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개인전 결승에서 안산 선수가 슛오프 마지막 한 발을 쏘고 있다. [동아DB]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개인전 금메달 시상식 후 눈물을 흘리는 안산 선수를 다독이고 있다. [동아DB]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은 혼성단체전, 여자단체전, 남자단체전, 여자개인전에서 금메달 4개를 획득하며 또 하나의 신화를 썼다. 양궁 여자단체팀은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팀을 스코어 6 대 0 퍼펙트 경기로 완파하며 1988 서울올림픽 이후 9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국 양궁이 긴 시간 세계 정상을 지킨 비결은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피나는 노력과 더불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훈련 시스템에 있다. 한국 양궁의 힘에 대해 양궁 남자 세계랭킹 1위 미국 브래디 엘리슨은 로이터를 통해 “메이저리그, 프로풋볼과 같은, 견줄 수 없는 시스템 덕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대차 R&D 기술 활용한 첨단 장비 큰 도움
70m 거리에서 화살을 쏘면 불량 화살을 솎아내는 ‘고정밀 슈팅머신’.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토너먼트 형태로 양궁 경기 방식이 바뀌자 대한양궁협회는 선수들이 흔들림 없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야구장에서 소음 극복 훈련을 시작했고, 2010년부터 시행된 세트제에 대비하고자 다이빙, 번지점프 훈련을 실시했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는 코로나19 사태로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되자 진천선수촌에 도쿄 양궁장과 똑같은 시설을 만들고 도쿄올림픽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을 적용해 실제와 같은 훈련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R&D(연구개발) 기술을 접목한 첨단 장비도 선수들의 기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 회장을 필두로 현대자동차그룹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직후부터 대한양궁협회와 함께 다양한 기술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양궁선수들이 평소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항을 청취하고 AI(인공지능), 3D 프린팅 등 첨단기술을 도입해 다양한 양궁 장비를 개발하는 데 앞장섰다. 그 결과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장비인 ‘고정밀 슈팅머신’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점수 자동 기록 장치’△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하는 ‘심박수 측정 장비’ △훈련 영상을 최적 영상으로 자동 편집하는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 △손에 최적화된 그립을 3D 스캔해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맞춤형 그립’ 등 5가지 장비가 개발됐다.
이 중 ‘고정밀 슈팅머신’ 덕이 특히 컸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이다. 그동안 선수들은 자신에게 맞는 화살을 선별하기 위해 직접 활시위를 당기며 테스트하는 데 많은 시간은 할애했다. 70m 거리에서 화살을 쏴 불량 화살을 솎아내는 ‘고정밀 슈팅머신’은 2중, 3중으로 화살을 분류할 수 있어 훈련시간의 효율을 키웠다. 또한 선수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화살이 최상의 품질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게 돼 자신감이 높아졌다.
2020 도쿄올림픽 양궁 경기장을 직접 찾아 국가대표팀을 응원한 정의선 회장은 8월 1일 귀국해 취재진에게 “편차 없이 좋은 화살을 골라 쓸 수 있는 고정밀 슈팅머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개인전 시상식에 참석했다. [동아DB]
양궁 여자개인전 금메달 시상식이 열린 뒤 안산 선수를 만난 정 회장은 “다리 뻗고 자라, 오늘은”이라며 “너무 고생 많았다”는 축하의 말을 건넸다. 안 선수는 정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며 눈물을 흘렸다. 안 선수는 개인전 시상식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아침에 회장님 전화를 받고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장에 왔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 양궁 대표선수들이 도쿄의 강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텐텐텐’ 완벽한 경기를 펼친 배경에는 ‘양궁에 진심’인 정의선 회장이 있었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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