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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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대전환’ 구체적 비전 제시한 정의선 신년사

글로벌 경기침체 속 재계 신년사 핵심 키워드는 고객가치·혁신·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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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3-01-0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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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월 3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남양기술연구소 대강당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해 신년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월 3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남양기술연구소 대강당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해 신년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새해를 맞아 대기업 총수들이 내놓은 신년사에는 한 해 기업의 경영 목표와 핵심 전략이 담겼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상황에 직면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 안팎에 높은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따라 국제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개 양상과 중국의 방역조치 완화 및 감염병 상황 변화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국내 역시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관련 금융시장의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세계경제의 복합 위기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새해 재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위기 극복이다. 삼성·LG·SK·현대자동차·롯데 등 5대 그룹 총수는 신년사에서 고객가치 경영과 과감한 도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한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키워드① ‘찐팬’ 만드는 고객 감동 경영

    구광모 LG그룹 회장. [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 [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고객’에 집중했다. 지난해 12월 말 재계 총수 중 가장 먼저 신년사를 전한 구 회장은 2019년부터 LG가 나아갈 방향으로 고객을 강조하며 고객가치 경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진화·발전시켜왔다. 2019년에는 고객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한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정의했다. 2020년에는 고객가치 실천의 출발점으로 고객의 불편함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고, 2021년에는 고객 초세분화를 통해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기를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올해는 구성원을 ‘고객가치 크리에이터’라고 부르면서 직원이 LG 주인공이 돼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를 찾으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고객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LG인이 모여 고객 감동의 꿈을 계속 키워나갈 때 LG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SK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SK 제공]

    최 회장은 1월 1일 전체 구성원에게 e메일을 통해 관계(relationship)와 네트워크 확장이 향후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기업도 관계가 중요한 시대로, 나를 지지하는 ‘찐팬’이 얼마나 있는지, 내가 어떤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는지가 곧 나의 가치”라며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관계의 크기와 깊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 크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신뢰를 쌓기 위해 주목한 건 데이터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해관계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아보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새로운 국가 및 시장을 발굴하는 등 관계와 네트워크 확장의 필요성도 주문했다. 특히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 등을 계기로 관계의 범위를 넓히고 기후변화, 양극화, 디지털 격차 같은 인류 공동의 문제를 풀어가자고 제안했다.

    키워드② 필수 불가결한 혁신과 도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영구적 위기 시대라고 진단했다. 그는 당연하게 해왔던 일과 해묵은 습관을 되돌아보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존의 틀을 깨부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며 체질을 개선해 ‘새로운 롯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미래 지향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계속 도전하면 그 속에서 미래를 개척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은 최근 롯데가 투자에 나선 메디컬·바이오 등 헬스 앤드 웰니스(wellness) 분야와 모빌리티, 수소와 친환경 사업에 주목했다. 이 분야에서 선도 기업으로 나아가도록 핵심 역량을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역동적인 마음가짐과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기업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젊은 리더십과 외부의 새로운 시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마인드도 필요하다”며 “도전 과정에서 어려움에 봉착한다 해도 그 속에서 또 다른 인사이트를 찾는 유연한 사고를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1월 2일 경기 수원시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시무식을 열었다. 이날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은 공동 명의의 신년사에서 “위기 때마다 더 높이 도약했던 지난 경험을 거울삼아 다시 한 번 한계의 벽을 넘자”고 제안했다. 한 부회장은 “과감한 도전과 변신으로 도약의 전환점을 만들자”며 “어려운 때일수록 세상에 없는 기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의 품질력을 제고하며, 고객의 마음을 얻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사에 이어 올해 신년사도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날 저녁 임원진과 신년 만찬을 함께하며 경영 전략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키워드③ 도전하는 능동적 기업문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월 3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현대기아자동차남양기술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오프라인 신년회를 열고 새해 메시지와 사업 방향성, 비전을 공유했다. 정 회장은 “2023년을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의 한 해로 삼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끊임없는 도전과 결과를 통해 변치 않는 신뢰를 만들고, 능동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한 차원 도약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형태로 진행된 올해 신년회 역시 정 회장의 이러한 도전과 변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정 회장은 우선 ‘도전을 위한 신뢰’ 구축을 위해 전동화·소프트웨어·신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계속 도전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고자 최고 인재를 영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아낌없이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대전환한다는 구상을 내놓아 이목을 끌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본 적용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구독 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정 회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도전하고, 도전의 결과로 더 큰 신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고객의 신뢰를 받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변화를 통한 도약’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창조적 사고와 자기 주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 회장은 “기존 관성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변화를 멈춘 문화는 쉽게 오염되고 깨지기 마련이니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목표를 갖고 시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와 경영진이 솔선수범해 자유롭게 일하는 기업문화, 능력이 존중받는 일터,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서는 근로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능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조직문화가 자리 잡도록 지속적인 인사 실시와 제도 개선을 통해 과거 단점들을 없애겠다”고 전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위기 상황일수록 최고경영자(CEO)는 위기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근본적인 대전환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며 “올해 신년사에서 정의선 회장이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 전환한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이 구체적인 비전의 일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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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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