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정이 그렇기에 ‘콜드플레이’의 선전은 더욱 돋보인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사건이 한 번 더 있기는 했다. 2000년 ‘라디오헤드’의 앨범 ‘Kid A’가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오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는 같은 계보로 분류할 수 있는 밴드다. ‘영국산 우울’로 표현되는 절묘한 멜랑콜리함이 그들 음악의 핵심. ‘콜드플레이’는 이른바 ‘라디오헤드’ 계보의 적통대군이다. ‘라디오헤드’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수많은 밴드들 중 최후 승자는 ‘콜드플레이’임이 시간이 흐를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99년 평단의 극찬을 받은 데뷔 앨범 ‘Parachutes’와 함께 혜성처럼 등장한 ‘콜드플레이’는 이제 3집 ‘X&Y’로 팝 음악의 양대 본산 영국과 미국 시장을 모두 석권하며 공인된 1인자의 자리에 등극했다.
‘X&Y’가 가진 최고의 미덕은 첫 곡 ‘Square one’에서 첫 싱글로 히트한 ‘Speed of sound’를 지나, 마지막 곡 ‘Twisted logic’까지 이어지는 균질성이다. 어느 것 하나 튀거나 모자람이 없다. 그야말로 맛깔나는 음악의 성찬이다. 참 묘하다. 듣고 있으면 사람을 극한의 우울로 한없이 밀어내는데 그러면서도 ‘참 좋다, 행복하다!’라는 느낌이 절로 드니 말이다. ‘콜드플레이’의 음악이 그렇다. 이만하면 이제 ‘라디오헤드’ 가문의 문장은 ‘콜드플레이’에게 돌아가도 좋겠다.(‘라디오헤드’가 들으면 섭섭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