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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했습니다.
영대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를 줄여 이르는 말)의 기운이 느껴지네요.
현모 이삿날 부득이하게 녹화가 있었는데, 앞으로 절대 이사 현장은 비우지 말아야겠다는 평생 교훈을 얻었습니다.
영대 왜요? 무슨 사고라도?
현모 포장이사업체를 썼는데, TV 액정이 깨지고 네온사인들도 와자작 다 깨졌어요. ㅠㅠ
영대 아이고, 보상은 되는 거겠죠? 몸살은 안 났어요?
현모 제 몸의 한계를 시험해본 거 같아요. 사흘간 스트레이트로 잠을 안 자봤네요.
영대 잠을 아예 못 주무신 거예요? 불면증?
현모 아뇨. ㅠㅠ 계속 밤새 짐 싸고 그 와중에 매일 촬영이 있었거든요. 영대 님은 가장 오랫동안 안 잔 게 얼마 동안이에요?
영대 저는 고3 때도 7시간 이상 잠자기를 거르지 않았어요. 밤을 새워본 적이 한 번도 없답니다.
현모 와!!!! 실화예요????
영대 그럼요. 저는 잠을 줄이면 일 효율이 떨어져서 심지어 할 일이 남아 있어도 시간이 되면 무조건 잡니다.
현모 헉, 정말 말도 안 돼!!!!! 너무 놀랐어요!!!
영대 심리적으로도 대여섯 시간 이상 잠을 못 잤다고 생각하면 컨디션이 떨어지는 스타일! 전 건강식품이나 커피로는 효과가 없어요. 무조건 잠!
현모 으악, 믿기지가 않아요!!!!! 살면서 한 번도 밤을 새워본 적이 없다고요?!?!?
영대 아! 예전에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 보느라 늦게까지 안 자거나 일찍 일어난 적은 있군요. ㅎㅎㅎ 이번 올림픽은 시간대가 같아서 무척 행복~.
현모 그래도 all nighter(아침까지 꼴딱 새우다)는 해본 일이 없다는 거잖아요.
영대 대학생 때 한 번 흉내 내본 적 있는데, 멍한 상태로 시험 보러 들어가는 바람에 시험을 망쳤어요. 그 뒤로는 그런 바보 같은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맘먹었다는.
현모 정말 부러워요. 저는 다음 날 일찍 일이 있으면 잠을 자야지 마음을 먹어도 못 잘 때가 많아요. ㅠㅠ 중요한 방송은 멍한 좀비 상태로 하고 오히려 스케줄이 없을 때 푹 자고.
영대 저랑 빌보드 뮤직 어워드 중계할 때 늘 좀비 상태로 오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면서도 피곤한 내색 없이 잘해내시는 게 역시 프로답다는 생각을 했죠.
현모 그나마 그건 생방이라 바짝 긴장하고 했나본데, 녹화는 긴장감마저 없어서 이번에 사흘간 못 잤을 때는 진짜 입에서 방언이 막 터지더라고요.
영대 막 다른 차원을 보고 하신 건 아니죠? ㅎㅎ 쪽잠 자고 촬영하는 방송인들 보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열대야가 지속되자 불면증이 심해졌다고 호소하는 이가 증가했다.
영대 제 주변에도 불면을 겪는 분이 엄청 많아요. 혹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세요?
현모 잠 안 올 때 들으라고요?
영대 음악 역사상 불면증 때문에 작곡된 몇 안 되는 곡이지 않을까 싶은데, 웃긴 건 이 곡이 그 나름 현란해서 잠을 자는 데 그렇게 적합하지 않다는 거예요. ㅎㅎ
현모 맞아요. 하, 이거 말하면 엄청 예민하다고 할 텐데. 전 사실 피아노 소리 들으면 잠을 못 자요. 손가락이 건반을 두드리는 느낌이 너무 거슬려요.
영대 타건 소리를 못 견디는 사람이 종종 있어요. 그런 건 취향 문제가 아니라, 귀가 어떤 주파수나 소리의 특성을 못 견디는 거예요. 알레르기 같은 거죠. 현악기 연주에서 활이 줄을 긋는 소리가 귀를 찌르듯 거슬린다는 사람도 있어요.
현모 대박이다! 궁금증이 풀렸어요.
영대 그래도 실제로 친한 사람 가운데 보기는 첨이네요. ㅎㅎ 정말 드문 경우지만 음악 자체를 못 듣는 사람도 있답니다.
현모 예전 집에서 새벽 2시쯤 되면 이웃집 누군가가 피아노 연습을 했는데, 얼마나 괴롭던지…. 그때부터 왜 건반 소리를 못 듣는지 답답했어요.
영대 그럼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하프시코드 버전으로 들으세요. 좀 나을 거예요.
현모 새벽 한두 시쯤 잠옷 바람으로 어느 집에서 나는 소리인지 귀 쫑긋 세우고 찾아다니던 기억이. ㅎㅎㅎ
영대 그래도 잠을 청하려고 듣는 음악이 있죠?
무더운 여름밤에 듣기 좋은 잔나비 음악. [GettyImages]
영대 미군 특수요원들의 이동 중 쪽잠 자는 방법이 유명하죠. 절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사실 수면용 음악이 효과적인지는 모르겠어요. 아는 사람은 시끄러운 헤비메탈을 들어야 잠이 잘 온대요.
현모 요새는 밤마다 더워서 극도로 심해졌어요. 에어컨을 켰다 껐다, 선풍기도 켰다 껐다.
영대 와, 다 똑같네요. 껐다 켰다. ㅎㅎ 요즘 너무 더워서 전기료 걱정은 제쳐두고 그냥 시원하게 다 틀어놓고 잡니다.
현모 다음 날 별일이 없으면 아예 청음 목적으로 음악을 감상하는데, 에어컨바람 솔솔 부는 무더운 여름밤에 잔나비 음악이 좋더라고요. 잔나비 음악은 더위만 잊게 해주는 게 아니라 시공간을 잊게 해요.
영대 저는 여름만 되면 꼭 듣는 음반이 있어요. 스탄 게츠와 주앙 지우베르투의 ‘게츠/지우베르투’. 여름엔 보사노바죠! 수면용으로 틀어놓아도 좋을 거예요. 지우베르투는 2년 전 이맘때 여름 돌아가셨답니다. 그래서 더 생각나요.
현모 그런데요. 절대로 대화가 지루하다는 뜻은 아니고, 싱크로니시티 대화하는 날엔 그 어려운 잠이 사르르 오네요.
영대 역시 불면증엔 멜라토닌보다 싱크로니시티? ㅎㅎ
현모 하얀색 화면에 검은색 자국들이 꾹꾹 찍히는 걸 보는 게 불면증에 ‘직빵’이네요….
영대 싱크로니시티가 가져다준 예상치 못한 효과네요.
현모 ZZZ….
영대 저기요, 불면증인 거 맞아요?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