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음원사이트 사재기 논란 끝장내는 방법

남들 듣는 노래(차트) 말고 내가 듣고픈 노래(큐레이션) 중심으로 바꾸자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9-12-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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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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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질 게 터졌다. 음원 사재기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뉴스로 다뤄지곤 했다. 벌써 5~6년째다. 이번에는 좀 세다. 유명 가수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실명을 거론해가며 문제를 제기했다. 터뜨린 사람은 블락비 멤버 박경이고, 저격 대상이 된 이들은 바이브, 송하예, 임재현, 전상근, 장덕철, 황인욱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처럼 사재기를 하고 싶다는 트위트를 올렸다. 인터넷이 발칵 뒤집어졌다.


    남성 보컬 듀엣 바이브(왼쪽위)와
3인조 보컬그룹 장덕철. [박경 트위터, 사진 제공 · 메이저나인, 뉴스1]

    남성 보컬 듀엣 바이브(왼쪽위)와 3인조 보컬그룹 장덕철. [박경 트위터, 사진 제공 · 메이저나인, 뉴스1]

    박경은 곧 해당 트위트를 삭제했고 소속사는 사과했다. 여기 언급된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박경 측도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오래된 논란, 하지만 검찰 조사로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로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던 음원 사재기 문제가 끝장대결 국면으로 향할 전망이다.

    음원 사재기는 어떻게 이뤄지나

    먼저 음원 사재기가 뭔지, 어떻게 이뤄지는지부터 말해보자. 어느 음원사이트에서나 실시간 차트를 서비스한다. 이용자 취향에 따라 추천곡과 플레이리스트를 서비스하는 해외 사이트와 달리, 멜론, 지니뮤직, 플로(FLO), 슈퍼사운드 벅스, 바이브(VIBE) 같은 한국 음원사이트들은 이 실시간 차트가 가장 비중이 큰 서비스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 차트를 통해 음악을 듣고 새로 나온 음악을 접한다. 

    이 말은 곧 차트에 진입하지 못한 음악의 경우 대중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차트에 들어가는 게 곧 가장 큰 홍보가 된다. 그래서 음원 사재기를 통해 차트에 들어가려는 세력이 등장하게 됐다. 

    실시간 차트란 그 시간에 가장 많이 스트리밍되는 곡의 순위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금 그 음악을 듣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음원 사재기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들은 수만에서 수십만 개의 아이디(ID)를 가지고 ‘고객’의 음원을 스트리밍한다. 일반 대중의 이용 빈도가 낮은 새벽 시간대를 주로 겨냥한다. 



    다량의 아이디가 특정 곡을 동시에 스트리밍하면 갑자기 그 노래가 차트에 진입하고 순위가 상승한다. 이 노래 제목을 본 ‘순진한’ 일반 이용자는 호기심에 스트리밍에 동참하고, 이 또한 곧 스트리밍 지표에 반영된다. 업체가 던진 미끼를 대중이 물면 그 노래는 차트에 계속 머물게 된다. 실제로 인기곡이 아님에도 조작을 통해 인기곡이 되는 현상이 만연하는 것이다. 

    브로커 또는 바이럴 업체로 불리는 이런 업체가 4~5곳 된다고 음악계에선 추정한다. 말 그대로 한 줌도 안 되는 업체에 의해 차트가 좌지우지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공신력 있는 차트 하나 없어서

    가장 큰 이유는 공신력 있는 차트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빌보드, 일본 오리콘의 권위는 그 객관성과 독립성에서 나온다. 오랜 역사를 가졌으며, 시대에 따라 순위 집계 방식을 달리해가면서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두 차트 모두 동명의 잡지에서 운영, 집계한다. 전국 음반매장, 음원사이트, 방송국 등에서 팔리고 들려지는 음악들의 데이터를 총합한다. 음악산업의 이해관계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반면 우리는 그런 차트를 가져본 역사가 없다. 과거 인기 지표였던 ‘가요톱10’은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였다. 현재 문제가 된 음원사이트 차트 역시 개별업체의 이용자 데이터에 기초할 뿐이다. 

    이 음원사이트들은 음원을 유통할 뿐 아니라 자체 제작도 한다. 또한 다른 제작사들로부터 이른바 ‘마이킹’으로 불리는 선금이나 수수료를 받고 음반 및 음원을 유통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인기곡 순위와 자사의 이해관계에 교집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사와 이해관계가 얽힌 음악의 노출이 많아지고, 이런 음악은 순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음원사이트마다 순위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하나의 이유는 차트를 집계하는 표본이 자체 사이트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이트나 방송국, 음반매장에서 발생하는 지표는 반영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용자의 ‘의도’에 따라 차트 순위를 바꾸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음원 사재기 논란과 별도로 인기 아이돌이 신곡을 발표하면 팬덤이 움직인다. 특정 시간대에 맞춰 팬덤이 일제히 스트리밍을 돌리는 ‘총공’을 통해 그 아이돌의 노래가 차트를 석권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의 아이디가 총동원되고 휴대전화, 노트북컴퓨터, PC 등 사용할 수 있는 기기란 기기 모두에서 한 가수의 곡만 흘러나온다. 한 팬덤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다른 아이돌의 팬덤과 연합해 상부상조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순위에 목숨을 거는 한국 문화와 이 문화가 먹히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낸 기형적 현상이다. 


    핑크빛 복면의 래퍼 마미손이 11월 27일 ‘기계를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냐/ 내가 이세돌도 
아니고’라는 가사와 함께 음원 사재기를 풍자한 신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의 음원을 선보였다. 사진은 26일 선공개한 유튜브 동영상의 한 장면. [마미손 유튜브]

    핑크빛 복면의 래퍼 마미손이 11월 27일 ‘기계를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냐/ 내가 이세돌도 아니고’라는 가사와 함께 음원 사재기를 풍자한 신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의 음원을 선보였다. 사진은 26일 선공개한 유튜브 동영상의 한 장면. [마미손 유튜브]

    음악차트의 기본 개념이 ‘특정 기간에 불특정 대중이 가장 선호하는 음악의 순위’임을 떠올려본다면 한국에서 차트는 이미 불특정 대중이 아닌 특정 집단의 놀이터 같다. 팬덤을 갖춘 아이돌이 아닌 이상 진입하기 힘든, ‘그들만의 리그’에서 음원 사재기는 무임승차권과도 같다. 팬덤의 스트리밍 총공이 사람의 힘이라면, 음원 사재기는 현금을 동원한 기계의 힘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팬덤도 없고, 사재기를 할 자본이 없거나 양심이 거부한다면 차트 진입은 불가능에 가깝다. 날고 긴다는 가수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했듯 많은 이용자가 차트에 의존해 새 음악을 듣는 현실에서 어떻게든 차트에 들어가지 못한 음악은 곧 발매되지 않은 음반이나 마찬가지다. 수많은 음악이, 어쩌면 1위 하고도 남을 좋은 음악이 그렇게 사라져간다. 

    음원 사재기 문제가 공공연히 밝혀지기 힘든 까닭은 그 작업 과정과 거래 방식이 암시장의 룰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검찰이 음원 사재기 논란을 수사했지만 증거를 잡지 못했다. 브로커들이 다량의 아이디를 돌리는 공장은 대부분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하나에 휴대전화 수백 대를 놓고 아이디를 돌린다. 최근에는 각 아이디에 개별 IP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교묘히 검찰망을 피해간다.

    자정 능력 상실한 음원사이트

    이용자 개인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중심으로 운영되는 해외 음원사이트들. [GettyImages, AP=뉴시스]

    이용자 개인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중심으로 운영되는 해외 음원사이트들. [GettyImages, AP=뉴시스]

    적극적으로 수사하려 해도 관련법의 처벌 규정은 최고 징역 2년에 벌금 2000만 원 이하다. 법적으로는 큰 죄가 아니어서 수사력을 집중할 수 없다. 그래서 내부고발자의 폭로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가능성이 희박하다. 작업의 정확한 프로세스를 알고 증거도 충분히 확보하려면 그들과 확실히 손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 브로커는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는다. 도장을 찍는다면? 공범이 되는 셈이니, 제의받은 사람만 입을 열고 실제 거래한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암거래를 뿌리 뽑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단하다. 해외처럼 이용자 개인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큐레이션) 중심으로 음원사이트를 운영하면 된다. 남들이 듣는 음악이 아니라,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려주는 게 더 나은 서비스 아닌가.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유튜브뮤직 같은 해외 서비스는 다 그렇게 한다. 인공지능 시대, 빅데이터 시대다. 못할 이유가 없다. 취재를 하면서 한 음원사이트 관계자에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내부적으로 그런 제안이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기득권에 안주한 사람이 다수다. 실시간 차트로 잘살고 있는데 뭐 하러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개혁에 나서겠나”가 돌아온 답이었다. 못하는 게 아니다. 안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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