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성 두리옥션 대표. [박해윤 기자]
하지만 반값 경매에는 입찰자 수십 명이 몰리고 있다. 2월 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1월 30일 기준 전국에서 입찰이 진행된 아파트는 총 1609채로 이 중 589채가 낙찰됐다. 낙찰된 아파트 23채에는 응찰자가 30명을 넘어섰다. 연이은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반값 수준으로 낮아지자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찬바람이 부는 부동산시장에서 ‘알짜’ 매물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경매시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경매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주간동아’는 박노성 두리옥션 대표로부터 경매로 주택을 저가 매수하는 전략을 자세히 들었다. 박 대표는 기업 법무팀에서 채권, 압류, 추심업무를 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2008년 경매컨설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재까지 1만 건 이상 경매 사례를 분석했으며, 100건 이상 경매 낙찰을 경험한 부동산 경매 전문가다. 최근 경매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자도 고수 되는 부동산 경매’를 출간했다.
경제위기마다 반값 경매 속출
최근 강제경매에 넘어가는 주택이 늘어나는 추세다.“경매는 불황에 빛을 발한다. 즉 경기가 나쁠 때 경매 물건이 많이 나와 싸게 살 수 있다. 경기가 침체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부동산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고금리 시대에는 영끌족이 대출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998년 외환위기(IMF 사태) 당시에는 대출이자가 17~20%까지 급등하면서 반값 경매가 속출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향후 역전세 상황이 본격화되면 경매 물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고금리 시기에는 낙찰가율이 내려가고 경쟁률까지 떨어져 좋은 경매 물건을 저렴하게 잡을 수 있다. 2011년 그리스 채무위기 사태 때 한국 최고 기준금리는 3.25%,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5.25%였다(그래프 참조). 이 두 시기에는 2회 유찰된 경매 아파트가 감정가 80~90%에 낙찰됐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3.5%다. 최근 부동산 경매를 살펴보면 대부분 2~3회 유찰된 뒤 감정가의 70% 전후에서 낙찰되고 있다.”
경매시장은 언제부터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하나.
“조만간 경매 물건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당시 영끌해 집을 장만한 사람이 많다. 경기가 악화되면 이런 사람들이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이어질 것이다. 은행은 빚을 못 갚는다고 바로 경매를 진행하지 않고 3개월가량 기다린다. 이후 경매로 나올 때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지난해 3~4분기부터 금리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니 올해 3분기부터 경매 물건이 쏟아질 것이라고 본다.”
경매, 토지거래허가구역 적용 안 받아
그렇다면 올해 하반기가 경매 최적기라는 얘기인가.“부동산 상승 시그널은 규제 완화, 금리인하, 전세가격 상승 3가지다. 그런데 이 3가지가 모두 만족된 이후에 투자하면 늦다. 그때는 가격 상승이 갑자기 빨라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매는 올해 하반기가 적기로 보인다. 단, 지금부터 관심 있는 지역의 경매 물건을 눈여겨보면서 꾸준히 저가에 입찰을 시도하길 권한다. 현재 경매 물건 대부분이 감정가의 70% 선에서 낙찰되는데, 이는 향후 부동산시장이 더 하락해도 큰 손해를 보지 않을 가격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고점 대비 20~30% 하락한 단지도 많은데, 굳이 경매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다 해도 매매보다 경매를 통하면 집을 더 싸게 매입할 수 있다. 또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주택거래신고, 부동산거래신고를 안 해도 되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대치·삼성·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동구 성수동, 양천구 목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매매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 가격 30%에 상당하는 벌금형을 받는다. 또한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해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경매는 갭투자도 가능하다.”
최근 인기 높았던 경매 건은?
“서울, 경기, 대구 등 부동산 인기 지역의 반값 경매 아파트에 입찰이 몰리고 있다. 3번가량 유찰돼 감정가의 반값으로 경매가 진행된 아파트에는 50명 정도가 입찰했고, 감정가의 70% 전후에 낙찰됐다. 보통 입찰자는 10명이 안 되는 편이라서 50명이면 굉장히 인기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9일 감정가 10억6100만 원에 나온 경기 안양시 평촌 무궁화경남아파트는 감정가의 68%인 7억2189만 원에 낙찰됐는데, 당시 52명이 입찰했다. 1월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한신아파트(감정가 16억300만 원)는 감정가의 66%인 10억6770만 원에 낙찰됐다. 이 경매에는 45명이 입찰했다. 경기 용인시 풍덕천동 현대아파트는 감정가 7억5100만 원의 73%인 5억4829만 원에 낙찰됐고, 당시 76명이 입찰했다.”
현재 경매에 나온 부동산 중 괜찮은 건이 있나.
“2월 21일 경매를 진행하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역롯데캐슬파크엘 24평형이다. 감정가 15억 원인데 현재 유찰돼 최저가가 감정가의 51%인 7억6800만 원이다. 초역세권에 위치한 신축 2년 차 아파트로, 지난해 4월 14억5800만 원에 매매된 것이 최근 실거래가다. 여유 자금이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저가로 경매를 잡는 전략이 궁금하다.
“무엇보다 해당 지역 시세를 잘 알아야 한다. 감정가는 시기나 감정사에 따라 달라진다. 감정가는 시세가 아니다. 평소 관심 있는 지역의 시세를 잘 알아야 경매 물건이 싼지, 비싼지 판단할 수 있다. 시세 조사는 부동산 3곳 이상을 알아보고 최근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된다. 또한 경쟁률이 덜한 물건을 공략하면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지하층 상가, 분묘가 있는 토지, 맹지, 지분경매 같은 특수물건은 경쟁률이 낮다.”
특수물건은 경매 초보자가 도전하기 쉽지 않다.
“맞다. 하지만 특수물건은 더 저렴하게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맹지를 낙찰받아 주변 땅을 매수해 길을 내면 그 맹지 가격은 몇십 배까지 올라간다. 지분경매도 이후 공유물분할소송을 하면 지분이 아닌 물건 전체가 매각될 수 있다. 전체를 매각할 때는 지분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기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있다. 또한 소송까지 가지 않고 공유자들에게 지분을 팔거나 반대로 지분을 저렴하게 사는 것도 가능하다.”
낙찰가 80%까지 대출 가능
경매 입찰 시 꼭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면?“우선 입찰 물건이 당일 진행되는지 확인한다. 당일 취하 변경되는 경우도 많다. 입찰법정으로 출발하기 전 인터넷 대한민국법원 법원경매정보 사이트에 들어가 문건 처리 내역을 보면 알 수 있다. 입찰법정 도착 후 입찰 물건이 금일 진행하는 사건에 있는지 확인한다. 법원의 매각물건명세서에 변동 사항이 없는지도 살펴본다. 입찰보증금은 일반적으로 최저경매금액의 10%지만 재경매사건의 경우 20~30%이므로 입찰보증금액이 제대로 맞는지 확인한다. 입찰금액을 정해진 칸에 밀리게 적거나 수정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경매 입찰 시 대금 지급은 어떤 절차를 밟나.
“낙찰을 받으면 통상 낙찰받은 날로부터 잔금 납부 기한을 45일가량 준다. 낙찰받고 7일 후 매각허가결정이 나고 또 7일 후 매각허가확정이 난다. 법원에서는 매각허가확정 후 잔금을 납부하라고 통지를 보낸다. 잔금은 낙찰받고 14일 이후에 납부할 수 있다. 낙찰받으면 금융기관에 대출을 알아보고 준비해 잔금 기한 내 납부한다.”
초보자가 경매 전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일주일에 1회 이상 1시간가량 매주 꾸준히 물건을 검색하길 권한다. 투자금을 설정해 물건을 검색하는데, 보유자금+대출금을 받았을 때 금액으로 검색해야 한다. 대출은 일반적으로 낙찰가의 80%까지 가능하다. 실수요자의 경우 해당 지역과 원하는 물건을 검색하고, 투자자의 경우 임대나 매매가 잘 될지 따져본다. 저가에 낙찰받았을 경우 리모델링 또는 용도변경을 통해 매매하거나 임대하는 것도 생각해본다.”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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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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