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전자’가 큰 무리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10만전자는 다른 얘기다. 2025년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를 의미 있게 납품한다면 10만전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4월 1일 최근 매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염 이사는 현 시점 여러 반도체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편안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이상윤]
젠슨 황의 사인
삼성전자가 2년 8개월 만에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것 같다.“핵심은 엔비디아와 관련된 HBM 공급 기대감이다. 그동안 이 분야에서 SK하이닉스가 독주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마이크론 역시 최근 실적 발표에서 ‘우리도 (엔비디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뭐 하느냐’는 말이 많았는데 젠슨 황이 ‘삼성전자 HBM을 테스트 중’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에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이라는 사인도 했다. 그간 시장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반도체를 공급하길 기대했다. 젠슨 황이 기대에 부응하는 얘기를 하면서 시장이 환호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로 테스트했다는 것 자체가 결국 삼성전자 제품도 써보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 아닌가. 지난해 적자였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가 올해 1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납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나.
“삼성전자가 HBM을 못 만드는 기업이 아니다. SK하이닉스와 품질이 크게 차이 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HBM은 일반 D램과 생산 메커니즘이 다르다. 엔비디아 가속기와 궁합이 맞아야 하는 만큼 미리 재고를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주문을 받은 후 생산한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기존 제품에 맞춰 HBM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2025년 출시되는 엔비디아 신제품은 얘기가 다르다.”
향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파전이 예상되는데.
“지금까지는 SK하이닉스 독주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연말까지 삼성전자의 HBM 생산능력은 월 13만 장이 되고 SK하이닉스는 월 12만5000장일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은 월 2만 장밖에 안 된다. 결국 3파전보다 2파전에 가깝다. 그간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밀린 것은 맞지만 상당히 절치부심한 듯하다. 연말 기준으로는 대등한 물량을 생산하지 않을까. 관건은 2025년 펼쳐지는 HBM3E 경쟁이다. 엔비디아의 첨단 제품이 공개될 텐데, 양사가 어느 정도 점유율을 차지하는지가 중요하다. 지금처럼 SK하이닉스 제품만 많이 들어간다면 삼성전자는 계속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비중 있게 들어갈 것 같다.”
“당장 매도하지 마라”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도 적잖다. 당시 개인투자자는 10만전자를 외쳤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2분기에 단기 고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그때 주당 9만 원에는 도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인공지능(AI) 부문 상황만 좋은 것이 아니다. 전통 메모리 부문 역시 돌아서고 있다. 2021년에 찍어본 9만전자가 큰 무리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신고가인) 10만전자는 다른 얘기다. 삼성전자 비중을 줄이고 싶은 투자자가 있다면 9만전자에서 일부 덜어내도 괜찮다. 3분기에 공매도 금지가 해제될 가능성이 있고, 11월 미국 대선 역시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미국 증시가 그동안 많이 오른 만큼 3분기에 쉬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 기간에 삼성전자를 다시 싸게 살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2025년까지 반도체 사이클이 좋아지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10만전자를 넘어서지 않을까.”
염 이사는 삼성전자가 2025년 엔비디아에 어느 정도 납품하느냐에 따라 10만전자 도달 가능성이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핵심 변수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를 의미 있게 납품하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염 이사는 “상당한 규모의 납품이 이뤄진다면 10만전자를 넘어설 테고, 이 그림이 안 나온다면 박스권에 갇힐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를 매도하고 있다.
“3월 20~21일 이틀간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를 3조 원가량 순매도했다. 어마어마하게 판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평균 단가는 7만2000~8만 원 사이가 많다. 지난 몇 년간 물려 있다 보니 ‘손해 안 본 게 어디냐’며 정리한 사람도 적잖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삼성전자의 현 가격(4월 1일 기준 8만2000원)은 중간 수준이다. 팔고 싶더라도 당장 매도를 고민하지는 말자. 주당 가격이 9만 원이 넘을 때 매도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가장 편안한 회사는 삼성전자
삼오장이라는 말도 나오는데.“2017년 강세장 때 그랬다. 코스피가 2100에서 2600까지 상승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특히 불붙었다. 당시 두 회사를 갖고 있지 않던 투자자들은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까지 봤을 때는 괜찮은 것 같다.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다른 기업들 주가도 오르고 있고, 이차전지주도 간간이 움직임이고 있다. 현 시장 상황을 ‘삼성전자 독주’라고 하기는 어렵다. 외국인투자자가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사고 있지만, 반대로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매도한 후 다른 기업들을 사고 있다. 오늘만 해도 삼성전자가 0.49% 하락한 반면, 다른 수많은 기업이 급등했다. 순환매가 나타나면서 그간 쉬어가던 기업들 주가가 상승할 전망이다. 오히려 1분기에 강세를 보였던 기업들이 쉬어갈 수 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은 어떻게 보나.
“소부장 기업도 철저히 나눠서 살펴봐야 한다. HBM 관련 기업인 한미반도체는 정말 끝없이 오르고 있다. 현 시점에 진입하기는 어렵다. 못 오른 기업들을 살펴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못 오른 기업이 삼성전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편안한 삼성전자를 두고 굳이 중소형주 중에서 찾겠다면 ‘반도체 인프라 섹터’가 괜찮아 보인다.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면 여러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된 회사들이다. 한양이엔지, 세보엠이씨, 아스플로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공장을 많이 짓는 상황도 아니고, HBM 수혜 대상도 아니다 보니 그동안 주가가 상대적으로 못 올랐다. 지금은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온기가 퍼지는 시기라 투자 아이디어 측면에서 보면 괜찮은 것 같다. 다만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면 반드시 반도체 산업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
반도체 산업 트렌드는 어떤가.
“첫째, ‘미세화’다. 반도체를 작게 만드는 것이다. HBM의 경우 상대적으로 크다고 하지만, 그래도 선폭은 굉장히 작게 만든다. 이와 관련된 기업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둘째, ‘쌓기’다. 기존 낸드플래시도 쌓아가며 만들었는데, 이제는 D램도 쌓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HBM의 특징이기도 하다. 셋째, ‘수율’이다. HBM은 수율이 좋지 않다고 한다. 2개를 만들 경우 그중 하나는 문제가 있는 식이다. 만들기 어려운데 가격도 비싸다. 수율마저 떨어지면 생산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수율을 올릴 필요가 있다. 향후 검사 장비와 물품을 만드는 기업이 상당히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선 3가지가 반도체 산업의 주요 트렌드인데, 검사 부문이 특히 중요해질 것이다. 검사 장비 수요가 늘어날 전망인 만큼 관련 기업도 고민해보라.”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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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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