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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 버블 아닌가
이런 논란이 있을 때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는 바로 실적이다. 기업 실적이 개선된다면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 역사적 평균에 비해 높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보다 내년 이익이 2배로 늘어난다면 현재 주가 기준 PER이 20배라고 해도 내년에는 10배로 내려갈 것이다.그리고 이런 기업 실적 면에서 현 미국 주식시장이 심각한 버블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을 대표하는 500대 기업으로 구성된 S&P500 지수의 주당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 상승해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그래프1 참조). 물론 기업 실적은 언제든 훼손될 수 있기에 과거 이익만 보고 투자해서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당장 지난해 초만 해도 역사상 최대 규모 이익에 환호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전쟁 포화 속에서 주식 가격이 폭락한 쓰라린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금융시장 참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 이익이며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마침내 시작되는 금리인하
그렇다면 2024년 미국 기업이익은 어떻게 움직일까. 여러 요인이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금리다. 금리가 상승할 때는 기업의 이자비용이 불어나는 한편, 가계의 소비 및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물론, 자동차 할부 이자율이 급등할 때는 ‘지름신’도 한 발 물러날 공산이 크다.‘그래프2’는 미국 기업의 이자비용(영업이익 대비)과 이자율의 관계를 나타내는데, 이자율이 상승한 후 이자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시작된 역사적인 채권금리 하락이 기업 실적 개선에 얼마나 크게 기여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2021년부터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자비용 상승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2월 13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인상 중단과 함께 2024년 적어도 3차례 이상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이자비용 상승 우려가 현실화될 확률은 크게 낮아졌다. 과거 3년에 비해 새로 발행되는 채권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자율이 끝없이 상승할 것이라는 공포가 부각될 때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여건이다.
단위노동비용 하락도 호재
이자비용 절감 못지않게 2024년 미국 기업의 실적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은 바로 생산성 향상이다. 생산성, 즉 근로자의 시간당 생산량이 늘어나면 기업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열린다. 이전보다 더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가격을 인하해 경쟁자를 몰아낼 수 있고, 제품 가격을 동결함으로써 마진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물론 근로자 임금이 생산성 향상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인상되면서 생산성 향상이 기업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최근 미국의 단위노동비용, 즉 근로자의 임금인상률과 생산성 향상 속도를 비교한 값을 보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 노동시장 여건이 조금씩 냉각되면서 근로자의 임금인상 속도가 점차 둔화되는 반면, 생산성 향상 속도는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래프3’은 단위노동비용과 기업 실적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기업의 체감 인건비 부담이 줄어들 때마다 실적 개선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미국 기업의 실적 전망이 매우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되는 이유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부연하고 싶은 것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해처럼 예상하지 못한 전쟁이 시작돼 금리가 인상될 수도 있고, 노동조합 협상력이 개선돼 인건비가 다시 급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호실적이 나타난 이유를 점검하고 혹시 빗나가지 않는지 점검하는 태도를 지니는 것이 성공 투자의 핵심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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