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면 식당이나 차려볼까?”
내년에 정년을 맞는 권태준(54) 씨의 고민이다. 별다른 전문 기술이 없고 자본금도 많지 않은 직장인이 퇴직 후 할 수 있는 일로 음식점 운영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 데다, 평소 업무상 접대를 많이 하느라 여러 음식점을 다녀본 덕에 요리라면 자신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둔 돈을 합치고, 집을 담보로 융자를 조금 받으면 가계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려니 이것저것 문제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식당이나 커피숍을 차려볼까 생각하는 이는 권씨만이 아니다. 퇴직자가 음식점 창업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규모 자본으로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하루 세끼 밥을 먹고 살기 때문에 음식만큼은 자기가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익숙하니 잘할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진입장벽 낮으니 경쟁자도 많아
하지만 외식업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덤볐다간 큰코다친다. 외식업 창업에 성공하려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소규모 자본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말은 경쟁자 또한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생존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2010년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퇴직 후 자영업자로 전향한 사람 네 명 중 한 명이 음식점이나 호프집 같은 생활밀접형 업종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음식점 수는 12.2개로, 일본(5.7개)의 2배, 미국(1.8개)의 7배에 달한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성공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외식업 창업자의 60% 정도가 1년 내 폐업 상황에 내몰리고, 20%는 겨우 현상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성공 확률이 20%밖에 안 되는 셈이다.
둘째, 외식업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사전조사에 나서야 한다. 초보자는 점심이나 저녁 때 음식점을 방문해 손님이 꽉 찼거나 대기 손님이 줄을 선 모습을 보면 장사가 잘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함정이 있다고 얘기한다. 음식점을 찾은 손님이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최소 30분 이상 머문다. 카페는 체류시간이 더 길다. 따라서 단순히 음식점에 손님이 많으니 장사가 잘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손님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바뀌는지 ‘회전율’을 살펴야 한다.
또한 점심이나 저녁시간 외에 손님이 없어 노는 시간(idle time)이 상당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서울 도심에 자리한 식당 중에는 주5일제 영향으로 주말에는 손님이 거의 없는 곳도 많다. 한 달에 영업할 수 있는 날이 30일이 아니라 20일밖에 안 될 수 있다. 영업일이 줄어든 만큼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업 전 사전점검을 나갈 때는 점심이나 저녁시간에 잠시 들를 것이 아니라 개점해서 폐점할 때까지 지켜보고, 요일별 방문객 수에 차이가 없는지도 꼼꼼히 점검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셋째,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고객 파워가 갈수록 커지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인터넷 블로그와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한 번 안 좋은 소문이 나면 식당이 망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반대로 SNS를 통해 맛 좋고 친절하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매출이 급상승하기도 한다.
권리금은 법으로 보호 안 돼
넷째, 권리금 관계에도 주의해야 한다. 상가 계약을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가 권리금이다. 권리금은 상가 명성이나 고정 고객 등에 대한 대가로 계약금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것이다. 입주자가 명심해야 할 점은 권리금은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자신이 입주할 때 지불한 금액을 다음 입주자에게서 받아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니 권리금을 지불할 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권리금이 적정한지 확인하려면 매출 장부를 열람하는 것이 좋다. 계절에 따라 매출 편차가 있을 수 있으니 최소 1년 치 이상을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종업원을 사업가로 만들어야 한다. 자영업자에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종업원 관리”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종업원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 사업 파트너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일정 규모 이상 이익이 나면 종업원과 나눠 가져야 한다. 그래야 종업원도 자기 사업처럼 일한다. 물론 힘들게 번 돈을 종업원과 나누려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종업원 돈을 자기가 나눠 받는다고 생각을 바꾸면 보너스를 받는 기분이 들 것이다. 종업원이 자기 사업처럼 생각하고 일하지 않았으면 그 돈은 애당초 벌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음식점을 창업하고 한두 달이 지났는데도 가게에 손님이 차지 않으면,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손님이 들지 않는 데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버텼다간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빚만 떠안을 수 있다. 따라서 한두 달이 지났는데도 손님이 들지 않으면 장사를 계속할지, 그만둘지를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계속할 요량이면 장사가 안 되는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과감히 변화를 줘야 한다고 외식업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내년에 정년을 맞는 권태준(54) 씨의 고민이다. 별다른 전문 기술이 없고 자본금도 많지 않은 직장인이 퇴직 후 할 수 있는 일로 음식점 운영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 데다, 평소 업무상 접대를 많이 하느라 여러 음식점을 다녀본 덕에 요리라면 자신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둔 돈을 합치고, 집을 담보로 융자를 조금 받으면 가계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려니 이것저것 문제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식당이나 커피숍을 차려볼까 생각하는 이는 권씨만이 아니다. 퇴직자가 음식점 창업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규모 자본으로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하루 세끼 밥을 먹고 살기 때문에 음식만큼은 자기가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익숙하니 잘할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진입장벽 낮으니 경쟁자도 많아
하지만 외식업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덤볐다간 큰코다친다. 외식업 창업에 성공하려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소규모 자본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말은 경쟁자 또한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생존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2010년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퇴직 후 자영업자로 전향한 사람 네 명 중 한 명이 음식점이나 호프집 같은 생활밀접형 업종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음식점 수는 12.2개로, 일본(5.7개)의 2배, 미국(1.8개)의 7배에 달한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성공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외식업 창업자의 60% 정도가 1년 내 폐업 상황에 내몰리고, 20%는 겨우 현상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성공 확률이 20%밖에 안 되는 셈이다.
둘째, 외식업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사전조사에 나서야 한다. 초보자는 점심이나 저녁 때 음식점을 방문해 손님이 꽉 찼거나 대기 손님이 줄을 선 모습을 보면 장사가 잘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함정이 있다고 얘기한다. 음식점을 찾은 손님이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최소 30분 이상 머문다. 카페는 체류시간이 더 길다. 따라서 단순히 음식점에 손님이 많으니 장사가 잘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손님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바뀌는지 ‘회전율’을 살펴야 한다.
또한 점심이나 저녁시간 외에 손님이 없어 노는 시간(idle time)이 상당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서울 도심에 자리한 식당 중에는 주5일제 영향으로 주말에는 손님이 거의 없는 곳도 많다. 한 달에 영업할 수 있는 날이 30일이 아니라 20일밖에 안 될 수 있다. 영업일이 줄어든 만큼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업 전 사전점검을 나갈 때는 점심이나 저녁시간에 잠시 들를 것이 아니라 개점해서 폐점할 때까지 지켜보고, 요일별 방문객 수에 차이가 없는지도 꼼꼼히 점검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셋째,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고객 파워가 갈수록 커지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인터넷 블로그와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한 번 안 좋은 소문이 나면 식당이 망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반대로 SNS를 통해 맛 좋고 친절하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매출이 급상승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음식점을 창업하기 전 사전조사에서 테이블 회전율과 노는 시간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넷째, 권리금 관계에도 주의해야 한다. 상가 계약을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가 권리금이다. 권리금은 상가 명성이나 고정 고객 등에 대한 대가로 계약금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것이다. 입주자가 명심해야 할 점은 권리금은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자신이 입주할 때 지불한 금액을 다음 입주자에게서 받아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니 권리금을 지불할 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권리금이 적정한지 확인하려면 매출 장부를 열람하는 것이 좋다. 계절에 따라 매출 편차가 있을 수 있으니 최소 1년 치 이상을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종업원을 사업가로 만들어야 한다. 자영업자에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종업원 관리”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종업원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 사업 파트너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일정 규모 이상 이익이 나면 종업원과 나눠 가져야 한다. 그래야 종업원도 자기 사업처럼 일한다. 물론 힘들게 번 돈을 종업원과 나누려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종업원 돈을 자기가 나눠 받는다고 생각을 바꾸면 보너스를 받는 기분이 들 것이다. 종업원이 자기 사업처럼 생각하고 일하지 않았으면 그 돈은 애당초 벌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음식점을 창업하고 한두 달이 지났는데도 가게에 손님이 차지 않으면,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손님이 들지 않는 데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버텼다간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빚만 떠안을 수 있다. 따라서 한두 달이 지났는데도 손님이 들지 않으면 장사를 계속할지, 그만둘지를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계속할 요량이면 장사가 안 되는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과감히 변화를 줘야 한다고 외식업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