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종 차에서 차주의 개성을 느낄 때가 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떠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지도 차를 들여다보면 안다. 자동차 제조사는 지속가능성이나 안전, 편안함 등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새 차에 담는다. 이외에도 남들의 시각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매년 새로운 스타일의 외부 디자인을 선보인다는 것도 닮은 점이다. 자동차와 패션의 공통분모는 이토록 많다. 그러니 패션쇼에 자동차가 등장하거나, 자동차 브랜드가 신차 출시를 기념해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아니 필연적 만남이다.
윈윈하는 자동차-패션 브랜드 협업
BMW코리아가 하이엔드 여성 의류 브랜드 미스지콜렉션의 2024 F/W 컬렉션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BMW코리아 제공]
비슷한 사례는 영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랜드로버와 바버는 영국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브랜드다. 바버 재킷을 입고 랜드로버를 운전하는 모습은 청바지를 입은 카우보이만큼이나 영국적 이미지다. 이외에도 두 브랜드는 전통 가치를 고수하고, 모험을 지향하며, 품위를 보여주는 등 많은 공통점을 공유한다. 이 협업은 자동차가 아닌 의류 컬렉션으로 공개됐는데, 이 경우에는 바버가 랜드로버를 입었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이처럼 패션 브랜드가 자동차 브랜드의 가치를 담는 경우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 의류 파트너인 타미힐피거가 과거 메르세데스벤츠 포뮬러 원 팀의 가치를 담은 ‘타미×메르세데스벤츠’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 것처럼 말이다.
패셔너블하게 소비자에게 접근
최신 쿠튀르 트렌드를 녹여낸 롤스로이스의 ‘컬리넌 인스파이어드 바이 패션(Cullinan-Inspired by Fashion)’ 특별 전시 차량들. [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최근 국내에서도 패션 브랜드와 자동차 브랜드가 협업해 컬렉션 쇼를 완성한 사례가 있다. 3월 20일 BMW코리아는 하이엔드 여성 의류 브랜드 미스지콜렉션이 서울 종로구 운현동에서 개최한 2024 F/W 컬렉션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패션쇼에는 BMW의 순수 전기 세단 뉴 i7이 전시됐고, 뉴 7시리즈와 뉴 XM이 각각 10대씩 의전 차량으로 제공됐다. 하이패션계에서 받은 영감을 차로 표현한 전시도 화제를 모았다. 롤스로이스모터카는 3월 24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자리한 롤스로이스 판교 라운지에서 ‘컬리넌 인스파이어드 바이 패션(Cullinan-Inspired by Fashion)’ 특별 전시를 열었다. 전시된 차량은 최신 쿠튀르 트렌드를 녹여낸 것으로, 라임 그린 색상과 포지 옐로 색상 두 모델이었다. 웅장한 차체를 생생한 색감과 재기발랄한 질감으로 조합해 하이패션을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자동차 브랜드는 패션을 입거나, 패션위크에 출연하거나,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는 등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고, 패셔너블하면서도 트렌디한 모습으로 고부가가치 시장에 들어서고 있다. 고가 상품 시장을 이끄는 소비 세대의 의식이 젊어지고, 실제로 나이도 어리며, 직업도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 등 다채로워진 현시대를 반영한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