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고교 시절 친구 대부분이 인터넷 강의를 2배속으로 들었다. Z세대는 인터넷 강의뿐 아니라 드라마,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시청하곤 한다. 틱톡, 유튜브 쇼츠 같은 짧은 길이의 영상이 유행한 이유도 여기 있다. Z세대 ‘맞춤형’으로 긴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영상 이외에 다양한 콘텐츠와 상품에서도 이런 변화가 확인된다.
#드라마는 요약의 요약으로 시청
2006년 방영된 드라마 ‘환상의 커플’을 재가공한 유튜브 쇼츠. [유튜브 채널 ‘그것참재밌었지’ 캡처]
돌아온 ‘슬램덩크’가 팬들 마음에 불을 지르고 있다. 특히 1월 4일 개봉한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을 주제로 해 팬덤 세를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슬램덩크’는 오래된 콘텐츠지만 확실한 팬덤을 갖고 있어 이렇게 ‘끌올’(끌어올림) 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2006년 방영된 한예슬 주연의 드라마 ‘환상의 커플’ 역시 끌올 되고 있는 콘텐츠 중 하나다. Z세대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상의 커플’은 아주 애매한 시기에 유행한 드라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지 못한 Z세대가 많지만 유튜브 쇼츠 편집자들의 뛰어난 편집 기술과 적재적소에 들어간 자막 덕에 줄거리를 알지 못해도 필요한 부분만 쏙쏙 이해할 수 있다.
CU 편의점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되는 쇼츠 드라마 ‘편의점 뚝딱이’. [CU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Z세대는 드라마를 볼 때 1.5~2배속을 기본으로 한다. 빠른 속도로도 성에 차지 않으면 정주행 대신 유튜브 요약본 보기를 택한다. 주변 Z세대 중에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를 유튜버의 요약·리뷰 영상으로 접하고 “재밌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Z세대에게 드라마 한 편에 1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너무 긴 일이다. 이런 Z세대의 특징 때문에 유튜브 쇼츠로 제작된 드라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CU 편의점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되고 있는 쇼츠 드라마 ‘편의점 뚝딱이’가 대표적인 예다. 드라마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하이퍼리얼리즘적 요소까지 적절히 섞여 Z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이제는 웹 드라마를 넘어 쇼츠 드라마가 Z세대 사이에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누가 다이어리 쓰나 ‘굿 노트’ 쓰지
디지털 굿즈로 제작된 PDF 파일 표지. [GETTYIMAGES]
신년을 맞아 네이버가 제작·배포한 ‘굿 노트’ 애플리케이션용 템플릿. [네이버 공식블로그 캡처]
대학생의 가방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13인치 노트북이 들어갈 정도의 가방을 선호했다면 요즘은 그 크기가 더 줄어드는 추세다. 필통을 갖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어 이제 누군가 가방에서 필통을 꺼내면 신기하다는 듯 이목이 집중된다.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으로 강의 내용 필기, 과제 작성부터 제출까지 모든 게 가능하니 공책 또한 휴대할 필요가 없다. 아날로그보다 디지털이 주류가 되면서 ‘디지털 굿즈’를 신년기획으로 제작하는 회사도 많아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Z세대 사이에서는 실물 굿즈와 더불어 디지털 굿즈 역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굿즈 중에서는 ‘굿 노트’ 애플리케이션(앱)의 템플릿이 인기다. 주로 필기나 메모용으로 사용되는 굿 노트라는 앱에서 속지처럼 활용할 수 있는 템플릿이 굿즈로 배포되고 있다. 기업들은 자사 캐릭터를 넣은 캘린더, 다이어리 속지 등을 제작해 PDF 파일 형식으로 공유한다. 굿 노트 템플릿 외에 화상회의 앱 줌(Zoom), 카카오톡, 애플워치 배경화면 등 다양한 디지털 굿즈가 있는데, 실물 굿즈에 비해 제작비용이 저렴하고 배포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득이다. 여기에 잘만 활용하면 Z세대의 트렌드를 읽었다는 이미지까지 가져갈 수 있어 ‘젊은 기업’이라면 신년에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마케팅 방식이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Y2K’ 감성
애플 ‘아이팟’ 이미지를 활용해 스마트폰의 음악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을 꾸민 모습. [틱톡커 nayeon0721 캡처]
작은 튜브 안에 물과 물고기 모양의 장식이 들어 있는 Y2K 감성의 ‘키링’. [트위터 만땅상점 캡처]
걸그룹 ‘뉴진스’ 열풍이 일면서 ‘Y2K’(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유행 트렌드)가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과거처럼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지 Y2K 감성을 살릴 수 있는 필름 카메라 앱을 다운로드해 사용할 뿐이다. 스마트폰 앱 스토어에 들어가면 ‘Old Roll’을 포함해 다양한 필름 카메라 앱을 찾아볼 수 있다. Z세대는 이 중 유료 앱도 서슴지 않고 구매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뉴진스 필카’라고 검색하면 최근 Z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필름 카메라 앱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Z세대는 애플 ‘아이팟’ 이미지를 활용해 스마트폰의 음악 스트리밍 앱을 꾸미고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내기도 한다. 삼성 ‘Z플립’을 2000년대 유행했던 폴더폰처럼 꾸민 이도 자주 볼 수 있다. 휴대전화 고리에 교통카드를 달고 다니던 옛 감성을 살린 ‘키링’도 다시 유행 중이다. 디자인마저 작은 튜브에 물과 장식이 담겨 있는 등 Y2K 감성을 그대로 재현했다.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는 물론 바지, 헤드폰에까지 이 키링을 걸고 다니는 Z세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Y2K 감성이 Z세대의 트렌드와 만나 스마트폰에 녹아들고 있다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