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레드 컬러의 서울 마포구 ‘카페 와디즈’ 외관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진의 대형 얼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도균]
요즘 아이돌 팬은 팬심 보여주기에 무척 적극적이다. 아이돌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해당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은 물론, 시내버스 외부광고 또는 지하철 전광판 광고로 아티스트를 축하한다. 근래 들어 인기를 끄는 곳은 일명 ‘컵홀더 이벤트’로 불리는 카페 팝업스토어다. 팬들이 카페를 통째로 빌려 자체 제작한 컵홀더를 무료로 나눠주면서 짧게는 1~2일, 길게는 일주일가량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축하하고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동시에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한다.
진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컵홀더. [김도균]
아이돌 서포터용 카페 팝업스토어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며, 카페는 어떻게 꾸며지는지 살펴보고자 아이돌 카페로 소문난 ‘카페 와디즈’를 12월 2일 방문했다.
방탄소년단 ‘진’의 생일 축하 이벤트
1, 2 카페 내부는 다양한 진의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 3 카페 곳곳은 포토존으로, 사진을 찍는 팬들로 가득했다.
진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사진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도균]
국내외 팬들의 만남, 이익 남는 이벤트?
1 진의 얼굴 스티커가 붙어 있는 음료 3종은 보틀에 담아 판매한다. 2 아기자기하게 연출한 생일 축하 코너.
카페 손님은 학생, 주부, 중국인, 대만인 등 연령과 국적이 다양하다. 카페에서 만난 30대 주부 차모 씨는 “트위터 공지를 보고 컵홀더와 포토카드를 받으려 방문했다. 전시된 진의 사진이 무척 예쁘고 카페도 잘 꾸며놓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인 대구에서 온 20대 바리스타 윤모 씨(여)는 “방탄소년단 7명은 모두의 사랑이다. 진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어 지난주 서울에 왔는데 일부러 일정을 늘려 카페를 찾았다”고 밝혔다.
진의 사진으로 꾸며놓은 카페 내부는 곳곳이 포토존이다. 손님은 대부분 음료 주문을 마치면 매장 구석구석을 촬영하느라 바쁘다. 특히 중국과 대만에서 온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어학당에 다닌다는 20대와 30대의 대만 여성들은 “스타의 사진을 보는 재미가 크고 생일도 축하해줄 수 있어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돌 카페 점차 늘어날 전망
1 카페 곳곳에 진의 사진이 전시돼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크다. 2 진의 얼굴 스티커가 부착된 음료 보틀은 인기 메뉴. 3 음료를 주문하면 무료로 주는 컵홀더와 선착순으로 제공되는 포토카드. [김도균]
진의 생일 축하 컵홀더 이벤트는 전국적으로 100개 넘는 카페에서 열렸다. 버블티 전문점 ‘아마스빈’의 전국 190개 지점에서는 컵홀더와 포토카드를 선물로 주는 이벤트를 생일날부터 물품이 없어질 때까지 벌이기도 했다. 영국 런던 한 카페에서는 진의 생일을 맞아 컵홀더를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선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축하 이벤트가 열리는 카페 여러 곳을 돌며 인증샷을 찍는 팬도 많다. 그만큼 아이돌 카페 팝업스토어를 통한 컵홀더 이벤트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카페 와디즈’의 경우 이진혁, 한승우, 방탄소년단 뷔의 행사가 기획돼 있고 내년 상반기까지 일정이 꽉 차 있다”고 말했다.
컵홀더 이벤트를 벌이는 카페가 많아지면서 순수한 팬심을 악용하는 사례도 종종 들려온다. 카페 공간 활용에 따라 과도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컵홀더 이벤트 주최자의 상당수인 ‘홈마’(아이돌의 사진을 찍는 ‘홈마스터’의 줄임말)의 굿즈가 저작권, 초상권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홈마가 직접 제작, 판매하는 컵과 응원도구 등은 높은 인기를 보이며 불티나게 팔리는 실정이다.
스타를 사랑하고 아끼는 순수한 팬심이 담겨 있다면 이벤트는 즐거움으로 시작해 즐거움으로 끝난다. 하지만 팬심을 상업적으로 악용한다면 문제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 팬들 역시 진짜 자신의 스타를 위한다면 어떤 행동이 옳은지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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