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5

..

‘매터’, 스마트홈 대통합 구세주 될까

아마존, 애플, 구글, 삼성 등 빅테크 참여로 범용성 높아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3-02-07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에서 LG전자 관계자가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를 시연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에서 LG전자 관계자가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를 시연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필자가 집에 ‘스마트홈’을 조성하기 위해 최근까지 구매한 각종 정보기술(IT) 제품은 100개가 넘는다. 이 많은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사용하려면 와이파이(Wi-Fi)나 스마트홈 허브와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게 연결한 기기마다 사용 애플리케이션(앱)이 다른 탓에 쓸 때마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일일이 찾아야 한다. 구글 홈, 애플 홈키트, 삼성 스마트싱스 같은 스마트홈 플랫폼에 미리 등록해두면 앱 하나로 여러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게 그나마 ‘축복’이다.

    IT 기기 전용 앱, 문제는 ‘번거로움’

    하지만 IT 제품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결국 해당 사물인터넷 기기 전용으로 개발된 앱을 써야 한다. 가령 삼성전자 냉장고의 스마트홈 기능인 정밀한 내부 온도 제어, 전면부 액정표시장치(LCD) 메모, 사진 업로드 등을 활용하려면 자체 앱이 필수다. 전용 앱은 스마트홈 통합 앱에 비해 구동 속도와 안정성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사물인터넷 기기마다 용도에 맞는 최적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공하는 게 강점이다. 문제는 번거로움이다. 스마트홈을 본격적으로 갖추려면 사물인터넷 기기가 한두 개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각 장치마다 별도 앱을 설치해 사용하려면 상당히 번거롭다. 가급적 여러 종류의 사물인터넷 기기에 통합 서비스를 지원하는 스마트홈 앱을 이용하는 게 간편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포착한 빅테크는 스마트홈 기기의 범용성을 높이는 플랫폼을 여럿 내놨다. 구글 홈, 애플 홈키트,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아마존 알렉사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앱 말고도 스마트 스피커나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TV, 태블릿 등 다양한 장치로 스마트홈을 사용할 수 있다. 헤이홈, SK텔레콤 누구(NUGU), 샤오미 MI홈처럼 개별 사물인터넷 기기업체와 계약해 호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도 있다. 다만 앞선 빅테크 플랫폼에 비해선 호환성과 범용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실 스마트홈을 구축하고 활용하는 건 여전히 불편하다. 사물인터넷 기기마다 전용 앱이 있는 데다, 여러 기기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도 빅테크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홈의 새로운 표준으로 대두한 매터(Matter)가 사물인터넷업계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사물인터넷(IoT) 통합 프로토콜 ‘매터(Matter)’ 로고. [CSA 제공]

    사물인터넷(IoT) 통합 프로토콜 ‘매터(Matter)’ 로고. [CSA 제공]

    매터는 스마트홈과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원활한 호환을 위해 등장한 오픈소스 프로토콜이다. 프로토콜 공동개발을 주도하는 곳은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다. 이미 제각기 스마트홈 플랫홈을 론칭한 아마존, 애플, 구글, 삼성 등 빅테크가 CSA에 참여하고 있다. 프로토콜 구축에 참여한 빅테크의 면면만 봐도 매터의 강점이 뚜렷이 드러난다. 매터는 당장 해당 빅테크들이 서비스하는 스마트홈의 디지털 규격에 연동된다. 현존하는 웬만한 스마트홈 앱과 모두 호환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매터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스마트홈 앱의 난립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제각각인 전자제품 네트워크 통일이 관건

    그간 스마트홈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사물인터넷 기기마다 제각각인 독자 규격의 네트워크였다. 가령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는 와이파이, 온도·습도 감지 센서는 지그비, 사원증이나 스마트키는 초광대역 무선기술(UWB), 스마트플러그는 스레드(Thread), 블루투스는 도어록 등 IT 기기에 따라 전용 프로토콜이 천차만별이다. 매터는 다양한 사물인터넷 기기를 한데 엮어주는 단일화된 프로토콜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IT업계에서 매터의 소구력은 이미 상당하다. 매터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업만 200곳이 넘는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매터 1.0은 전구, 플러그, 온도 조절 장치, 냉난방기, 센서 및 잠금장치 등 다양한 제품군에 활용될 수 있다. 향후 매터와 호환되는 IT 기기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스마트홈이 매터로 대동단결해 그 이름 그대로 스마트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매터의 과제는 전용 앱만큼 안정적이고 다양한 IT 기기 제어 및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매터와 IT 기기 제조사 간 앱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공유 및 상호 지원이 필수적이다.

    사물인터넷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은 2015년 즈음이다. 왜 이제야 사물인터넷 호환의 물꼬가 트였을까. 당초 스마트홈에 대한 기대감은 무척 높았다. 그러나 고객이 사물인터넷 기기를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복잡함, 불편함이었다. 스마트홈 플랫폼에 투자하는 빅테크와 사물인터넷 기기 제조업체는 저마다 차별화를 내세우며 각자도생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스마트홈 시장이 더는 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관련 업계에 드리워졌다. 스마트홈업계의 절박한 생존 본능의 결과물로 등장한 매터가 앞으로 얼마나 더 스마트해질지 주목된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