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코스피가 전거래일보다 33.56포인트 하락한 2376.46을 나타내고 있다. [동아DB]
우울한 전망은 석유화학업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상장기업 상당수의 3분기 실적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수급 불균형, 금리인상 등 영향을 받아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9월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석유화학 기업을 포함한 국내 주요 상장사 65곳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철강·반도체 하락세 두드러져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상장사 236곳(증권사 실적 전망치 3개 이상 보유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모두 합한 금액이 51조298억 원이라고 발표했다(그래프 참조). 이는 전년 동기(55조8225억 원) 대비 8.6% 감소한 것으로, 상장기업 236곳 중 65곳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결과다. 국내 상장사는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모두 2391곳이다.전망치 하락폭이 큰 산업 분야 중 하나는 석유화학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 2위(매출액 기준)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 2883억 원에서 올해 3분기 189억 원으로 93.4% 하락했다. 업계 4위 금호석유는 6253억 원에서 3154억 원으로 49.6%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선지훈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석유화학의 스프레드(원자재 가격과 제품 가격 간 차이)가 손익분기점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하락했다”면서 “물가상승 압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도 확산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철강 산업은 달러 강세로 철광석 등 원자재 수급이 어려운 데다, 중국 도시 봉쇄 같은 악재까지 겹쳐 전망치가 낮아졌다. 풍산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 808억 원에서 401억 원으로 줄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 3조1167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1조6046억 원으로 48.5% 감소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제조업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상승했고 이는 철강 산업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주요 수출국인 중국이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상하이 등 도시를 봉쇄한 결과 철강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수출을 떠받치는 반도체 산업의 전망도 어둡다. 수요 감소로 기업에 재고가 쌓이면서 반도체 ‘다운(하강) 사이클’이 본격화한 탓이다. 삼성전자(13조4435억 원)와 SK하이닉스(2조9357억 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29.6% 하락했다. 유진테크, 원익IPS 등 반도체 장비 기업도 이들 기업과 함께 전망치가 쪼그라들었다.
금리인상에 ‘성장주’ 게임 산업도 타격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락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금리인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9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0.75~1%p 인상은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발맞춘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나리오를 고려하면 이자 부담이 늘어날 국내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성장주(현재 수익성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로 분류되는 게임 소프트웨어 산업이 대표적이다. 성장주는 금리가 인상되면 자금 흐름이 경색돼 다른 분야보다 더 큰 타격을 입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위메이드(45억 원), 펄어비스(30억 원), 컴투스(62억 원) 등 게임 소프트웨어업체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74.4%, 70.7%, 52.2% 하락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하락의 원인으로 높은 이자율을 꼽을 수 있다”며 “수요가 회복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미 연준과 한국은행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면 기업에 자금이 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영업이익 회복 시기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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