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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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신 똑바로 차려라!

  • 입력2005-03-15 1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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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신 똑바로 차려라!
    비극적인 진실을 말하는 것은 낙관적인 거짓을 말하는 것보다 위기극복에 더 보탬이 된다.”

    재미학자 조영환씨가 지난 3년 여 동안 미국에서 바라본 한국은 망조 든 집안이다. 그는 급속히 진행되는 지구촌 변화의 근본적 원인, 즉 미국의 세계전략, 국제금융세력, 그리고 한국사회의 문화적 바탕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 민족은 또다시 국제금융투기꾼보다 더 잔인한 세력에 생존권을 구걸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인권의 이름으로 죽이고 자유의 이름으로 억압하는 교활한 국제관계’를 꿰뚫어 보기에 우리의 정보수집능력이나 분석능력은 너무 일천하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한국호(號)의 미래는 절망적이다.

    조영환씨가 최근 펴낸 평론집 ‘원자폭탄보다 더한 금융폭격’은 IMF구제금융 이후 한국경제가 걸어온 ‘파탄’의 과정을 분석하고 자신의 ‘제언’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정확히 날짜와 사건별로 정리돼 있어 쉽게 분노하고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에게 ‘쓴 약’이 된다.

    일단 IMF파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제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던 98년 1월20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우리 사회는 IMF 간섭을 초래한 장본인인 김영삼 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해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희생양을 만들기 위한 청문회 개최를 반대했다. 이유는 이렇다.

    “국제정세와 경제에 깜깜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청문해 보았자 한국에 몰아닥친 IMF사태의 원인규명이나 해결에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경제위기는 일개 정권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의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신 똑바로 차려라!
    어느 정도 IMF위기로부터 벗어나 숨고르기를 하던 99년 3월, 그는 자학에 빠진 한국인들에게 이제 “네 탓으로 돌릴 배짱을 키우자”고 외친다. 즉, 자유시장경제의 이름으로 남의 나라 시장을 열고, 자기나라의 경제를 보호하는 법들을 끊임없이 구축하는 부당한 미국식 경영전략의 실체, 그것을 주도하는 국제금융세력을 똑바로 보자는 것이다.

    “철저히 이해타산에 근거한 험악한 국제관계에서 내 탓만 들여다보는 민족은 판단의 균형을 잃은 병든 상태다. 이러한 병적인 비굴함을 도덕으로 환치시킨 민족은 국제관계에서 늘 이익게임의 봉이 되어버린다.” 그 결과 “YS는 한국경제라는 닭의 털을 뽑아 무장해제시키고, DJ는 그 닭을 요리해 서구투기꾼들에게 닭탕수육을 해바쳤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금융투기꾼 조지 소로스가 한국 대통령에게 경제자문을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망조’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99년 9월, 조씨는 ‘바람잡이 이익치’의 몰락 뒤에 국제금융투기꾼들의 농간이 있다고 말한다. 이익치가 ‘Buy Korea’를 외치며 바람을 잡는 동안 국제금융세력은 한국을 먹어치우고 유유히 떠나버렸고, 이익치만 감방으로 갔다. 국제금융세력과 정부로서는 한국주식시장의 붕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이다.

    2000년 8월, 저자는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재벌을 국제금융가들이 교묘히 해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부의 세습 등 재벌에 대한 한국인들의 악감정을 한껏 이용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마치 모든 것의 정답인양 강조했다. 결과는 무엇인가. 공적자금이라는 애매한 용어로 수백 조의 외채를 투입해 알토란같이 정리한 기업들의 경영권을 그냥 국제금융가들에게 넘겨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2000년 10월, 저자는 한국이 국제금융가들에게 농락당하고 구조적으로 몰락해갈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정리했다. 첫째 약탈범인 미국산 국제금융가들을 구세주로 착각하고 자문과 도움을 청한 무지와 미국 예속적 정신구조, 둘째 무작정 외채 빌려다 분배하기 바빴던 관료들의 무능, 셋째 배우면 배울수록 강대국에 유리하고 약소국에 해로운 지식을 강화하는 현 교육풍토, 여기에 도둑 심보의 기업가와 부패한 정치가가 가세하니 한국은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영환씨는 ‘원자폭탄보다 더한 금융폭격’을 쓰면서 국제금융투기꾼에게 농락당한 한국경제뿐만 아니라 ‘왕따 당할 막가파 미국’(2장) 무책임한 먹물들이 설치는 한국사회(3장), 남북분단의 실상과 통일에의 갈망(4장), 한국이 눈감고 맞이한 세계화의 함정(5장)을 조목조목 짚어간다.

    그의 마지막 글 2000년 9월12일자 ‘세계화에 대한 나의 제언’을 보면 “정작 평화를 위해 필요한 곳에는 유엔평화유지군이 없고, 초강대국이 침략적인 약탈을 자행할 때에 유엔군이 동원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있다. 즉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유엔이 거꾸로 세계지배세력이 이용하는 가장 악마적인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조영환씨의 말대로라면 국제무대는 ‘눈 뜨고 코 베가는 세상’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약소국민인 우리는 언제까지나 지배자들의 꼭두각시 놀음만 할 것이다. 그는 현 정권의 무능함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김영삼의 IMF통치 초래는 병적인 허영심 때문이었고, 김대중의 IMF극복 실패는 병적인 비굴함 때문이었다.”

    IMF위기에 대한 반성조차 잊어가던 즈음, 다시 정신이 퍼뜩 나게 만드는 따끔한 글이다.

    ‘원자폭탄보다 더한 금융폭격’ 조영환 지음/ 답게 펴냄/ 384쪽/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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