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디거 달케 지음/ 송소민 옮김/ 블루엘리펀트 펴냄/ 356쪽/ 1만4800원
심리 요법 의사로 30년간 일해온 저자는 “모든 현상에는 운명의 법칙이 숨어 있고 그 운명을 속이는 일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수십 년 전부터 대립, 공명, 미립자에 존재하는 법칙성을 연구해왔다. 책은 그 연구 결과물을 토대로 동서양, 시공을 넘나들며 다양한 사례로 물리 법칙과 닮은 운명의 실체를 하나하나 풀어낸다.
먼저 동양의 태극을 등장시키는 ‘대립성의 법칙’을 보자. 양극의 두 측면이 서로를 필요로 하고 오직 같이 있을 때만 전체이자 하나가 되는 태극은 밝은 양의 측면과 어두운 음의 측면이 원 또는 완전한 단일성의 상징이 되려고 서로를 보완한다. 쉽게 말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다른 측면, 즉 반대 극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들이쉬는 숨은 내쉬는 숨을 필요로 한다. 세상은 어느 것이든 한쪽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반대편에는 그림자가 형성돼 결국 문제를 일으킨다.
상호의존적 대립성의 법칙은 사회, 경제, 정치 영역 곳곳에서도 나타난다. 호재는 악재를, 정의는 부도덕을 부른다. 따라서 아무리 애를 써도 ‘대립성의 법칙’은 변하지 않으며 인간의 삶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눈에 보이지 않게 세상을 가득 채우는 것이 ‘공명의 법칙’이다. 다른 사람의 소리에 민감한 인간은 늘 공명의 대상을 필요로 하고, 공명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의사소통도 공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눈이 먼 것보다 귀가 먼 것이 훨씬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귀가 먼 경우 다른 사람과의 공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감옥에서 최악의 형벌은 공명을 허용하지 않는 것임은 널리 알려졌다.
“누구든 게임을 시작하기 전 게임 규칙을 잘 알아야 한다. 스포츠 경기라면 사전에 규칙을 숙지하는 일이 아무 문제없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삶의 게임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인생 게임에서는 마치 여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경기가 진행된다. 그러니 사람들이 삶의 후반전에 들어서서 툭 하면 자살골을 넣는 것이다. 자살골을 넣는 사람은 후반전에 포지션을 전환하는 시기를 놓친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도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만든 법칙은 제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보편성이 결여됐다. 반면 자연법칙은 보편적으로 통용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100년 사이 데카르트, 갈릴레이, 뉴턴의 물리법칙에 의해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이론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물리현상이 인간 운명을 지배하는 것이다.
사람이 운명의 법칙을 아는 것은 충만한 삶을 위한 첫걸음이다. 저자도 ‘각자가 자신의 행복을 만드는 대장장이’라는 격언을 들면서 “누구나 운명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숙명적 운명론이 아닌 지금 우리 공기를 감싸는 다양한 운명을 깨달아 인생을 뜨겁게 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