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1일 입주한 판교의 한 아파트
2006년 5월4일 ‘판교 로또’의 행운을 안은 9428명의 당첨자 명단이 발표되자 희비가 교차했다. 수도권에서 46만7000명이 청약해 최고 2073대 1, 평균 경쟁률 49대 1의 바늘구멍을 뚫은 당첨자들은 환호했다. 반면 낙방한 45만여 명은 땅을 쳤다. 청약자 대부분은 실수요가 아닌 투기수요였다. 당시 판교는 ‘부동산 광풍’의 아이콘이었다.
강북보다 싼 전세가가 매매가 추락시켜
하지만 청약 이후 3년 반이 흐른 지금, 광풍은 ‘삭풍’으로 변했다. 폭등하리라는 아파트 가격은 분양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웃돈’은커녕 채권 매입 금액을 돌려달라는 계약자까지 생겼다. 분양 당시 전용면적 150㎡(45평)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6억원에 채권 3억원 등 모두 9억원이 들었는데 지금 매매가격은 10억원. 양도세를 빼고 나면 은행 이자도 남지 않는다. 이는 강남 아파트 평당 평균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분당과 비교해도 20~30% 싼 가격. 매매가가 평당 평균 2000만원대를 유지하지만 매수자는 드물고, 매도 매물만 늘고 있다.
전세가도 폭락했다. 지난 10월 판교 1차 입주가 있었지만 세입자를 구할 수 없어 2억원짜리 전세가 1억2000만원까지 내려와 있다. 전세가는 전용면적 165.29㎡(50평)의 경우 3억원은 돼야 하지만 2억3000만원이면 골라서 갈 수 있다. 서울 강남 3구나 경기 분당지역 전세 세입자들이 판교로 이주해오는 기현상이 생기는 이유도 이 때문.
이처럼 전세가가 아파트 가격의 2분의 1 수준이 돼야 하는데 4분의 1로 떨어지자 돈을 빌려 집을 산 집주인들은 죽을 지경이다. 전세가를 높이 받아 빚을 가려야 하는 집주인들은 아파트를 내놓고, 이렇게 매물이 많아지자 가격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더욱이 지금은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도 전세가가 워낙 낮아 살 엄두도 못 낸다. 이래저래 전세 세입자들만 ‘제2의 강남’이라는 판교의 새집에서 살판난 셈.
이뿐 아니라 현재 판교에 신축 중인 500개 필지의 전용면적 82.64㎡(25평) 임대주택 1000가구가 내년 봄 입주를 시작하면 주변 아파트의 전세가는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임대주택의 매매가도 평균 1억3000만원은 돼야 하는데 3000만~4000만원이 싼 9000만~1억원에 매물이 나오는 실정. 신혼부부들은 강남의 작은 원룸 매입가로 판교에서 방 2개, 부엌 1개, 욕실 2개의 새집에서 살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아챈 신혼부부들이 대거 판교로 몰려들고 있다.
판교 위치도
위치에 따라 아파트 거래가가 천차만별이라는 점도 가격 상승을 막고 있다. 판교의 명당이라 불리는 중판교 노른자위 땅이 보상 차원에서 원주민의 이주 택지로 돌아간 것은 주지의 사실. 그래서 고속도로 인근, 도로가 너무 넓어 소음이 심한 곳 등은 특히 가격이 싸다. 또한 유명 브랜드가 아닌 2군 건설업체들이 대거 참여한 점도 가격 상승의 악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판교는 오히려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몇 년만 기다리면 280만평 2만9350가구의 판교 신도시가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완성되고 나면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뛸 터. 따라서 판교가 하나의 독립적인 자족기능도시의 생명력을 갖기 위한 인프라가 형성되는 시기인 바로 지금이 몇 년 후의 과실을 따먹기 위한 준비시기가 될 수 있다. 즉, 현재 판교는 제 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칠 만큼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생활편의 시설, 학교, 일상생활의 여건 등이 완료되는 날부터 판교는 제 가치를 찾게 되고, 그럼 가격은 최소 2배로 뛸 수도 있다. 그날까지 막연히 기다리기만 하면 보통사람은 판교에 영원히 내 집을 가질 수 없다.
저평가된 판교, 분당보다는 더 오른다?
8월의 판교 신도시 아파트 청약 현장. 수도권에서만 46만7000명이 청약했다.
거기에다 판교 신도시 자족기능의 핵심인 약 66만㎡(20만평)의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이미 국내 첨단산업의 선두기업 300여 업체가 1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주를 확정지었다. 그중 SK케미칼, 삼성테크윈, 엔씨소프트, 넥슨, 안철수연구소, 파스퇴르연구소 등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이 많다. 판교 인근에 자리한 대규모 돔 쇼핑센터는 분당 수요와 강남 수요까지 끌어들일 수 있으며, 판교역 주변의 대규모 오피스빌딩은 판교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도시의 상권은 일반적으로 임대아파트 규모가 좌우하는데 4000가구, 2만명에 이르는 유동인구는 판교 신도시 상권이 얼마나 성장할지를 가늠케 한다.
판교 신도시의 택지도 집중 투자 대상이다. 사실 판교 신도시가 이토록 저평가된 원인 중 하나는 300만원에도 못 미치는 토지보상 가격이다. 이는 3000만~1억원까지 하는 서울 강남의 재개발이나 재건축 지분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판교의 땅값은 평당 1000만원대. 여기에는 택지 조성에 들어간 비용과 원주민 보상 프리미엄까지 들어가 있다. 1000만원대인 판교 땅은 아직 서울 강남의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판교 신도시에서 강남구 수서역까지는 자동차로 15분. 그런데 땅값은 5배나 싼 것이다. 강남 3구 내에 약 925만㎡(280만평)의 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신도시는 더 이상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발 빠른 강남 실수요자들은 이미 아파트를 팔아 판교 땅을 사들이는 중이다. 강남의 아파트를 팔아 판교에 땅 330.58㎡(100평)를 산다고 치자. 1층에는 상가, 2층에는 임대주택, 3층에는 주인이 산다면 땅값은 10억원, 공사비는 비싸봐야 5억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월세는 평균 500만~600만원인데,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팔리는 상태다. 강남 큰손에게 판교는 이미 새로운 공략 포인트가 됐다.
판교 땅으로 몰려드는 강남 사람들
경기 성남시 판교나들목 부근의 아침 출근길. 판교가 제 평가를 받으려면 부족한 교통 인프라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나이가 일흔이 되니 아파트가 더 오른다 한들 기다리기도 싫고, 설령 재건축을 한다 해도 입주하려면 10년은 걸릴 텐데 80세가 넘어서 돈이 있으면 뭐 하겠나. 지금이라도 월수입 몇백만원 챙기면서 부동산 뉴스에 오르내리지 않고, 내 땅에다 내 집 짓고 조용히 살고 싶었다. 그리고 외국여행이나 하면서 살고 싶었다.”
최근 판교에 15억원짜리 상가주택을 짓고 있는 이모(56) 씨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 10월쯤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중년여성 3명이 5억원씩 투자해 15억원짜리 상가주택을 사버린 것. 그들은 한 달 후인 11월, 18억원에 상가주택을 내놨다. 문제는 18억원짜리 상가주택이 불과 며칠 후에 팔려나갔다는 점이다.
이처럼 판교 부동산 투자의 핵심으로 상가주택이 떠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판교역이 노른자위 노릇을 할 것이다. 역 주변이 상업지역, 업무지역, 주거지역으로 확실히 정리돼 있기 때문에 역세권에서 가까울수록 투자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아파트보다는 땅을 동시에 살 수 있는 상가주택의 투자가치가 더 높고, 상가는 1층이 분양가가 비싸도 투자가치가 더 높다.
참고로, 현재 판교 상가주택에 있는 전용면적 165.29㎡ 주택은 1억5000만원밖에 하지 않는다. 반값이면 전세를 살 수 있다. 그리고 집주인은 거주하는 집이 따로 있기에 비워줄 이유가 없고, 오래 살 수도 있으며, 아파트처럼 전세가도 그렇게 폭등하지 않을 것이다. 전세를 살려면 동판교보다 서판교의 상가주택을 선택하는 게 좋고, 신혼부부의 경우에도 서판교가 물량이 많고 조용하며 학군도 정리가 잘돼 있다. 물론 서판교역도 생기지만 판교역이 먼저 개통하고, 서판교역은 상당한 시간이 거릴 예정이다. 그렇지만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각종 복지시설은 서판교가 잘돼 있는 편.
이게 판교의 현실이다. 부동산 전문가보다, 어떤 부동산 정보보다 앞서가는 게 실수요자의 후각이다. 그들은 주변 시세보다 4분의 1이나 싼 가격을 그냥 지켜보지 않는다. 이게 바로 판교가 2010년 부동산 시장의 투자 1번지이자 블루칩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판교의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