횡재세 도입 주장… 유럽에선 유전 개발부터 정유까지 하는 기업이 부과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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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2-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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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한 주택가 건물 외벽에 설치된 가스계량기. [뉴스1]

    서울 시내 한 주택가 건물 외벽에 설치된 가스계량기. [뉴스1]

    올겨울 전국 대부분 가정에 ‘난방비 폭탄’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도시가스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의 국제 가격이 불안정해지면서 국내 가스 요금 인상 압박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 가계경제를 덮친 난방비 대란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질주하면서 이미 예견됐다고 할 수 있다. 2021년 하반기 세계경제가 코로나19 침체에서 벗어나면서 LNG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촉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제 LNG 가격(유럽 표준 벤치마크 네덜란드 TTF 기준)은 지난해 9월 MMBtu(열량 단위)당 69.3달러로 전년 대비 4.5배 이상 올랐다. LNG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2021년 3월(6.1달러)과 비교하면 11배 넘게 폭등한 것이다.

    “文 정부 탈원전 기조로 천연가스 의존율 높아져”

    국제 LNG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국내 도시가스 요금이 상당 기간 사실상 동결된 것도 최근 난방비 부담 심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시가스 요금은 2020년 8월 이후 1년 8개월 동안 동결됐고, 지난해 4~10월 38% 인상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 시절 에너지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가스비 인상을 사실상 막은 ‘정치의 실패’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3월~2022년 3월 8차례에 걸쳐 산업통상자원부에 도시가스 원료비 인상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간 에너지 전문가 사이에서는 가스비를 올리지 않으면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영업 손실)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동절기에는 국내 가스 요금 인상이 억제돼 예년 수준으로 유지됐기 때문에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파고가 당장 가계경제를 덮치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선 에너지 정책의 난맥상이 최근 난방비 대란의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탈석탄 에너지 정책 기조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진행됐어야 할 신규 원전 건설이 차질을 빚었다”면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가격이 비싼 천연가스 의존율이 높아진 가운데 국제 시세가 급등해 타격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은 여권과 현 한국가스공사 경영진의 판단과도 일맥상통한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월 30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생산 단가가 싼 원전 가동을 틀어막고 발전 단가가 원전의 6배 이상인 풍력·태양광발전에 돈을 쓸어 넣었다”면서 난방비 급등 원인을 지난 정부의 에너지 정책 탓으로 돌렸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 정부에서 원전과 석탄을 동시에 감축하면서 연료비가 비싼 LNG 발전이 증가해 비용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가스공사가 계획한 LNG 수입량은 3640만t이었는데 실제 960만t을 더 수입했다”고 말했다. 2021년 말 1조8000억 원이던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는 지난해 말 9조 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당 횡재세 드라이브

    야권에선 난방비 폭등 문제 해결책으로 ‘횡재세’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차제에 다른 나라들이 시행하는 횡재세의 제도적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드라이브를 걸었다. 같은 당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1월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이 에너지 (비용) 폭등으로 고통받을 때 떼돈을 번 기업이 최소한의 고통 분담을 하는 게 상식”이라며 “정부가 민주당의 거듭된 요청에도 움직이지 않으면 유럽처럼 별도의 횡재세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횡재세 도입론의 주된 근거는 외국 선례다. 영국은 석유·가스회사 등이 거둔 초과이익에 ‘에너지 이익 부담금’을 과세하기로 했다. 영국, 프랑스도 ‘연대 기여금’ 명목의 횡재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선 석유기업 엑손모빌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순이익 557억 달러(약 68조 원)를 기록하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조야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야권은 현행법으로도 횡재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을 법적 근거로 든다. 석유사업법 제18조엔 “국제 석유 가격의 현저한 등락으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얻게 되는 석유정제업자 또는 석유수출입업자”를 대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석유 수급과 석유 가격의 안정을 위해 수입 가격과 국내 가격의 차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 부과금을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에너지 전문가 사이에선 가스비 급등 문제를 정유사에 횡재세 부과로 해결하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유럽 국가들이 도입했거나 검토 중인 횡재세 부과 대상은 원유 및 가스를 생산하는 석유기업이다. 이들 글로벌 석유기업과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정유사의 처지는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국내 정유사의 수익은 원유를 수입해 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생산·수출해서 번 것”이라며 “가스비 문제를 정유사에 횡재세 부과로 해결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박주헌 교수는 “기업이 벌어들인 ‘횡재’를 어떻게 정의할지도 불분명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횡재세 도입 주장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했다.

    한국가스공사의 인천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뉴스1]

    한국가스공사의 인천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뉴스1]

    “천연가스 도입 경로 다변화 필요”

    “횡재세를 도입하는 나라는 유전 개발부터 정유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가진 기업을 부과 대상으로 한다. 이와 달리 한국 정유업체는 국제 시세가 높아지면 비싼 값에 원유를 사와야 한다. 원유를 정제해 이른바 고도화 설비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국내 정유업계 구조다. 일각에서 횡재라고 표현하는 이익은 기업이 원유 재고 관리와 고부가가치 설비 투자를 미리 한 결과다. 횡재세 부과는 향후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저해하는 위험성을 지닌다. 정유사가 경영 과정에서 큰 적자를 본다고 국가가 이를 보전해줄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면 난방비 대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단기적으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 중장기적으론 천연가스 수급 확대 등이 대책으로 꼽힌다. 유 학장은 “당분간 천연가스에 에너지 수급의 상당 부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독일, 중국이 카타르와 천연가스 장기계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는데, 한국도 천연가스 도입 경로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카타르와 대용량 장기계약을 추가로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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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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