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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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 ‘방산 제국’ 꿈꾸는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 헤쳐 모여… 규모의 경제 확보로 시너지 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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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2-11-0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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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디펜스 K9 자주포. [사진 제공 · 한화디펜스]

    한화디펜스 K9 자주포. [사진 제공 · 한화디펜스]

    “최근 글로벌 방산업계 트렌드는 ‘규모의 경제’ 확보다. 육해공군 통합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군사 전략적 흐름에 발맞춘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화의 방산 사업 다각화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더라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군비 증강 흐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방산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국내 기업의 성장 가능성도 덩달아 커질 것이다.”(방산 시장 전문가)

    한화디펜스, 연이은 폴란드 수출 ‘대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글로벌 군비 증강 열풍이 불면서 한국산 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병력과 무기체계를 운용하는 한국군 특성상, 국내 방산업계는 그간 우수한 기술과 후속 지원 시스템을 축적했다. 미국, 독일 등 전통적인 방산 수출국가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도 강점이다.

    최근 잇따른 K-방산 수출 낭보에서 한화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8월 폴란드와 3조2000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10월에는 약 8조 원 규모의 다연장로켓 천무 288문 수출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폴란드 측은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 도입도 검토하고 있어 향후 방산 수출 실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 차기 자주포 획득 사업(MFP)에 한화디펜스가 미국 록히드마틴 등과 함께 선보인 K9A2 기반 모델이 주목받는 등 동유럽 밖에서도 수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그룹 내 방산 ‘헤쳐 모여’가 한창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0% 자회사였던 한화디펜스를 11월 1일 흡수합병했다. 같은 달 30일에는 ㈜한화로부터 물적분할된 방산 부문, 가칭 ‘한화방산’의 주식도 전량 취득할 계획이다. 기존 그룹 내 여러 회사에 분산된 방산 사업을 통합해 세계 10위권 ‘한국형 록히드마틴’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한화는 자사 방산 사업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지상무기는 물론, 항공우주 분야와 해상무기체계를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에 나서고 있다. 우주발사체 엔진 기술을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등 일찌감치 뉴 스페이스 산업에 진출했다. 우주산업은 전통적으로 미사일 개발 등 방산과의 연계 효과가 큰 분야로 알려졌다. 한화가 군함 건조 노하우를 가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것도 방산 비즈니스 확대의 일환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전문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수출 대박을 이어가는 한화디펜스를 품은 것은 호재”라면서 “지상무기체계를 중심으로 뉴 스페이스 산업, 군함 건조를 아우르는 종합 방산 솔루션업체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기존 한국 방산업계는 군이 요구하는 스펙에 맞춘 일종의 수동적 비즈니스 모델로 일관한 반면, 한화는 호주 수출을 목표 삼아 레드백 장갑차를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전략을 취했다”면서 “한화가 기존에 강점을 보인 지상무기는 물론, 다양한 무기체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한국 방산업계 발전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함 전투체계 개발 경험 강점”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사진 제공 · 해군]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사진 제공 · 해군]

    반면 한 기업이 방산 전반을 아우르는 것에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수출 실적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몸집 자체가 커지고 있다”며 “생태계 다변화를 위해 특정 업체가 모든 분야를 흡수하기보다 새로운 업체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방산업계의 관심사다. 한화그룹은 9월 26일 대우조선해양 측과 2조 원 규모 유상증자로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한화 측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실사를 약 6주 동안 실시한 후 본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 심사가 순조로이 이뤄지면 인수는 내년 상반기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신인균 대표는 “한화는 이미 군함의 핵심인 전투체계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며 “이지스함 가격을 1조5000억 원 정도로 보면 이 중 선박 가격은 2000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가 전투체계나 장비 값일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가 제작한 달탐사선 ‘다누리호’ 인공위성 추진 시스템. [사진 제공 · ·㈜한화]

    ㈜한화가 제작한 달탐사선 ‘다누리호’ 인공위성 추진 시스템. [사진 제공 · ·㈜한화]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건조 실적이 탄탄한 점도 호재다. 현재 글로벌 재래식 잠수함 시장은 독일과 프랑스가 양분한 상황이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방산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되면 국내 잠수함 건조 역량이 세계 3강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도 K-방산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방부는 방위산업부”라며 “모든 부처가 산업, 수출에 매진해야 한다”고 방산 육성을 독려했다. 당시 회의에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참석해 방산 수출 현황 및 전략을 보고했다.

    현재 한국산 무기에 주로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우려하는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다. 이런 가운데 한미동맹이 방산 분야 협력으로까지 질적·양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회도 가시화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공급망 확충, 무기 공동 개발 및 제조 등 군사 분야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천명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방산 분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국방상호조달협정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국방상호조달협정은 방산 관련 제품의 수출입에 무역 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하기 위해 미 국방부가 동맹국, 우방국과 체결하는 양해각서다. 정부는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에 대비해 10월 국방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 가능성도 호재”

    향후 글로벌 방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한 방산 시장 전문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된다 해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일단 본격화된 군비 증강과 이에 따른 방산 시장 확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최근 폴란드와 호주를 중심으로 수출 대상국이 다양해졌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 방산업계가 하나의 큰 물꼬를 튼 셈이다. 방산 특성상 당장 수출뿐 아니라 후속 지원도 한 세트로 이뤄지기 때문에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 향후 미국과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데, 실제 성사된다면 미국 방산 시장도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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